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명의 시민기자가 개의 기사를 작성하였습니다. 시민기자 전환하기
수원문화재단이 후원하고 지역작가 14인이 참여한 『오늘도 책방으로 퇴근합니다』
 수원문화재단이 후원하고 지역작가 14인이 참여한 『오늘도 책방으로 퇴근합니다』
ⓒ 권미숙

관련사진보기


책 한 권이 세상 밖으로 나와 독자의 손에 잡히기 전에 반드시 거쳐야 하는 손이 있다. 바로 '편집자'의 손이다. 하루에도 수십 권의 책이 출간되는 요즘, 무려 14명의 지역 작가가 글을 쓰고 동네 책방지기가 편집까지 담당한 책이 나왔다는 소식을 들었다. 이현우씨는 수원시 영통구 매탄동 독립서점 '그런의미에서' 대표이자 바로 14명의 작가가 쓴 책을 엮은 편집자이기도 하다. 

작년 가을에 수원문화재단은, 2021년 예비문화도시사업 <문화도시 동행공간> 1기를 모집했다. <문화도시 동행공간>은, 문화도시 수원 시민의제의 공론장으로서 지역의 문제를 문화적으로 해결해 나가는 과정에 함께하는 시민 공유 거점 공간으로, 지역 내 다양한 공간문화 형성을 지향하는 문화도시 수원의 공간 브랜드를 뜻한다.

수원이 지난 12월에 문화도시로 지정 받을 수 있었던 데 힘을 실어준 여러 사업 중 하나이기도 하다. 이현우씨는 <문화도시 동행공간> 1기에 지원을 했고, '그런의미에서' 독립서점이 20곳 중 하나로 선정되었다.

"글을 좋아하는 사람들과 함께 와인을 마시며 글을 쓰는 모임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지역 청년들과 함께하는 사랑방 같은 공간이 되고자 합니다"라는 취지 아래 <와글와글 클럽>이라는 이름을 붙이고, '청년과 지역'을 묶어 서점을 플랫폼 삼아 '글'이 나오도록 했다. 기발한 아이디어였다. 
 
『오늘도 책방으로 퇴근합니다』가 나오기까지의 모든 기획은 이현우 씨가 담당했다
 『오늘도 책방으로 퇴근합니다』가 나오기까지의 모든 기획은 이현우 씨가 담당했다
ⓒ 권미숙

관련사진보기


글을 쓸 수 있는 기간은 두 달, 쓸 수 있는 주제는 8가지, 쓸 수 있는 글자 수는 최소 1600자 이상, 한 주제 당 한 편의 글이지만 글의 수는 제한을 두지 않는 규칙을 두었다. 한 주제마다 모을 수 있는 글은 최대 7편까지였다. 이 말은, 어떤 주제에 대한 글 7편이 모이면 더 이상 그 주제에 대한 글은 쓸 수 없다는 뜻이다. 원하는 주제에 대한 글을 쓰기 위해서 책방으로 발걸음하고 그 글을 다 쓰기 전까지는 책방에서 나갈 수 없는, 그 어디에서도 볼 수 없던 규칙이었다. 모두 이현우씨가 기획하고 정한 것들이었고 참여 작가들은 기꺼이 따랐다.

약속한 두 달이 흘렀다. 그리고 45편의 글이 모였다. '기획 및 편집 이현우, 교정 및 교열 이현우, 펴낸 곳 그런의미에서, 후원 수원문화재단'이 인쇄 된 <오늘도 책방으로 퇴근합니다>는 이렇게 독자들의 손으로 오게 되었다. 또 하나의 흥미로운 점은, 글마다 작가의 이름이 함께 표기되어 있지 않다는 것이다. 한 편, 한 편의 글을 읽다가 마음에 드는 글을 발견하거나 공감이 되는 글이 있다면 맨 마지막 장을 펼쳐 그 글의 주인을 확인하면 된다. 
 
『오늘도 책방으로 퇴근합니다』에는 8개의 주제이지만 각기 다른 소재로 쓴 45편의 글이 실려 있다.
 『오늘도 책방으로 퇴근합니다』에는 8개의 주제이지만 각기 다른 소재로 쓴 45편의 글이 실려 있다.
ⓒ 권미숙

관련사진보기

 
이 책에 무려 7편의 글을 써 낸 Jeiya 작가는, "오랜만에 숙제 검사 맡는 심정으로 글을 썼다. 그날그날 느낌 가는 대로만 쓰다가 주어진 제시어에 맞춰 쓰려니 죽을 맛이었다"라고 하며 솔직한 심정을 전했다. 한 권의 책을 출간했기에 누군가에게는 작가라고 불리기도 하지만 여전히 자신이 쓴 글에 확신이 없었고, 작가라는 호칭이 어울리는지도 모르겠어서 이 프로젝트에 더욱 참여해보고 싶었단다. Jeiya 작가는 이번 출간 과정이 글을 쓰기 위한 수련의 경험이었다고 말했다.
 
'그런의미에서' 독립서점은, 지역 문화 거점 공간으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감당하고 있다. 사진은 지역작가 14인 중 한 명인 양단우 작가의 북토크 현장. 얼마 전 텀블벅에 성공하여 책을 냈다.
 "그런의미에서" 독립서점은, 지역 문화 거점 공간으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감당하고 있다. 사진은 지역작가 14인 중 한 명인 양단우 작가의 북토크 현장. 얼마 전 텀블벅에 성공하여 책을 냈다.
ⓒ 권미숙

관련사진보기

 
"글을 쓰기 위해서는 물리적인 시간이 필요하다. 글을 쓰는 시간을 따로 떼어놓지 않으면 불가능하다. 하지만 방구석에서 글을 쓰는 것도 불가능하다. 심지어 자기 자신과의 싸움에서도 곧잘 패배하는 게 방구석 글쓰기니까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책방에서 글쓰기를 작정했다"라고 소회를 밝힌 양단우 작가는, N잡러 작가다.

일도 하고 글도 쓴다. 책방의 초청을 받아 좋았고 글을 쓸 시간이 있어서 좋았다고 했다. 그래서 힘닿는 만큼 쓰고자 했다. 글의 재미는 잘 모르겠지만 쓰는 재미는 풍성했다. 여전히 쓰고 있고, 쓰느라 바쁘다.

'그런의미에서' 대표의 권유로 <오늘도 책방으로 퇴근합니다> 공저에 참여하게 되었다는 이택민 작가는, 총 3편의 글을 수록하였다.

"한 가지 물체를 어떤 시선으로 바라보는지에 따라서 그 물체가 발현되는 방식도 달라진다고 생각한다. 이 책에는, 내가 바라보는 시선이 옳다고 말하지 않고 그저 그 시선을 넌지시 던져주는 글들이 많다. 옳고 그름을 따지지 않는 순수한 마음을 보며 글을 쓰는 입장에서 많은 생각들이 스쳤다"라며 함께 한 작가들을 통해 생각의 저변을 넓힌 계기가 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좀 더 잘 쓰고 싶어졌다고.

"각자의 문장들이 경쟁하지 않고 온전히 그리고 차분하게 나열되어 있다. 아무쪼록 저의 3편의 글뿐만 아니라 나머지 13분 작가님들의 글도 많이 사랑해 주셨으면 좋겠다"라며 책에 대한 애정을 나타냈다. 

이현우씨는 2월에 <와글와글 클럽> 1기에 이은 2기도 모집할 예정이다. 글을 쓰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하며 '읽는 사람'에서 '쓰는 사람'으로 거듭나도록 독려하는 일을 계속해 나가려는 것이다.

'문화도시'는 특별한 이들이 만들어 가는 것이 아니었다. <문화도시 동행공간>이라는 거점을 활용해 평범한 사람들이 저마다의 이야기를 모은 것이 전부였다. 이 이야기가 한 번으로 멈추지 않고 끊임없이 흘러나오기를, 그리고 독자들에게 또 다시 전해지기를 바란다. 그 사이에 이루어지는 모든 수고를 감당해야 할 누군가에게도 응원의 마음을 미리 전한다.

덧붙이는 글 | 지역 인터넷신문에 중복게재함을 밝힙니다. (e수원뉴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손흥민과 찰리 브라운에 열광한다. 글과 씨름하는 인생에 희노애락을 느끼며, 정신없이 책을 사고 책을 읽는 책덕후이기도 하다.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