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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아침에 울리는 안전안내문자 알림 소리가 이제는 익숙하다. '오늘 몇 명이나 될까' 궁금해 하며 문자를 확인한다. 24일 군산 지역 안전안내문자에 의하면 전일 확진자 수는 46명으로 역대 최고였다.

확진자 수가 두 자리 수를 넘어선 지는 오래됐지만 '46명'이라는 숫자는 모두를 긴장시켰다. 다음 날엔 32명으로 다소 줄어들었지만 26일에는 다시 42명이 나왔다. 요즘 출근하자마자 하는 아침 첫 대화는 "오늘 문자에 나온 숫자 봤어요?"로 시작했다.

생일날 아침 미역국도 마다하고 나선 곳
 
추운 날씨에도 선별진료소 앞에 길게 늘어진 줄은 한참동안 줄어들지 않았다.
▲ 코로나19 선별진료소 대기 추운 날씨에도 선별진료소 앞에 길게 늘어진 줄은 한참동안 줄어들지 않았다.
ⓒ 김정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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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일찍부터 서둘렀다. 생일상 미역국 대신 물 한 모금으로 아침 식사를 대신했다. 코로나19 선별진료소에 가야하는 날이기 때문에 미역국은 자동으로 생략했다. 오전 9시 전에 준비할 것들이 있어서 일찍 가야 했다.

선별진료소 근무를 지원하는 날이면 전날부터 식사와 수분이 있는 음식에 주의가 필요하다. 밀려오는 인파로 4시간 동안은 꼼짝없이 자리를 지켜야 하기 때문이다. 설사 잠깐 짬이 난다고 해도 방호복을 입은 채로 공공장소에 갈 수가 없어 옷을 새로 다 갈아입어야만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코로나19 선별진로소 지원 근무를 하게 된 지 5개월째이다. 가장 어려운 일은 지원 근무 4시간이 끝나자마자 화장실로 달려가는 일이다. 여전히 익숙하지 않고 긴장되고 조심스러운 마음이다.

4시간 동안 방호복을 입고 정해진 위치에서 방문하는 사람들을 맞이하기 위한 준비를 하는 모습이 사뭇 진지하다. 서로 눈인사만 주고받을 뿐 아무 말 없이 제각각 준비를 한다. 사람들이 밀려들어올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기에 더욱 긴장감이 감돈다.

필요물품을 갖춰놓고, 소독용 티슈와 소독용 스프레이, 소독젤, 필기도구, 핫팩 등 제자리에 있어야 할 물품들을 점검해본다. 요즘 추위에는 핫팩도 필수품이 되었다. 드디어 시계가 오전 9시를 나타냈다.

선별진료소 문이 열리고 길게 늘어서 있던 대가자들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한참을 기다렸다 들어오는 사람들은 얼마나 추위에 떨었는지 들어와서 제일 먼저 난로에 손을 뻗었다. 금세 안은 사람들로 꽉 채워졌고, 검체실 앞은 두 줄로 선별진료소 입구까지 길게 뻗어 있다.

직장 동료인지 친구인지 비슷한 연령대의 남자들이 손소독을 하며 스스로 조심해야 한다고 서로에게 주의를 주고 있었다. 확진자와 동선이 겹쳐서 검사하라는 문자를 받고 왔다고 했다. 다시 오지 말자고, '이제 조심하자'라며 다짐도 한다.

선별진료소는 오들도 여전히 수많은 사람들로 북적였다. 방문하는 사연도 제각각이지만 콧속 깊숙이 이물질이 들어갔다 나오는 것이 달갑지 않은 것은 모두 똑같은 것 같다. 어떤 사람은 못 올 곳을 온 사람처럼 퉁명스럽다. 코로나 검사하러 오는데 '내가 올 곳이 아니다'라는 듯 화가 잔뜩 나 있는 사람도 있다. 어떤 사람은 이곳에 온 것이 부끄럽다는 듯 옆 사람에게 들리지 않게 조심조심 작은 목소리로 소곤대듯이 이야기했다.

"나는 처음인데 아는 사람이 걸렸다고 연락이 와서 왔어요. 내가 이런 데를 다 와보고 이게 무슨 일인지 모르겠어요."

다양한 표정으로 선별진료소에 오는 사람들

이날은 유난히 어린아이들이 부모님과 동반해서 2~4명씩 왔다. 아이들이 생활하는 곳에서 확진자가 나온 모양이다. 씩씩하게 검사를 잘 받는 아이도 있지만, 이미 경험이 있는 친구들의 모험담을 듣고 겁을 잔뜩 먹고 오는 경우도 적지 않다.

한 번은 초등학생 저학년 여자아이가 입구에 서 있는 모습이 심상치 않았다. 손을 덜덜 떠는 모습이 멀리서 보일 정도로 긴장을 많이 한 것 같아 '검사를 무사히 잘 할 수 있을까?' 속으로 걱정을 했다. 역시, 친구들에게 경험담을 듣고 왔다고 했다. 검체실에 들어갈 순서가 되었을 때 아이는 다리까지 사시나무 떨듯이 떨었다.

엄마와 같이 검체실에 들어갔지만 곧바로 울음소리가 들렸다. 아이는 한참 동안 울음을 멈추지 못했고, 아이 엄마는 아이를 일단 진정시키는 게 좋을 것 같다며 검체실 밖으로 데리고 나왔다. 엄마는 차분하게 아이에게 설명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아이는 "이제 할 수 있어요"라고 말했다.

검체실에서 나오는 아이의 모습은 별거 아니라는 표정으로 변해 있었다. 언제 울었냐는 듯이 "괜찮았어요"라며 웃어 보이는 여유까지 보였다. 코로나 검사를 하는 아이들은 부모와 어른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잘 참아내고 있다.

선별진료소에 오는 사람들에게 주의사항을 설명하려 하면 "알고 있어요", "벌써 3번째에요", "이젠 몇 번 왔는지도 모르겠어요"라고 말하는 사람이 꽤 많았다. 내가 아는 것보다 어쩌면 더 잘 알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며칠 뒤면 명절 설 연휴가 시작된다. 곧 선별진료소 근무자 명단이 나올 것이다. 누군가는 설날에도 선별진료소에 나와서 일을 해야 한다. 누군가의 부모이며, 자식인 그 누군가는 가족이 모두 모이는 설날에도 사랑하는 가족들과 함께하지 못한다.

'조금만 더'라는 말이 무색하지만 조금만 더 힘내서 지금까지 잘 해왔던 것처럼 이번 설 연휴에도 확진자가 늘어나지 않았으면 하는 작은 소망을 가져본다.

덧붙이는 글 | 개인 블로그와 브런치에 기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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