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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관에서 내가 담당하고 있는 대상자는 200명이 넘는다. 이 모든 분에게 내 아버지처럼 내 어머니처럼 내 형제처럼 해 주고 있다는 것은, 사실 조금은 거짓말을 더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래도 누구에게나 소홀하지 않으려고 전화와 방문을 하면서 그분들의 어려움을 찾아내고 도울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내려고 한다.

이야기라도 계속 들어주는 것도 방법이다.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그분들은 행복해하고 즐거워한다. 우리도 힘들 때 내 마음을 알아주고 내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만으로 위로가 될 때가 많다. 나는 그것밖에 해 줄 수 있는 게 없다. 도움이 필요하다면 타 서비스와 연계를 해 주는 역할밖에 없다.

대상자가 많기 때문에 두 달에 한 번 석 달에 한 번씩 댁내에 방문 해서 대면을 한다. 요즘은 특히 코로나 감염증 때문에 방문을 원치 않는 댁내에는 전화로만 상담을 진행하는 경우가 많이 생겼다. 전화와 대면은 차이가 있다. 전화로 말 못 하는 부분도 얼굴을 보고 있으면 더 정겹고, 내가 가족이나 된 것처럼 친구나 가족들이 서운하게 했던 것까지 이야기하신다. 그런 어르신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맞장구를 쳐주는 것뿐, 해 줄 게 없다.

치매 초기증상의 어르신, 그 분 도울 '텔레비전 구하기'
 
후원 받아 설치된 텔레비전을 행복하게 바라보고 있는 어르신.
▲ 설치된 텔레비전을 흐뭇하게 바라보고 있는 어르신 후원 받아 설치된 텔레비전을 행복하게 바라보고 있는 어르신.
ⓒ 서경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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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번은 늘 신경이 쓰이던 어르신 댁에 방문하였다. 요즘에는 요양사가 하루 세 시간씩 나와서 가사일을 도와주고 말벗을 해주어서 집안에 정착할 수 있게 되었다는 어르신, 선교도 하시고 마음에 안정이 안 되니 밖으로만 돌아다니시던 어르신이 이제 기운이 없으시고 치매 초기증상도 있다고 하신다. 요양사님이 어르신 댁에 텔레비전을 구하기 위해서 행정복지센터에도 알아보고 여기저기 알아보고 있다고 하시면서 나에게 도움을 청하신다.

기력과 총기가 있을 때는 라디오 한 대로도 잘 지낼 수 있었지만, 이제 집안에서 보낼 시간이 많은 어르신. 그런 어르신을 위해서 적적하지 않게끔, 또 잃어가는 총기를 잡도록 돕기 위해 텔레비전을 설치해 드려 적적함을 달래드리고 싶었지만, 갑자기 '텔레비전 구하기'는 쉽지 않았다.

복지관에 와서 혹 누가 이사 가면서 텔레비전을 버리고 가는 사람이 없는지 찾아보았지만, 다른 가구는 놓고 가도 텔레비전을 놓고 가는 주민들은 없었다.

그러던 와중. 누군가 SNS 친구들에게 올려보라는 말을 들고 혹여 있을까 하는 설레는 마음으로 올렸다. 다음과 같은 내용이었다.

"혹시 집에서 잠자고 있는 텔레비전 있나요? 홀로 사시는 어르신 댁에 후원해 주실 분 계신가 해서 살짝 노크해 봅니다. 활동하실 때는 라디오만으로도 충분했는데, 요즘은 거동이 불편해서 집에서 지내는 시간을 텔레비전을 보면서 적적함을 달래시려고요. ^^ 기쁜 맘으로, 잠자는 TV 전달해 주실 분 있으면 감사하겠습니다."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올린 글에 하루가 지나고 나서 댓글이 달렸다. 너무도 감사하게도 나의 SNS 친구가 후원을 해 주겠다는 댓글이 달렸다.

텔레비전의 크기가 커야하느냐고 묻는 댓글에, 혼자 볼 예정이시니 작아도 괜찮다는 댓글을 달고 다음날 아무 연락이 없을까봐 가슴이 떨려왔다. 내가 잘 아는 친구도 아니었기에 왜 안 해주느냐고 따지기도 어려운데, 혼자 생각하면서 불안한 밤을 보냈다.
 
어르신 댁에 설치기사님이 설치해 준 모습
▲ 설치된 텔레비전 어르신 댁에 설치기사님이 설치해 준 모습
ⓒ 서경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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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SNS 친구는 대리점에 TV를 주문하고, 배송 기사에게 설치비까지 다 대금을 내줬다. 고마운 인연이었다. 어르신 댁에 가는 요양사연락처를 연결해 주고, TV를 설치할 때의 사진과 설치 후 사진을 꼭 찍어 달라고 부탁했다.

나중에 사진이 왔다. 어르신이 흐뭇하게 웃으면서 텔레비전을 보는 모습이 내 마음까지 흐뭇해졌다. 새해 선물 같았다. 따뜻함을 나눠주는 구세군, 선물을 나눠 주는 산타클로스 할아버지가 여기 있지, 따로 있나 싶었다.  

SNS 친구는, 꼭 필요한 사람에게 전달할 수 있게 연결해 줘 감사하다며 오히려 나에게 감사인사를 해오기도 했다. 정말 마음이 따뜻한 분이다.

타인에게 선뜻 도움? 당신은 어떻습니까

누구든지 타인을 도와주고 친절을 베풀고 싶어하는 마음은 있다. 그렇지만 살다 보면 팍팍한 생활에, 나 혼자 살기도 힘든 현실 속에서 누군가를 도와준다는 것은 때로는 큰 마음과 용기를 가져야 할 때도 있다. 얼굴도 모르는 사람을 내 친구처럼 나도 선뜻 도와줄 수 있을까? 나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됐다. 

마음이 따뜻한 천사가 멀리 있는 게 아니구나, 멀리도 아닌 내 주변에 천사들이 있다는 깨달음에 마음이 훈훈해졌다. 나 또한 그 힘으로, 올 한해 베푸는 삶을 살 수 있을것만 같다.

덧붙이는 글 | 개인 블로그와 브런치에 올릴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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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이 좋아서 아이들과 그림책 속에서 살다가 지금은 현실 속에서 살고 있습니다. 현실 속에서는 영화처럼 살려고 노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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