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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롱에서 면허를 깨 마침내 진짜 운전을 시작했다. 연수 과정은 다소 겁이 나고 고되기도 했지만 운전의 묘미를 알아가는 과정은 좋았다.
 장롱에서 면허를 깨 마침내 진짜 운전을 시작했다. 연수 과정은 다소 겁이 나고 고되기도 했지만 운전의 묘미를 알아가는 과정은 좋았다.
ⓒ pexel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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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이렇게 가다가는 멈추겠는데요?"

옆자리에 앉은 운전연수 강사님이 당황스럽다는 듯이 말했다. 강사님이 그렇게 말할 만했다. 속도 계기판을 보니 시속 20km로 달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운전대를 잡은 건 바로 나였다.

5년 동안 '장롱 면허'였던 내가 마침내 면허증을 장롱에서 꺼냈다. 운전면허학원에서 도로주행을 했던 감각은 완벽하게 사라졌기 때문에 지난해 운전연수를 신청했다. 

겁 먹은 심장

연수 첫날부터 심장이 두근거렸다. 운전한다는 기대감…은 제로. '사고 나면 어쩌지'가 먼저였다. 강사님 차로 했기 때문에 보조브레이크가 있었지만 막상 운전을 하니 긴장했던지 도대체 안전거리 확보 말고는 아무것도 머리 속에 떠오르지 않았다. 어떻게 차선을 요리조리 바꾸며 외제차 사이에서 운전을 한단 말인가. 면허를 따고 바로 운전을 했다는 사람은 분명 거짓말이다.

거기다 강사님은 첫날부터 겁을 줬다. 자동차 범퍼가 딱 사람 평균 무릎 높이라며, 부딪히는 사고가 나면 큰일 난다고 했다. 나의 잘못된 운전이 누군가를 다치게 할 수도 있다는 얘기에 나는 '이렇게 위험한 운전을 하는 게 윤리적으로 맞는지' 의문이 들기도 했다.

결국 연수 내내 어떤 도로에서도 시속 60km를 넘지 않는 안전 운전을 구사했다. 그렇게 여섯 번의 연수. 횡단보도 앞에서는 보행자 신호를 반드시 보고 커브구간에서는 핸들을 너무 돌리면 안 되며 주차는 공식이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연수 마지막 날 최고난도라는 백화점 주차장에서 깊은 커브를 돌고 주차까지 해내면서 연수를 무사히 마쳤다. 강사님은 "이 정도면 사고는 안 날 것 같다"고 나를 안심시켰다.

그 이후 시작된 나 홀로 운전. 몇 번이나 버스 전용차선에 들어가는 실수를 범했지만 '운전은 하면 할수록 실력이 늘어난다'는 말이 맞았다. 자전거와 비슷하다고 할까. 감각이 생기기 시작했다.

운전하면서 좋았던 건 오로지 나의 선택과 결정으로 도로를 누빈다는 점이었다(물론 차선을 바꾸지 못해 좀 돌아가긴 했다). 타이밍을 보다 차선을 바꾸고 커브를 돌고 다른 차들과 비슷한 속도로 달려 내비게이션을 따라 목적지에 도착했을 때 그 쾌감이란. 어깨가 살짝 으쓱했다.

여기까지였다면 꽤 아름다운 이야기로 마무리할 수 있었을 것이다.

자신감 과잉이 부른 참사

지난 연말에 남동생을 옆에 앉히고 서울에 사는 이모네 갔다 오면서 시속 80km로 질주했을 때쯤 내 어깨는 자동차 천장을 뚫으려고 하고 있었다. 이 자신감은 결국 연말에 제주에서 렌터카를 빌리는 것으로 이어졌는데... 치명적 실수였다.

제주에 간 첫날 렌터카를 몰아 미리 찾아놓은 맛집 주변 공영주차장에 주차했다. 딱 한 자리가 남아있었기에 완벽하게 주차했을 때는 의기양양했다. 식당에서 혼자 굴튀김을 먹으며 '이게 바로 제주의 맛이구나' 하면서 내일은 뭐할지, 모레에는 서귀포매일올레시장에 가야겠다며 "룰루랄라" 하고 있었다. 

하지만 제주의 밤은 어두웠다. 호텔을 50미터 앞둔 골목길에서 사달이 났다. 맞은편에서 차 한 대가 오는 걸 보고 길을 비켜준답시고 오른쪽으로 핸들을 꺾었는데 많이 꺾었다. 우지직거리는 용접 비슷한 소리가 났다. 속으로 '설마'라고 생각하면서도 사실은 '망했다'는 걸 직감할 수 있었다. 길옆에 있던 벽을 어두워 제대로 보지 못한 거다.
 
제주에서 차를 빌린 첫 날 밤. 차를 긁어버렸다. 다음 날도 작은 사건이 터지고,이후  겁이 나 그 다음날부터 반납할 때까지 운전 손잡이를 잡지도 않았다.
 제주에서 차를 빌린 첫 날 밤. 차를 긁어버렸다. 다음 날도 작은 사건이 터지고,이후 겁이 나 그 다음날부터 반납할 때까지 운전 손잡이를 잡지도 않았다.
ⓒ 김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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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인해 보니 범퍼 오른쪽에 심하게 흠집이 났다. 나는 '멘붕'이 됐다. 호텔 체크인하자마자 렌터카 보상비는 어떻게 되는지 검색창만 계속 들여다봤다. 둘째날에는 어떤 골목길을 운전하다가 어딘가 부딪혔는지 갑자기 사이드미러가 꺾였다. 결국 겁이 나버린 나는 그날 이후 반납할 때까지 운전하지 않았다.

반납 날은 새해 첫날이었다. 나는 죄지은 표정으로 렌터카 업체 직원을 바라봤다. 당연한 일이지만 자비는 없었다. 60만 원이었다. 그래, 다른 차 긁지 않은 게 어디냐며 위안으로 삼으려는 순간, 그 직원은 나보고 보험에 가입했기 때문에 보험사에 물어보면 어느 정도 보상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알려줬다. 혹시 몰라서 보험을 두 개 들어놓았던 게 신의 한 수였다. 불교 신자인 내 입에서 '오 주여!'가 저절로 나왔다. 그렇게 2주가 지나 보험비가 마침내 내 통장에 들어왔을 때 그제야 모든 고통과 번뇌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그때 깨달았던 것 같다. 오로지 나의 선택과 결정에도 반드시 책임이 뒤따른다는 것을. 운전에도 책임이 뒤따른다. 그러니까 조심해야 한다.

운전으로 자신감을 느끼다가 잃어버리기도 했던 다사다난한 3개월이었다. 그럼 지금은? 다시 운전대를 잡고 천천히 운전하고 있다. 운전이 도대체 뭐길래. 나의 마음을 이렇게 왔다 갔다 하게 하는 건지.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브런치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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