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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B 청주방송 이재학 피디 2주기를 맞아 3일부터 10일까지 총 6회에 걸친 추모 연재 '이재학, 2주기'를 진행합니다.[편집자말]
이재학 피디
 이재학 피디
ⓒ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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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사물을 놓고도 사람들은 각자의 추억으로 그것을 서로 다르게 기억한다. 하물며 사물도 그러한데 사람에 대한 기억은 어떨까. 한 사람을 향한 수많은 사람의 추억들과 기억, 그것들이 조금씩 다르더라도 기억의 시작점인 그 사람의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

2020년 2월 4일 형의 사망 이후 두 번째로 맞는 겨울이다. 어떤 이들에게는 즐거운 겨울일 테지만, 우리 형 이재학을 기억하는 사람들에게 겨울은 먹먹한 계절이다. 까만 밤에도 하늘 가득 눈꽃들이 차갑게 내리던 먹먹하고 서글펐던 날의 기억이 매일같이 가슴을 저리게 한다.

어릴 때부터 형과 각자의 인생을 살아가기까지 수많은 기억이 영화의 장면처럼 수없이 머릿속을 맴돌고 가슴을 요동치게 만든다. 그 기억들은 또 다른 장면들을 새롭게 만들고 스스로를 끝없이 후회하게 하고 미안하게 만든다.

형과 가까웠던 친구들, 선후배 동료들로부터 지난 2년간 들었던 이재학의 몰랐던 모습들. 그 이야기들은 우리 기억 속 형의 모습보다 형이 더 큰 사람이었음을 알게 해주었다. 마치 중간중간 찾지 못하고 헤매던 퍼즐 조각들이 하나씩 제자리를 찾아가는 것처럼 말이다.

이런 기억의 과정들이 모이고 퍼즐이 완성되어 갈 때마다 후회와 슬픔의 무게가 너무 무거워서 가끔은 무너져버릴 것만 같은 순간들이 많지만 이런 과정조차 형을 기억하는 나만의 방법 중 하나라 위로하며 견딘다. 

어떤 이들은 현실의 무게에 짓눌려 형을 기억하는 것조차 사치라고 생각할 수 있고, 반대로 어떤 이들은 형에 대한 고마움과 미안함이 너무 커 현실 자체가 사치로 느껴진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많은 녹취록 속 목소리와 서류들이 증명하듯 형은 이재학 피디 자신의 이름을 기억해달라는 것이 아니라 본인이 앞장서 길을 만들어 놓을 테니 그걸 기억해주고 따라서 같이 가자고 했던 것이다. 수풀 속에서 헤매고 상처받는 동료들을 대신해 길을 만들었을 뿐이고 자신이 아닌 그 길을 알아주고 기억해주길 바랐을 뿐이다.

형이 남긴 길과 발자취가 분명히 남아있고 우린 기억한다. 발이 닿지 않는 등산로는 금세 잊히고 사라지듯 우린 형이 남긴 그 길을 계속 뒤따라 밟아야 한다. 그래야 많은 사람이 그 길을 뒤따라올 수 있고 그렇게 큰 길이 될 수 있다.

형은 늘 이야기했던 대로 선례를 남기고 싶어 했다. 그의 목소리가 증명하듯 CJB청주방송뿐만 아니라 전국 방송계에 뿌리 박혀 있는 부당함과 부조리들을 경계하고 노동자들이 계약서라도 한 장 쓸 수 있길 바랐을 뿐이다.

그날 이후로 많은 방송사가 프리랜서와 급히 계약서들을 쓰기 시작했으니 형이 바라던 세상이 시작되었던 걸까? 책임이 있는 관련 부처나 조직들이 손 놓고 외면하고 있으니 혼자 얼마나 답답하고 외로웠을까.

그래서 남아있는 우린 그 길과 더불어 이런 이재학 PD도 함께 기억할 수밖에 없다. 그래야만 한다. 그게 바로 그를 위로할 수 있고 그에게 진 빚을 갚는 최소한의 방법이자 의무일 것이다.

형은 영영 떠난 게 아닌 먼저 출발을 했을 뿐이다. 어떤 이들은 장소로부터 형을 기억하고 또 어떤 이들은 시간으로부터 형을 기억한다. 또 어떤 이들은 어떤 노래로부터, 어떤 향기로부터 형을 기억하기도 한다. 매순간을 형과 연결지어 기억하는 사람들도 있다.

우리가 그를 기억하는 방법이 다르고, 기억하는 정도가 다르고, 기억하는 모습이 달라도 그가 시작한 그 길은 우리에게 하나의 길로 기억되길 바란다. 남은 우리의 모습이 서로 다를지언정 틀려서는 안 된다. 어떤 방법이든 우리 가슴 속엔 아직 이재학이 살아있다.

당신의 기억 속에 이재학은 어떤 사람이었나. 그리고 이재학의 기억 속에 당신은 어떤 사람이었을까.

덧붙이는 글 | 글쓴이 이대로는 이재학 피디의 동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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