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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꿀잠’은 사회 활동가, 비정규노동자들의 쉼터로 휴식 및 재충전, 치유, 교육과 문화 활동, 소통과 연대를 통해 시민운동을 활성화하고 차별 없는 평등한 사회, 더불어 함께 사는 공동체 사회를 만드는 목적으로 지어졌다.
 ‘꿀잠’은 사회 활동가, 비정규노동자들의 쉼터로 휴식 및 재충전, 치유, 교육과 문화 활동, 소통과 연대를 통해 시민운동을 활성화하고 차별 없는 평등한 사회, 더불어 함께 사는 공동체 사회를 만드는 목적으로 지어졌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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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길2구역 재개발사업으로 철거 위기에 놓인 비정규노동자의집 '꿀잠' 소식을 듣고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습니다(관련기사: 용산참사 13주년, 쫓겨날 위기에 놓인 꿀잠을 구해주세요 http://omn.kr/1wzk2). 우리 '기찻길 옆 작은 학교'가 있는 곳 역시 34년째 재개발 위기에 놓여있기 때문입니다. 작년에도 재개발 찬성 여부를 묻는 설문조사가 있었지요. 그래서 누구보다 꿀잠의 위기에 공감이 되었습니다. 2017년 8월 19일 문을 연 꿀잠이 노동자들에게 얼마나 소중한 공간인지를 알기에 더 안타까웠습니다.

지난 5년 동안 꿀잠은 가난하고 힘없는 이들의 집이었습니다. 노동자들이 서로의 상처를 보듬고, 품앗이를 통해 아픈 몸을 치료 받고, 밥을 나눠 먹고, 쉬고 서로를 지켰습니다. 노동자들은 부당해고와 산재로 인한 억울한 죽음과 맞서기 위해 추운 겨울, 무더운 한 여름, 폭우와 폭설이 쏟아지는 궂은날에도 거리에서 싸워야 했습니다. 때로는 허공에서 목숨 건 하루하루를 보내야 했지요. 그나마 꿀잠이 생긴 뒤 해고 노동자들은 길이 아닌 따뜻한 방에 등을 대고 눕고, 밥을 나누고, 서로의 지친 마음을 위로하며 서로 곁을 지킬 수 있었습니다.

꿀잠은 파인텍 노동자들이 목동 열병합 발전소 꼭대기에서 복직투쟁을 시작해 겨울, 봄, 여름, 가을, 다시 겨울을 맞이하는 동안 두 노동자의 밥을 짓는 부엌이 되었고, 그들의 긴 싸움을 돕는 동료들에게는 쉼터가 되었습니다.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억울하게 아들을 잃은 김용균님의 어머니와 가족 그리고 동료들, 한국마사회 특수고용노동자 문중원님의 유족들 역시 꿀잠에서 그 힘겨운 시간을 버틸 수 있었지요. 제주강정에서 강정마을 지키는 이들도 서울에 올라오면 꿀잠에서 묵었습니다.

힘없는 이들을 세상과 연결해 준 곳

우리 기찻길 옆 작은 학교 식구들은 그동안 꿀잠이 해 온 일들이 무엇인지를 잘 압니다. 누구보다 '집'이 '공간'이 주는 힘을 잘 알거든요. 우리 공부방도 그런 공간입니다.

기찻길 옆 작은 학교는 인천 동구 만석동과 화수동에 사는 아동청소년의 공부방이자, 쉼터이고, 문화공간입니다. 신길동 골목에 자리 한 꿀잠이 그런 것처럼요. 작은 학교가 있는 동네에는 일용 건축노동자, 비정규직 노동자, 이주 배경을 가진 노동자들이 모여 삽니다. 긴 역사를 가진 동네답게 오랫동안 힘없고 가난한 이들을 품어 준 곳입니다. 신길동이 그렇듯이 말이지요.
 
기찻길 옆 작은 학교 아이들이 줄 넘기 놀이를 하고 있다.
 기찻길 옆 작은 학교 아이들이 줄 넘기 놀이를 하고 있다.
ⓒ 기찻길 옆 작은 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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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학교가 있는 동네에는 장애가 있거나 지병을 앓는 분들이 많습니다. 장애와 지병으로 가난해진 노동자들이 집값이 싼 곳을 찾아든 까닭이겠지만 가난한 사람들이 힘들고 위험한 노동을 하는 것 때문이기도 하지요. 작은 학교는 그곳에서 34년 동안 사람과 사람, 골목과 골목을 이으며 살아왔습니다.

작은 학교는 아이들과 보호자들을 세상과 연결하는 허브 같은 곳입니다. 먹고사는 일만으로도 벅찬 보호자들과 이웃들은 여러 가지 정보로부터 소외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어려움이 닥쳤을 때 적절한 지원이나 도움을 받지 못합니다. 그분들이 제도나 지역사회에서 고립되지 않게 돕고, 다른 기관들과 연결하는 일도 작은 학교가 하는 일 중에 하나이지요. 주민과 공부방 아이들의 보호자들이 삶을 나누는 곳이었지요. 팬데믹이 있기 전에는 20년이 넘도록 매주 무료한방진료가 열렸습니다.

그래서 6년 전, 문정현 신부님과 백기완 선생님께서 노동자들과 힘을 합쳐 꿀잠 기금 마련을 시작하실 때 꼭 필요한 공간이 생긴다는 설렘에 마음을 다해 응원했습니다. 기찻길 옆 작은 학교 식구들도 넉넉지 않은 형편이지만 꿀잠에 작은 힘을 보탰습니다. 꿀잠이 깃들 집을 마련하고 새 단장을 마친 뒤 집들이를 한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는 우리 집이 생긴 것처럼 기뻤습니다. 간간이 들려오는 꿀잠 소식에 정말 따뜻한 집이 만들어졌다는 안도감이 들었습니다.

그러다 신길2구역 재개발로 꿀잠이 헐릴 위기에 처해 있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습니다. 꿀잠이 헐릴 위기라는 소식을 듣는 순간 꿀잠이 깃든 신길동에 사는 주민들이 떠올랐습니다.
 
문정현 신부와 고 김용균 노동자의 어머니 김미숙 김용균 재단 대표, 고 문중원 기수 부인 오은주씨, ’꿀잠을 지키는 사람들’ 등 시민들이 4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신길2구역 재개발로 인해 사라질 위기에 놓인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쉼터 ‘꿀잠’에 대해 존치를 반영한 주택재개발 정비계획을 마련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2021.11.4
 문정현 신부와 고 김용균 노동자의 어머니 김미숙 김용균 재단 대표, 고 문중원 기수 부인 오은주씨, ’꿀잠을 지키는 사람들’ 등 시민들이 4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신길2구역 재개발로 인해 사라질 위기에 놓인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쉼터 ‘꿀잠’에 대해 존치를 반영한 주택재개발 정비계획을 마련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2021.11.4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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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의 사람들은 지역주민이 만든 주택조합이 주도하는 재개발은 지역주민들의 찬성으로 시작된다고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오래된 서민, 빈민들의 주거지에는 가옥주보다 세입자들이 많고, 가옥주라고 해도 살던 집 보상금으로는 입주금을 마련할 수 없어 집을 외지에서 온 투기꾼에게 헐값으로 넘기고 떠나야 하는 이들이 더 많습니다.

서민 생태계 무너뜨리는 재개발

재개발은 주민들의 삶의 자리가 뿌리째 뽑히는 폭력입니다. 그러니 꿀잠의 위기는 꿀잠의 이웃인 신길동 주민들의 위기이고, 그곳에 살지 않더라도 집이 없는 세입자나 영세한 가옥주들의 위기입니다.

작은 학교가 있는 만석동과 화수화평동 역시 언제 재개발이 시작될지 모르는 곳입니다. 특히 공부방 식구들이 살고, 공부방 청년들의 공방 '도르리'가 있는 화수화평동은 이미 현대건설이 재개발 시공사로 정해졌지요. 신길2구역과 같은 처지입니다.

화수화평동은 일제강점기 당시 적산가옥과 노동자 숙소들이 곳곳에 남아 있는 오래된 노동자 서민들의 주거지역입니다. 겨우 10평, 20평 남짓한 집을 가지고 있는 토박이들에게는 현대건설이 짓는 주상복합아파트 단지에 들어갈 돈이 없습니다. 재개발을 반대할 권리조차 갖지 못한 세입자들도 많습니다.

화수화평동 지역에는 1961년 조지 오글 목사가 세운 인천도시산업선교회(옛 일꾼교회)와 114년 역사를 가진 화도교회, 옛 화도 진지로 추정되는 곳과 일제강점기의 주택들이 있습니다.

특히 인천산선은 1978년 '똥물 사건'이 일어난 동일방직 노동자들이 민주노조의 싹을 틔운 곳입니다. 여성노동자들은 그곳에서 노동자들의 인권에 대해 공부를 하고, 함께 음식을 만들어 먹고, 문화 활동을 하고 서로를 단단히 지켜냈습니다. 이곳이 재개발로 사라질 위기에 처하자 작년 여름부터 인천의 노동자 시민, 시민단체, 종교 단체 회원들이 인천산선을 지키기 위해 릴레이 단식을 하고 있습니다.

인천시는 뒤늦게 문화재위원회에서 문화재를 전수 조사해 조합측이 낸 문화재 현상변경 안을 부결했습니다. 그러나 인천시 문화재위원회의 부결 결정으로 재개발이 멈출 일은 없을 겁니다. 10년 넘게 표류한 재개발 사업에 대형 건설회사가 들어왔고 오래된 서민 지역을 그대로 두기보다 주상복합아파트를 짓는 것이 지자체장이나 지역 정치인들에게 정치적 득이 될 테니까요. 그래도 인천산선을 지켜내려는 노력은 멈추지 않고 있습니다.

작은 학교 식구들과 저는 일꾼교회를 비롯한 화수화평지구의 근대문화유산과 유적들이 존치되길 바라며 연대합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중산층을 위한 고층아파트가 들어서면서 뿌리 뽑힐 지역주민들의 삶과 이야기, 그 역사는 근대 유적만큼의 관심을 받지 못하는 것이 안타깝습니다.
 
기찻길 옆 작은학교에서 함께 공부하는 아이들
 기찻길 옆 작은학교에서 함께 공부하는 아이들
ⓒ 기찻길 옆 작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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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개발은 오래 된 집들만 철거하는 것이 아니라 서민들의 생태계를 무너뜨립니다. 신길2구역도 마찬가지겠지요. 꿀잠과 신길2구역, 신길2구역과 인천의 화수화평동, 만석동은 서로 이어져 있습니다.

저는 꿀잠을 지키기 위한 연대가 신길2구역에서 쫓겨나야 하는 서민들의 고통에도 관심을 기울이는 계기가 되면 좋겠습니다. 꿀잠을 지켜내 꿀잠이 지역 사회와 함께 공존하는 공간으로 거듭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노동자의 공간이었던 꿀잠이 재개발 사업에서 소외된 세입자와 영세한 자영업자들과 함께 목소리를 내는 공간이 되어주면 좋겠습니다. 꿀잠이 계속해서 노동자들과 노동자들인 동네 주민들과 함께 서로를 보듬고 지키는 공간이 되도록 함께 지킵시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 김중미는 <괭이부리말 아이들> 저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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