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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6일, 연합뉴스는 <광주 수능성적 전국 평균 밑돌아…전남은 최하위권>이란 제목의 기사를 보도했다.
 지난 26일, 연합뉴스는 <광주 수능성적 전국 평균 밑돌아…전남은 최하위권>이란 제목의 기사를 보도했다.
ⓒ 화면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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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저기서 호들갑 떨었지만, 새로울 게 하나 없는 내용이라 그다지 놀라지 않았다. 그저 '작년에 왔던 각설이가 죽지도 않고 또 왔구나' 싶었다. 우리 공교육을 망치는 주범이야 여럿이지만, 그중에 가장 악의적인 걸 꼽는다면 단 1초의 주저함도 없이 이런 언론 보도라고 말할 것이다.

지난 26일 <연합뉴스>는 교육과정평가원이 공개한 지역별 수능 성적 분석 결과에 관한 분석 기사를 내보냈다(관련 기사 : 광주 수능성적 전국 평균 밑돌아…전남은 최하위권). 언뜻 장황하지만, 주장의 요지는 단순하다. 과거의 '실력 광주'라는 명성이 퇴색했고, 원인은 두 지역 모두 교육감이 전교조 출신이라는 것이다.

교육과정평가원은 최근 2021학년도 고3 재학생들의 영역별 성적 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성적 분석 지표는 꽤 광범위하고 상세하다. 남학생과 여학생, 공립과 사립 등의 성적 차이와 경향을 일목요연하게 보여주고 있는데, 유독 해당 기사에서 주목한 것은 시도별 격차다. 

17개 시도 교육청의 영역별 표준점수 평균과 편차 및 시도별 학교 간 점수 격차를 표와 그래프로 정렬한 자료다. 수능을 관장하는 국가 기관의 공식 통계라지만, 굳이 도표를 들여다보지 않아도 알 수 있는 내용이다. 도농 간, 학교 간 격차가 크다는 건 삼척동자도 아는 것 아닌가.

진정 공교육을 걱정한다면, 이 자료를 통해 기사화해야 할 건 따로 있다. 해가 갈수록 도농 간, 특히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격차가 커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모든 영역에서 서울과 경기도가 압도적으로 높고, 강원과 전남, 충남 등 농촌 지역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차이가 크다.

영역별로 약간씩 순위의 변동은 있지만, 대개 서울과 경기, 대구와 제주가 상위권을 형성하고 있다. 워낙 작은 광역단체라 단순 비교가 어려운 세종을 제외하면 대전, 울산, 광주, 부산, 인천 등 광역시가 그 뒤를 잇고 있다. 이 또한 예상대로여서 그다지 새삼스럽지 않다. 

갈수록 커지는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격차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성적통지일인 지난해 12월 10일 오전 경남 창원시 마산합포구 합포고등학교 3학년 교실에서 학생이 성적표를 받은 후 확인하고 있다.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성적통지일인 지난해 12월 10일 오전 경남 창원시 마산합포구 합포고등학교 3학년 교실에서 학생이 성적표를 받은 후 확인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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굳이 모든 영역의 지표를 들여다볼 필요는 없다. 사교육의 영향을 가장 크게 받는 것으로 알려진 수학가 영역의 경우만 보면 된다. 상위권으로 뭉뚱그려지는 1, 2등급 합산 비율이 서울은 17.2%인데, 전남은 4.2%다. 또, 경기도가 11.1%인데, 또 다른 상위권인 대구는 8.5%다. 

곧, 같은 상위권이어도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격차가 비수도권 사이의 차이보다 크다는 걸 말해준다. 특히, 서울은 웬만한 지역의 두세 곳을 합해도 모자랄 만큼 압도적인 우위를 보여주고 있다. '대치동'으로 대표되는 사교육의 위세를 빼놓고는 달리 설명할 방법이 없다. 

대개 중위권으로 불리는 3~4등급 비율에서도 상위권의 경우와 큰 차이가 없다. 고3 교사들과 수험생들 사이에서는 공공연한 비밀이지만, 6등급 이하는 그 비율을 따지는 것 자체가 아무런 의미가 없다. 시험 당일 '운 좋으면 6등급, 운 나쁘면 8등급'이라는 우스갯소리도 있다. 

이 차이는 무엇을 말해주는가. 이게 어디 수능 성적만의 문제일까마는, '말은 제주도로 보내고, 사람은 서울로 보내라'는 속담을 새삼 상기시켜주는 통계다. 서울과 지방의 아이들이 태어날 때부터 지능의 차이가 있을 리 없으니 교육 여건의 차이가 그만큼 크다는 방증이다.

이런 중요한 사실은 나 몰라라 한 채 애먼 광주와 전남 지역만 발췌해 '실력 저조에 대한 논란이 가중될 것'이라며 짐짓 갈등을 부추기는 뉘앙스를 풍기는 건 적절하지 못하다. '통상 학력이 비교되는 지역'이라며 대구와 대전 등 광역시들과 비교하는 건 수도권과 비수도권 간 격차에 눈 감는 '도토리 키재기'일 뿐이다. '객관적' 자료를 '주관적'으로 활용한 전형적인 사례다. 하지만 기사를 통해 말하고자 하는 바는 중반 이후에 두드러진다. 

기사는 장휘국 광주 교육감과 장석웅 전남 교육감을 '원흉'으로 지목했다. 그동안 학력 저하 지적을 받아왔다고 주장하며, '객관적 지표'가 이를 뒷받침한다고 명토 박았다. 기사는 갈수록 짙어지는 지역간 학력 격차라는, 정작 중요한 내용은 외면한 채 지엽적인 내용을 부풀린 외눈박이 해석을 '객관적 지표'로 포장하고 있다. 

이쯤에서 전가의 보도처럼 익명의 시교육청 핵심 관계자, 곧 '교핵관'이 등장한다. 기사는 그가 "광주의 실력이 말하기 부끄러울 정도로 하락세를 걷고 있다"며 "특단의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어 등장한 또 다른 '지역 교육계 관계자'는 "두 교육감은 실력 저조에 책임감을 느껴야 한다"며 "올해 있을 교육감 선거에서 후보 간 학력 대책에 대한 학부모들의 평가가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 마지막 문장이야말로 이 기사를 쓴 이유라 생각하는 건 너무 과도한 걸까? 기사의 흐름이나 인터뷰이들의 멘트 등을 종합하면 올해 6월 치러질 교육감 선거에서 특정 성향의 후보자에게 투표하지 말라고 하는 듯한 느낌인데, 과연 이는 나만의 생각일까?

수능 성적 분석 결과 언론 배포를 반대하는 까닭
 
2022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시험)이 전국 86개 시험지구 1300여 시험장에서 일제히 열린 지난해 11월18일 오전 서울 중구 이화여자외국어고등학교 (제15시험지구 제20시험장)에서 수험생이 마지막 점검을 하고 있다.
 2022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시험)이 전국 86개 시험지구 1300여 시험장에서 일제히 열린 지난해 11월18일 오전 서울 중구 이화여자외국어고등학교 (제15시험지구 제20시험장)에서 수험생이 마지막 점검을 하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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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교육과정평가원이 해마다 성별, 공사립별, 시도별 수능 성적 분석 결과를 언론에 보도자료로 배포하는 것에 반대한다. 교육 정책 입안자들에게는 꼭 필요한 자료일 테지만, 굳이 언론에 공개할 필요가 있는지 의문이다. 그러잖아도 학벌 구조로 신음하는 우리네 현실에서 지역을 낙인찍고 고등학교까지 서열화시킬 우려가 매우 크다.

중앙의 한 일간지는 해마다 서울대 진학자 수를 기준으로 전국의 고등학교 순위를 매긴 기사를 1면 머리기사로 내보내고 있다. 그것이 극심한 입시 경쟁을 부추겨 우리 교육을 황폐화시키고 있다는 점을 교육과정평가원이 모르진 않을 것이다. 과문한 탓인지, 이 두 가지가 무슨 차이가 있는지 난 당최 모르겠다. 

사람마다 교육 정책을 바라보는 관점이 얼마든지 다를 수 있다는 건 인정한다. 그러나 미래세대를 위한 교육의 본령이 다를 순 없지 않나. 4차 산업혁명이 운위되는 이 시대에 고작 오지선다 수능 성적으로 줄을 세워 교육의 질을 품평하려는 행태는 멈출 때도 됐다. 과연 기자는 수능 점수가 과연 실력, 인성, 역량 등과 비례한다고 보나.

사족 삼아 하나만 덧붙이자. 지금 전국의 고등학교는 고교학점제의 시행을 앞두고 혼선에 혼선을 거듭하고 있다. 고교학점제가 기존의 수능 체제와 부합하기는커녕 운영상 상극일 수밖에 없어서다. 정부는 이미 2023년 고1을 시작으로 2025년 전면 시행을 공언해왔다. 

고교학점제 시행이 당장 코앞인데, 수능 성적을 올릴 수 있는 교육감을 뽑자는 식의 주장이 가당키나 한가. 고교학점제가 연착륙할 수 있도록 정부와 협력해 합리적 대안을 모색하려는 후보가 시대정신에 부합한다고 믿는 난 철없는 이상주의자인가. 학생들을 성적순으로 줄 세우려는 일부 언론, 그리고 기자들이여, 답해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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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미뤄지고 있지만, 여전히 내 꿈은 두 발로 세계일주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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