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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이 다가오고 있다. 명절에는 기름진 음식만 먹는 것이 아니라, 입가심을 해주는 개운한 음료도 필요하다. 한국의 대표 음료라고 하면 역시 수정과와 식혜를 떠올릴 것이다. 나는 그중에서도 특히 수정과를 좋아한다. 

그런데 이 수정과를 집에서 직접 만들어보면 설탕이 여간 많이 들어가는 게 아니다. 집에서 만들어도 그러니 마트에서 사 먹는 것은 그냥 설탕물이라 봐도 무방할 거라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몇 년 전 설탕을 끊고 나서는 이 수정과가 그리워도 만들 생각을 안 했었다. 하지만 겨울이 오면 수정과가 생각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그러다가 작년 초에 캐나다인 손님들을 초대하여 한식을 준비했는데, 그때 디저트로 이 수정과를 무설탕으로 만들어 봤더니 반응이 아주 좋았다.
 
잣 동동 띄워서 예쁜 잔에 서빙
 잣 동동 띄워서 예쁜 잔에 서빙
ⓒ 김정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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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이후로 용기를 얻어 추석 때에도 만들어서, 우리 집에 송편 빚으러 왔던 지인들과도 나눠먹었는데, 다들 맛있다며 레시피를 물었다. 나는 내가 워낙 달지 않게 먹어서 남들 입에는 안 맞을 것 같아 걱정했는데, 반응을 보니, 단 음식을 즐기지 않는 사람들이라면 충분히 맛있게 먹을 만하다 싶다.

설탕을 직접적으로 넣지는 않지만 단맛이 나는 재료를 함께 사용한다. 계피에서도 단 맛이 제법 나온다. 거기에 대추와 곶감을 넣으면 설탕 없이 자연스러운 단 맛을 낼 수 있다.

물론 이렇게 하면 자연 당분이 있어서 당지수는 좀 올라갈 것이다. 하지만 설탕이 듬뿍 들어간 수정과 같기야 하겠는가. 명절이니 이 정도로 맛을 즐기면 좋을 것 같다.

설탕 없이 깊은 수정과 맛 내기

설탕이 없기 때문에, 수정과의 깊은 향을 잘 내려면 재료를 넉넉히 써야 한다. 그리고 귀찮다고 생강과 계피를 함께 넣고 끓이면 본연의 맛이 잘 나오지 않는다. 향이 강한 계피와 생강이 서로의 향을 죽이기 때문이다. 반드시 따로 끓여서 합쳐야 한다.
 
계피와 생강을 따로 끓여야 한다
 계피와 생강을 따로 끓여야 한다
ⓒ 김정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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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피는 물로 먼지만 빠르게 휘리릭 씻어낸다. 깨끗하게 하겠다고 애벌로 끓여내는 경우도 보았는데, 그렇게 하면 이미 풍미는 반 이상 빠졌다고 봐야 한다. 계피는 찬물에 넣어서 끓이고, 넉넉하게 양을 넣어서 맛이 진하게 우리는 것이 좋다.

생강은 껍질을 까고 납작하게 썰어서 끓여준다. 나는 생강을 제일 큰 들통에 끓인다. 나중에 생강을 건져내고 여기에 다른 액체를 합쳐줄 것이다. 생강 끓이고 남은 것은 갈아서 냉동해뒀다가 음식 할 때 조금씩 넣어도 좋다. 대추도 따로 끓여준다. 

모든 재료는 큰 불로 먼저 끓인 후, 끓기 시작하면 불을 약불로 줄이고 뭉근하게 한 시간 정도 끓인다. 충분히 끓었다 싶으면 모든 물을 하나의 큰 솥으로 다 옮긴다. 이때 체를 받치고 건더기는 걸러낸다. 대추는 이미 흐물흐물하기 때문에 가능한 한 뭉개 준 후 체로 걸려준다. 

모두 한 군데로 모았으면 큰 불로 한 번만 더 와르르 끓여준다. 맛을 보고, 더 달았으면 좋겠다 싶으면 여기서 설탕이나 감미료를 넣을 수 있다. 하지만 식으면 좀 더 달아지니 뜨거울 때를 기준으로 맛을 맞추면 안 된다. 그리고 완전히 식은 후에 곶감을 넣을 것이기 때문에 또 달아진다.
 
유리병에 담아서 냉장고에 보관한 수정과
 유리병에 담아서 냉장고에 보관한 수정과
ⓒ 김정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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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작년 연말에 준비하면서 이렇게 진하게 우려서 병 3개를 만들었고, 그중 큰 플라스틱병 하나는 설 때 먹으려고 얼려두었다. 

수정과는 또한, 이렇게 해서 물만 마시지 않는다. 잔에 따라 낼 때, 곶감도 넣고, 잣도 띄우고, 대추도 띄워서 마무리하기 때문에, 수정과 자체의 맛이 그리 달지 않아도 그 풍미를 충분히 즐길 수 있다. 

대추는 돌려 깎기 하여 씨를 뺀 후 돌돌 말아서 랩으로 칭칭 감아서 냉동하였다가 썰어준다. 랩을 벗기지 않고 그대로 김밥 썰듯이 썰은 후 랩을 제거하는 것이 더 깔끔하게 잘린다. 
 
대추는 돌려 깎아서 씨를 제거하고 돌돌 말은 후, 랩으로 칭칭 감아 고정한다.
 대추는 돌려 깎아서 씨를 제거하고 돌돌 말은 후, 랩으로 칭칭 감아 고정한다.
ⓒ 김정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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곶감은 호두를 넣어 돌돌 말아 냉동실에서 굳힌 후 썰어준다.
 곶감은 호두를 넣어 돌돌 말아 냉동실에서 굳힌 후 썰어준다.
ⓒ 김정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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곶감도 비슷하게 손질한다. 칼금을 내서 벌린 후, 씨를 빼고 그 자리에 호두를 넣어 돌돌 말아준다. 호두는 4등분 정도가 적당하다. 시작점에 호두를 놓고 한 번 말은 후, 다시 호두를 넣는 식으로 반복한 후 단단히 눌러서 모양을 잡는다. 마찬가지로 얼려서 썰어주면 예쁜 곶감 호두말이 꽃장식이 된다. 

잣은 갓을 떼어서 깔끔하게 준비한다. 이제 이것들을 모두 냉동실에 넣어두고, 필요한 만큼씩만 잘라서 사용하면 좋다. 예쁜 잔에 장식들을 넣고, 수정과를 부어주면 마시는 동안 곶감이 젖어들면서 부드러워져서 먹기도 좋다. 

<무설탕 수정과 만드는 법>

- 생강 200g + 물 2리터
- 계피 200g + 물 2리터
- 대추 10알 + 물 1리터
- 소금 1/2 작은술
- 곶감 3개

1. 생강은 껍질을 까고 씻은 후, 납작납작하게 썰어서 물 붓고 끓인다.
2. 계피는 통째로 물로 빠르게 씻어준 후, 큰 들통에 물 받아서 끓여준다.
3. 대추도 살짝 헹궈서 물 넣고 끓인다. 단감을 사용하면 이때 함께 넣고 끓인다.
4. 큰 불로 끓이기 시작하여, 끓기 시작하면 불을 줄이고 중약불로 1시간 정도 끓인다.
5. 건더기 다 건져내고 그대로 모두 한 군데 모아서, 소금 조금 넣고 와르르 끓을 때까지만 끓여준다.
6. 한 김 식으면 곶감을 넣고 완전히 식힌 후 냉장 보관하여 먹는다.
7. 먹을 때, 곶감과 대추 편, 잣을 얹어서 예쁘게 서빙한다.
    
* 플라스틱 병에 담아 냉동하였다가, 먹기 하루 전날 내려서 먹으면 똑같이 맛있다.
* 남은 생강을 분마기로 갈아서 소분해서 냉동했다가 음식 할 때 사용해도 좋다

 
곶감, 잣, 대추를 넣어서 먹으면, 디저트가 따로 필요 없다
 곶감, 잣, 대추를 넣어서 먹으면, 디저트가 따로 필요 없다
ⓒ 김정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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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기자의 브런치에도 같은 내용이 실립니다 (https://brunch.co.kr/@lachouet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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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에 거주하며, 많이 사랑하고, 때론 많이 무모한 황혼 청춘을 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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