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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정부가 학생부종합전형(학종)을 만든 지 8년이 됐다. 문재인 정부의 교육정책입안자들은 이 제도를 계승했을 뿐 아니라 확대하거나 유지하기 위한 노력을 지속해왔다. 이를 위해 학종을 옹호하는 다양한 논리를 만들어냈다. 하지만 그 논리들은 사실과 부합하지 않는다. 연속 기사 '학종의 거짓말'을 통해 학종 확대론자들이 주장해온 주장들이 사실적 근거가 없음을 총 8번에 걸쳐 밝히고자 한다. 이 기사는 일곱번째 글이다. [편집자말]
한 고등학교 교실.
 한 고등학교 교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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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종 확대론자들은 학생부종합전형이 도입된 이후 학교 현장에 "교육적으로 의미 있는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고 주장해왔다. 수능이 중심일 때는 수업이 문제풀이식 위주로 진행될 수밖에 없었고, 수능시험과 무관하다고 생각되는 수업 방식이나 활동은 기피 대상이었던 것에 반해서 학종 이후 교실 수업과 학교생활의 모습이 바뀌고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이들은 다음과 같이 주장했다.

- 교실수업의 변화 :
"수업에 관심이 없던 아이들이 하나둘씩 교과서를 보게 되고, 한마디의 말도 하지 않던 아이들이 자기 생각을 말하는 놀라운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한국교육신문, 2016년 8월 1일)

- 생기 넘치는 동아리 활동 : 
"무늬만 동아리였던 무기력한 동아리 활동은 생기가 넘치는 아이들의 꿈을 펼치는 장소가 되었다."
(한국교육신문, 2016년 8월 1일)

- 자발적인 독서활동 : 
"'책 좀 읽자'고 노래를 불러도 읽지 않던 학생들이 먼저 독서목록을 가지고 온다."
(한국교육신문, 2016년 8월 1일)

- 교내 경시대회 활성화 : 
"경시대회에 참여해 달라고 애걸복걸하던 교사들은 이제 서로 대회에 참여하겠다는 아이들을 보게 되었다."
(한국교육신문, 2016년 8월 1일)

- 수준 높은 진로 탐색 : 
"학생들은 진로 심리검사, 진로독서, 직업체험, 직업인 인터뷰, 진로상담 등에 적극 참여하며, 자신과 직업 세계에 대한 다양한 정보를 탐색한다."
(월간 진로적성 2016년 8월 11일)

학종 예찬론들의 이러한 주장이 학종을 지지하게 만든 중요한 근거 가운데 하나였다.

학종이 처음 도입된 것이 2015학년도이고, 그 첫 세대 수험생은 2012년도에 고교 1학년이었다. 학종 확대론자들의 주장에 따르면, 2012년도부터 지난 10년간 학종은 학교 현장을 "교육적으로 의미 있게 변화"시켜 온 셈이다.

물론 일부의 학교에서, 일부의 열정적인 교사들이 교육적으로 훌륭한 시도와 노력을 해왔다는 점은 인정되어야 한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볼 때 학종으로 인해서 우리나라 고등학교가 교육적으로 의미 있게 변화했다는 이야기에 동의할 사람은 많지 않다.

사실 비교과 활동들은 그것이 대학입시의 중요한 요소가 되는 순간 더 이상 자발적인 활동이나 순수한 교육 활동으로서의 의미를 유지하는 것이 쉽지 않다. 그 활동들은 대학 진학을 위한 수단이 되어버리기 때문이다.

더구나 활동기록이 대학합격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가 되기 때문에 수험생 입장에서는 자신의 기록을 더 멋지고, 더 풍부하고, 더 의미 있는 내용으로 만들어내는 것이 대입을 위한 필수적인 전략적 과제로 받아들여진다. 기록의 경쟁력이 결국 원하는 대학에 진학하기 위한 경쟁력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비교과 활동들은 교과목 시험처럼 범위가 정해진 것도 아니고, 최고점이 정해진 것도 아니다. 또한, 학교에서 다른 학생들이 함께 지켜보는 가운데 확인된 결과를 제출하는 것도 아니다. 게다가 수상실적 같은 객관적인 자료를 제외하면 다른 학생이 무슨 활동을 했고, 그 내용을 어떻게 기록했는지 서로 알지 못한다.

이런 상황에서 남들보다 뛰어난 비교과 활동기록을 남기려는 경쟁은 무한대의 경쟁이 되고, 그 기록에는 윤색과 과장은 물론이고 심지어는 경우에 따라 거짓까지 동원되는 것이 불가피해진다.

120개 경시대회 수상실적과 95권의 독서기록

예를 들면 수상실적이 대입에 반영한다고 하니 학교에서는 1년에 수십 개의 교내 경시대회를 개최하고, 소위 학종 우수학생은 수십 개의 수상실적을 학생부에 기록한다.

실제로 경북 모 고등학교에서는 1년 동안 224차례 교내대회를 개최했고, 서울대 수시 합격생 중에는 120개의 경시대회 상을 받은 학생도 있었다. 학생부 기록은 3학년 1학기까지 반영되니까 이 학생은 1학기에 평균 24개의 수상실적을 기록한 것이다(한국일보, 2017년 10월 13일).

독서활동이 대입에 반영된다고 하니 독서 열풍이 아니라 독서목록 작성 열풍이 일어난다. 2016학년도 서울대 합격생 82명을 조사한 보도에 따르면 최고 95권의 독서기록을 제출한 사례도 있었다. 한 학기에 평균 20여 권의 인문, 사회, 자연과학 분야 두툼한 교양서적을 독파했다는 것이다(중앙일보, 2016년 4월 27일).

400시간의 봉사활동, 4.5개의 동아리 활동, 300만 원짜리 소논문

봉사활동도 실적을 쌓기 위한 중요한 과제가 된다. 학생이 직접 봉사활동을 한 것인지도 의심되는 사례가 생길 뿐 아니라 서울대 합격자의 경우 봉사활동 시간이 400시간을 넘긴 학생도 있었다(동아일보, 2019년 9월 19일).

동아리 활동은 특히 남들보다 돋보이는 활동기록을 만들어내는 중요한 "전략적 과제"다. 2016학년도 서울대 수시일반 합격자 중에서 일반고 출신 합격자는 평균 4.5개의 동아리 활동을 했다(중앙일보, 2016년 4월 27일).

자율탐구활동은 보통 소논문 작성으로 이어지는데, 이것은 자기소개서의 내용을 풍부하게 만들어주는 핵심적인 요소의 하나다. 이런 상황에서 멋진 소논문 작성을 위해 "교수 등 전문가를 섭외"하거나 아예 300만 원 내고 논문을 대필하는 사태까지 생겨난다(노컷뉴스, 2016년 4월 25일·MBN, 2016년 4월 9일).

결국 "비교과 활동"을 대학입시의 경쟁 요소로 만드는 순간, 그 모든 활동은 "대입 경쟁에서 우위를 확보하기 위한 수단이자 전략적 과제"로 변질된다.

학종의 변명, 그리고 학종의 후퇴

이러한 문제들이 지적되면 학종 확대론자들은 으레 다음과 같이 변명해왔다.

첫째, 그런 사례는 극히 일부의 사례와 부작용일 뿐이며, 학종의 본질을 잘못 이해한 일부 학교와 학생들에게서 나타나는 문제라는 것이다.

둘째, "학종은 변화하고 개선되는 과정"에 있으며, 위와 사례는 "과거에 있었던 학종에서 벌어진 문제"일 뿐이라는 것이다. 즉, 지금은 "과거의 학종"에서 문제가 되었던 요소들을 더 이상 반영하지 않기 때문에 "현재의 학종"에서는 그런 문제가 생기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나 우선 이런 식의 변명은 논리적으로도 앞뒤가 맞지 않는 주장이다. 만일 학종으로 인한 부작용 사례가 "극히 일부에서만 나타난 문제"라면 "과거의 학종의 문제"가 사회적으로 심각하게 부각되지도 않았을 것이고, 그에 따라 학종이 "꾸준히 개선"될 필요도 없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사실 이들의 주장처럼 학종은 "꾸준히 변화"해 왔다. 정확하게 말하면 학생부에 기록되는 서류기재사항에 대한 교육부의 지침이 거의 매년 변경되어 왔다. 그중에 교육부가 발표한 중요한 변경과 최종적 변화 내용은 다음과 같다.

⚫ 소논문 → 기재금지 (2022학년도부터)
⚫ 진로희망분야 → 반영하지 않음(2022학년도부터)
⚫ 독서활동 → 도서명과 저자만 기재(2017학년도) → 반영하지 않음(2024학년도 이후)
⚫ 봉사활동 → 봉사활동 실적만 기재(2019학년도) → 반영하지 않음(2024학년도 이후)
⚫ 자율동아리 → 연간 1개만 기재(2022학년도) → 반영하지 않음(2024학년도)
⚫ 수상실적 → 학기당 1개만 반영(2022학년도) → 반영하지 않음(2024학년도 이후)
(출처: 교육부 '대입제도 공정성 강화방안', 2019년 11월 28일)


결국, 학종에 반영되던 항목 중에서 정규 교육과정 이외의 모든 비교과 활동이 2024학년도 이후에는 폐지되는 셈이다. 게다가 교사 추천서도 폐지되고(2022학년도), '자소설'라는 비아냥까지 들었던 자기소개서도 2024학년도부터 폐지된다.

이처럼 교육부가 학생부에 기록되던 비교과 활동을 모두 폐지하도록 한 이유는 무엇일까? 교육부의 설명에 따르면, "학생 개인의 능력이나 성취가 아닌 부모 배경, 사교육 등 외부요인이 대입에 미치는 영향을 차단" 하기 위해서다." (위의 교육부 "대입 공정성 강화방안" 5쪽)

결론적으로 그동안 줄기차게 학종의 확대를 추구해왔던 교육부조차, 비교과 활동을 대입에 반영한 것이 학교와 교실을 "교육적으로 의미 있게 변화시켜온 것"이 아니라 "심각한 부작용만 확대"해 왔다는 것을 인정한 것이다.

그 부작용의 핵심은 "대입에서 부모의 배경과 사교육 등 외부요인이 대입에 미치는 영향을 강화"한 것, 즉 대입의 "공정성을 심각하게 훼손"해 온 것이다. (교육부 발표자료의 제목 자체가 "대입 공정성 강화방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종 확대론자들은 아직도 학종의 유지 혹은 확대를 주장한다. 도대체 무엇이 더 남아있는 것일까?

이에 대해서는 이 연재의 마지막 편인 다음 기사에서 다룬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 이현은 공항중학교 교사로 재직했고, 전교조 가입으로 해직됐다. 1994년 복직했지만, 경제적 형편으로 인해 곧 학교를 그만두고 학원 강사 생활을 시작했다. 이후에는 스카이에듀라는 수능업체의 대표를 지냈다. 2014년 사교육 사업을 모두 정리하고 2015년 재단법인 우리교육연구소를 설립했으며, 이후 우리나라 교육정책 전반에 대해 "사실적 근거"에 기반한 연구와 "합리적 대안" 모색을 위한 연구에 집중하고 있다. 이 글은 다른 매체에서 보도했던 내용을 인용한 자료와 교육부의 발표자료를 근거로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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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공립중학교 교사 전교조 해직교사 (전)학원 강사 및 스카이에듀 대표이사 (현 )교육비평 발행인 (현) 재단법인 우리교육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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