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이 한 달 여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하지만 어쩐 일인지 대선후보들의 정책보다 정쟁이 인터넷을 달구고 있습니다. 상생보다는 공방으로 시끄러운 요즘입니다. 답답한 국민들의 마음을 알긴 하는 걸까요? 드라마와 영화 속 '선거 이야기'를 통해 대선 정국을 진단해보고자 합니다. [편집자말]
 
 드라마 <아메리칸 호러 스토리> 시즌7

드라마 <아메리칸 호러 스토리> 시즌7 ⓒ imdb

 
코앞으로 다가온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정치판을 보고 있노라니 미국 드라마 <아메리칸 호러 스토리>(아호스)가 생각났다. 고백하건대 나는 아호스의 오랜 팬으로서 '시즌 7 컬트' 편을 잊을 수 없다. 어느 영화나 드라마보다 흥미진진했던 2016년 미국 선거 이후를 주제로 하기도 했으니까. 아호스의 콘셉트인 으스스한 분위기는 물론 미국 내 혐오와 갈등, 반목을 폭력적으로 다뤘던 시즌이었다. '우리나라도 저렇게 되면 어쩌지'라며 극한 공포도 느꼈다. 
 
역사는 짧지만 다양한 민족이 살고 있는 미국은 사건사고가 많다. 애초에 이민자가 모인 나라, 시끄러울 수밖에 없는 이민족의 용광로다. 여전히 아메리칸드림이 식지 않은 나라이자, 최근 들어 중국의 추격이 무섭게 따라오고 있어 경계태세도 늦을 수 없다. 요 몇 년 미국은 1등 자리를 지키기 위해 해야 할 일이 많았다. '팍스 아메리카나'를 외치던 트럼프의 공약이 제대로 적중한 지난날을 돌이켜 보라. 누굴 뽑느냐에 따라 확연히 달라지는 유불리함은 대한민국이라고 해서 다르지 않다.
 
10년 동안 사랑받은 미국판 '전설의 고향'

미국판 전설의 고향이라 불리는 <아메리칸 호러 스토리>는 FX 채널의 청소년 관람불가 장수 드라마다. 2011년부터 방영해 1년에 1시즌씩 10년 넘게 방영되었으며 세련된 연출과 미장센, 수준급 오프닝으로 인기가 높다. 주요 테마는 미국 역사 속에서 벌어진 미스터리한 전설, 흉가, 대학살, 살인마, 마녀, 종말, 식민지, 종교집단, 정신병원 등이다. 대부분 도시 괴담을 담고 있으며 초현실적이다. 입에도 담기 어려운 욕설과 성묘사 등 수위 조절되지 않은 날 선 장면이 여과 없이 담겨 있다.
 
신체 훼손의 잔인함과 비주얼의 기괴함을 여과 없이 보여주기 때문에 심신미약자는 시청을 고려해야 할 정도다. 음산하고 칙칙해 끝까지 시청하기 어려운 장면이 계속되지만 그 속 서려 있는 아픈 역사의 진실, 개인의 기구한 사연을 알게 되는 순간 슬픔 혹은 공감이 밀려온다.
 
그 밖에도 촘촘한 스토리가 몰입도를 높이고 연기 구멍 없는 배우의 케미로 호러팬의 무한 신뢰를 얻고 있다. 특히 여성 서사와 젠더 이슈를 잘 다뤄 여성 팬이 유독 많다. 현재 한국에는 시즌 9까지 디즈니 플러스에서 스트리밍 되고 있으며 현지에서 시즌 10까지 나온 상태다.
 
사라 폴슨은 거의 모든 시즌 등장해 강력한 존재감을 선사한다. 제작자 라이언 머피와 드라마 <래치드>와 <아메리칸 크라임 스토리>에도 출연했다. 어떤 캐릭터도 자유자재로 가지고 논다. 가장 약한 존재처럼 보이지만 강인한 생명력으로 절대 죽지 않고 살아남는 특징이 있다. 그밖에 제시카 랭, 캐시 베이츠, 에반 피터슨, 재커리 퀸토, 레이디 가가 등 현 미국을 대표하는 신·구 배우가 총출동했다.
 
2016년 미국 대통령 선거 이후의 이야기
  
 드라마 <아메리칸 호러 스토리> 시즌7

드라마 <아메리칸 호러 스토리> 시즌7 ⓒ 아메리칸 호러 스토리

 
2016년 대선 결과를 지켜보던 앨리(사라 폴슨)는 패닉에 빠진다. 설마 했던 트럼프의 당선 소식으로 편집증이 되살아나고 있다. 잊고 있던 환 공포증, 광대 공포증이 고개를 들자 괴로워 정신과를 찾는다. 하지만 상담을 받고 약을 먹어도 더 커지기만 하는 신경쇠약. 이대로 무너질 수 없었다. 아내와 아이를 위해서라도 정신을 똑바로 차려야 한다.
 
앨리는 식당을 운영하는 아내 아이비(앨리슨 필)와 아들 오즈를 키우고 있는 동성 부부다. 정자를 제공받아 오즈를 낳았고 예쁘게 키우고 있던 중산층이다. 하지만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앞으로 펼쳐질 가혹한 삶을 견뎌야 하는 소외된 존재다. 트럼프는 여성, 동성애자, 이민자 등 소수자를 대놓고 혐오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같은 시각, 트럼프의 열렬한 지지자였던 카이(에반 피터슨)는 쾌재를 부르고 있었다. 그는 사회에서 소외된 사람들을 모아 범죄를 저지르고자 한다. 사회적 불안 뒤에 자라난 공포를 통해 환심을 사고 선동하는 음모 단체의 리더로 떠오른다.
 
그는 타인의 약점을 알아내 마음속 깊이 파고드는 데 성공한다. 흡사 사이비 교주 같은 카이는 정치판까지 진출하려 든다. 이를 표심으로 연결하고 자신의 이익을 이룬다. 작고 보잘것없는 일부터 시작해 미국 전체를 장악하려 든다. 과연 카이의 꿈은 성공할 수 있을까.
 
리더의 자질을 보여주는 공포드라마
 
 드라마 <아메리칸 호러 스토리> 시즌7

드라마 <아메리칸 호러 스토리> 시즌7 ⓒ imdb

 
드라마는 이 두 캐릭터를 필두로 선거 이후 상황을 공포 장르로 풀어 냈다. 백인 우월주의가 만연한 미국을 집중 조명한다. 이민자, 동성애, 여성 혐오, 진영 대립, 다크웹, 가짜 뉴스, 댓글 조작, 종교집단, 총기 소지, 인권 탄압, 네오나치즘 등 미국 사회 문제점을 집대성했다. 귀신이나 악마가 등장하지 않는 유일한 현실적인 시즌이지만 어느 때보다 무서웠다.
 
개인적으로 인상적인 장면은 백인 남성 하층민(힐빌리, 레드넥, 화이트 트레쉬)의 기괴한 행보였다. 투표 종료 몇 시간을 앞두고 모종의 사건에 연루돼 포박당해 나갈 수 없자, 스스로 팔을 자르고 투표장에 나타난 한 남자의 의지를 보여줬다.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하기 위해 그 남자가 한 엽기적인 행동을 통해 그 이면을 보게 된다. 대체 이들은 왜 선거에 집착했던 걸까. 
 
사회적으로 고립된 백인 노동 계층은 흑인보다도 소외된 계층이었으나 트럼프로 인해 주목받게 되었다. 실제 트럼프 당선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계층이기도 하다. 이 지역은 전통적으로 민주당 지지 지역이었지만, 점차 쇠락해 생계가 위협받자 뒤도 안 돌아보고 트럼프로 전향했다. '위대한 미국의 영광을 다시'를 외치는 트럼프를 신뢰했다. 트럼프의 공약은 이들의 복잡하고 고질적인 문제를 반드시 해결하겠다고 약속했고 실제로 표밭 효과가 적중했다.
 
그러나 트럼프는 근본적으로 꼬인 실타래를 풀 방법보다 눈에 보이는 것만 제거하는 안일한 태도를 보였다. 극심한 빈부격차는 여전하며 해결되지 않았다. 어디서 많이 본 것 같지 않은가. 선거에 당선되기 위해 공수표를 남발하는 정치인의 태도 중 하나다. 더 큰 화를 부른다는 사실을 알지만 당장의 쾌락과 안정을 포기할 수 없거나 미래를 그리기 힘든 사람들은 아호스 속 카이 같은 리더나 트럼프를 뽑을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이런 일은 비일비재하다. 멀리 떨어진 한국이라고 다르지도 않다. 
 
민주주의의 꽃이라 불리는 선거는 대표자를 선출하는 대의민주주의의 한 방법으로 불린다. 대한민국은 그동안 50여 차례가 넘는 크고 작은 선거를 치렀다. 올해는 제20대 대통령 선거와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를 앞두고 있다.

내가 행사할 수 있는 권리이자 의무인 투표권을 버리지 말고 소신 있게 쓰길 부탁한다. 당신의 한 표가 누군가의 미래를 바꿀 수도, 현재 당신의 삶을 바꿀 수도 있다는 생각을 잊지 않았으면 한다.
아메리칸 호러 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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