메뉴 건너뛰기

close

명의 시민기자가 개의 기사를 작성하였습니다. 시민기자 전환하기
[取중眞담]은 <오마이뉴스> 상근기자들이 취재과정에서 겪은 후일담이나 비화, 에피소드 등을 자유로운 방식으로 돌아가면서 쓰는 코너입니다.[편집자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27일 오후 광주광역시 북구 말바우시장을 방문 일정을 마치고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27일 오후 광주광역시 북구 말바우시장을 방문 일정을 마치고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 이희훈

관련사진보기

 
대선을 앞둔 광주 민심이 심상치 않다. 더불어민주당 입장에선 지난 대선의 안철수 후보와 같은 강한 경쟁자가 없는 상황이지만, 바닥 민심은 쉬이 올라오지 않는 모습이다. 광주 선대위 관계자는 "지지율이 나쁜 건 아닌데 밑바닥 흥이 예전 같지 않은 건 사실"이라고 토로했다.

전국 지지율에서 답보를 이어가던 이재명 후보는 27일 광주를 찾았다. 당초 나흘 간 경기도 일정을 소화하려다 마지막 날(27일) 계획을 변경해 광주로 향한 것이다. 시간이 금인 대선주자가 미리 공개됐던 일정을 틀어 다른 곳으로 향했다는 건 예삿일은 아니다.

두 가지 의도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하나는 전통 지지층인 광주를 찾아 세를 결집하려 했을 것이고, 다른 하나는 최근 잇단 붕괴사고로 심상치 않은 여론을 살피고자 했을 것이다.

피해자들이 민주당에 건 기대   

오전에 신축아파트 붕괴 현장을 찾은 이 후보는 녹록지 않은 시간을 보냈다. 당초 고려했던 시간보다 더 긴 시간 머물며 실종자 가족 등 피해자들에게 질책을 들어야 했다. 전날 송영길 대표가 이곳을 찾았을 때처럼 면담 분위기가 마냥 부드럽지 못했다.

우선 강조하고 싶은 게 있다. 많은 언론이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방문했을 때와 민주당 인사들이 방문했을 때를 비교했는데, 두 정당의 방문을 단순 비교해선 안 된다. 누가 먼저 왔고 누가 나중에 왔는지, 누가 사고 현장에 올라갔고 올라가지 못했는지 따지는 건 본질과 아무런 상관이 없는 소모적 논쟁이다.

본질은 피해자들이 처한 상황과 그들이 갖고 있는 기대치다. 실제로 비공개 면담에서 실종자 가족 중 일부는 "민주당을 애정하는 마음에서 더 강하게 이야기한다"고 호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즉 피해자들은 대통령이 소속된 여당이자 광주를 핵심 지지층으로 삼고 있는 더불어민주당이 해결책 하나라도 손에 쥐고 오길 바랐던 것이다.

지난 12일 사고 직후 제대로 된 수색이 이뤄지지 못했고, 중앙사고수습본부도 지난 23일에서야 꾸려졌으며, 그조차도 수장이 장관급인 상황이 이어졌다. 피해자들은 이러한 상황을 겪으며 꾸준히 어려움을 호소해왔다. 피해자들을 지원하고 있는 한 인사는 "만약 서울에서 사고가 났어도 이랬겠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특히 민주당도 이번 사고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건설업체인 현대산업개발이 가장 큰 문제겠지만, 지자체 역시 관리·감독의 책임이 있기 때문이다. 광주의 광역·기초단체장 및 광역·기초의회는 민주당이 독점하고 있다. 결국 피해자들이 민주당에게 바라는 건 '방문'과 '위로의 말'이 아닌 실질적인 해결책이었다.

이 후보와 송 대표 모두 이런 점에서 부족했다. 그나마 긴 시간 면담을 거친 뒤 이 후보는 당초 준비된 약속은 아니었지만 "국가적 역량이나 방안이 총동원될 수 있도록 국무총리께서 직접 이 문제에 관여해 수색과 수습에 속도를 내도록 건의하겠다"라고 밝혔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27일 오후 광주광역시 서구 광주화정아이파크붕괴사고 현장을 살펴본 후 피해자 가족 대표(오른쪽)의 손을 잡아주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27일 오후 광주광역시 서구 광주화정아이파크붕괴사고 현장을 살펴본 후 피해자 가족 대표(오른쪽)의 손을 잡아주고 있다.
ⓒ 이희훈

관련사진보기

 
노무현·문재인의 광주 공약, 이재명의 광주 공약

광주 정치권 관계자는 이 후보가 광주를 찾기 전날 전화통화에서 두 가지를 강조했다. 첫 번째는 신축아파트 붕괴 현장에서의 메시지, 두 번째는 광주 공약의 내용이었다. 그는 "이 두 가지에서 힘을 발휘하지 못하면 광주 민심을 확 끌어올리지 못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설명했듯 첫 번째는 사실상 실패했다. 광주시민들은 7개월 전 무너진 건물이 버스를 덮치는 모습을 지켜봤고, 2주 전 도시 한복판 아파트에서 건물 잔해가 우수수 쏟아지는 모습을 목격했다. 아무리 텃밭이라도 정부·여당에 마냥 호의적일 수 없는 상황에서 민주당 전체적으로 현장에 대한 이해도가 높지 못했고 자연스레 이 후보의 메시지 역시 부실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면 두 번째는 어땠을까. 이 후보는 광주에서의 첫 일정으로 광주공항을 찾아 광주 및 광주·전남 공동공약을 내놨다(관련기사 : 문재인 약속한 광주군공항, 5.18헌법... 이재명 다시 공약 http://omn.kr/1x2gm).

이 후보가 평소 내세우는 공약의 기조는 '실천'에 맞춰져 있다. 광주 공약 역시 마찬가지였다. 상징적으로 그동안 여러 선거의 단골 공약이었던 광주 군공항 이전 문제가 '제1공약'에 올라 있었다. 이 후보는 "(이 문제는) 수년 동안 해결책을 찾지 못했다"라며 "군공항 부지에 광주의 미래를 심겠다는 시민 여러분의 바람, 저 이재명이 실현하겠다"라고 말했다.

이러한 이 후보의 기조엔 긍정적·부정적 평가가 함께 나온다. 지키기 어려운 약속보단 해묵은 현안을 해결하겠다는 실천력 강조가 훨씬 중요하다는 평가가 나오는 반면, 상징적인 새로운 공약도 있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노무현의 아시아문화전당, 문재인의 한전공대처럼 이재명의 '무엇'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27일 오후 광주광역시 북구 말바우시장을 방문해 시민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27일 오후 광주광역시 북구 말바우시장을 방문해 시민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 이희훈

관련사진보기

 
어떤 선거에서든 민주당에게 광주는 중요한 장소다. 텃밭이라는 상징성뿐만 아니라 광주 민심이 수도권 등으로 지지세를 전파하는 데 영향을 미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즉 이 후보에게 광주는 세몰이를 보여줄 수 있는 장소이기도 하지만, 밑바닥 민심을 세심히 감지해야 하는 곳이기도 하다. 이 후보가 광주를 찾았을 때 만난 한 시민은 "민주당이 광주에 제일 잘했을 때가 언제인지 아나"라며 "2016년 국민의당에게 참패한 직후"라고 말했다.

이 후보와 민주당에겐 충장로우체국에서 손을 흔드는 것보다 더 세심히 챙겼어야 할 일이 많았다. 

댓글21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