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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배달외식업 자영업자였으며 한때 배달대행 사업과 배달 플랫폼 앱 사업에도 참여했었고, 직전까지는 배달외식업 프랜차이즈도 운영했습니다. 그리고 수년 동안 투잡으로 대형 브랜드 가맹점에서 배달 기사로도 일하고 있습니다.[기자말]
최근 강남 지역에서 일하는 플랫폼 배달대행 기사가 월 1300만 원을 벌었다는 기사가 포털사이트에 올라왔다. 여러 언론사가 관련 내용을 보도했지만 묘하게도 제목은 '(배달 기사의 수입이) 의사급이다. 의사만큼 번다, 의사 안 부럽다'와 같이, 서로 약속이나 한 듯 비슷했다.

이날 배달대행 업계 종사자 몇몇과 전화 통화로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물었다. 가장 먼저 통화가 된 A씨는 현재 배달대행업체 사장이다.

"형님도 잘 아시잖아요, 우리 업체에도 월 천만 원짜리 기사 있었던 거, 그러니 1300만 원도 있을 수 있죠~. 어느 업종이나 상위 1%는 존재하잖아요, 아니 저건 0.1%겠네, 아무나 할 수 없다는 게 문제지."

두 번째로 통화한 B씨는 현재 부업으로 주말에 플랫폼 배달대행 일을 하고 있다.

"나도 일하면서 플랫폼 배달로 월 700~800만 원 버는 대행기사 봤었어. 그런데 그 친구 휴대폰 두 개로 쿠팡과 배민을 동시에 하더라고, 대단해."

"이번에 김씨 형님이 700만 원 벌었습니다"

배달대행 사업이 소위 '돈벌이'가 괜찮은 사업(직업)이 되었던 것이 아마 2015년쯤인 듯 싶다. 당시 최저임금은 5580원이었지만, 우리 지역의 배달 기사들은 평균 7000원 이상의 시급을 받고 있었다. 이것은 해당 업계 배달 기사 공급이 수요를 못 따라갔다는 방증이었다.

배달대행은 이런 수요에 반응하며 생겼다. 2015년 어느 날, 우리 가게 거래처인 배달대행 사무실 실장은 내게 "이번에 김씨 형님이 700만 원 벌었습니다"라고 했다. 도저히 믿기지 않았다. 그때 대행비는 건당 2500원 수준이었고 기사들은 그조차도 다 받지 못했다. '콜값'이라고 해서 대행 사무실이 건당 100원, 200원을 떼어 갔기 때문이다.

여하튼 2015년 배달대행 기사의 수입이 그랬다면, 배달 외식 시장을 차지하기 위해 거대 배달 플랫폼 기업들이 경쟁적으로 금전을 살포하는 2022년 현재, 어느 배달대행 기사가 벌었다는 '월 1300만 원 수입'은 결코 과장만은 아닐 것이다.

그렇다면 정말 이상하지 않는가? 배달외식업 사장들은 앞서 밝힌 것처럼 배달대행으로 고수입이 가능함을 오래전부터 직접 목격했다. 더욱이 그들은 오토바이 배달에 익숙하고 자기 동네는 눈 감고도 다닐 수 있는 사람들인데 왜 바로 옆 '황금의 땅 엘도라도'를 바라만 보면서 '오늘도 장사가 안돼'라는 푸념만 늘어놓고 있었을까?

극한 직업... 부지런함은 기본, 재능과 인내심은 필수
  
민주노총 서비스일반노동조합 배민라이더스지회 소속 배달노동자들이 지난해 3월19일 음식 주문 플랫폼 ‘배달의 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 앞에서 배민라이더스 배달노동자 대회를 열어 처우개선을 촉구하는 모습.
 민주노총 서비스일반노동조합 배민라이더스지회 소속 배달노동자들이 지난해 3월19일 음식 주문 플랫폼 ‘배달의 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 앞에서 배민라이더스 배달노동자 대회를 열어 처우개선을 촉구하는 모습.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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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씨 형님 정말 독해요! 애들은 빨리 나오라고 다그쳐도 잘해봐야 오후 2, 3시 넘어서 겨우 나오거든요. 그런데 김씨 형님은 오전 10시에 출근해요. 주간에 애들이 없으니 주간 배달은 그분이 거의 다 가져가는 거죠. 그렇게 새벽 1시까지 일해요. 그러니까 하루 15시간을 하루도 쉬지 않고 일하는 거예요."

대행 사무실 실장 말에 의하면 그 '김씨'는 하루 최소 70건에서 때로는 100건의 배달을 소화했다고 한다. 그는 물 마시는 시간도 아까워 오토바이 주행 중 갈증이 나면 그걸 해소하기 위해 배달 조끼 어깨에 붙어있는 작은 주머니에 호스를 연결한 우유 팩을 넣어 두고 마셨고(이들은 화장실 가는 횟수를 줄이고자 의도적으로 수분 섭취를 최소화하기도 한다), 때로는 빵이나 삼각 주먹밥이 그날 근무 중 식사의 전부일 때도 있다고 한다. 그러니까 그는 '한 번 말 위에 오르면 열흘을 말 위에서 자고 먹고 마신다'라는 현실판 '몽골의 전사'였다.

그런데 이건, 고소득 배달 라이더가 반드시 갖춰야 할 기본 덕목 중 하나일 뿐이다. 당연히 이곳도 나름의 재능이 필요하다. 스스로 배달 요청을 선택하고 여러 배달 건을 묶음 배송으로 처리하는 지역 배달대행은 좋은 길눈, 판단력, 운동신경까지 갖춰야 고소득 배달 라이더가 될 수 있다(이건 정말 직접 해봐야 무슨 소리인지 알게 된다). 이런 능력이 없는 사람은 비슷한 시간을 일해도 앞서 언급한 수준의 고소득은 어림도 없다. 괜히 무리하게 경쟁에 뛰어들다 건강만 상하거나 사고로 도태될 뿐이다.

물론, 요즘 말도 많고 탈도 많은 플랫폼 기업들의 '단건 배달' 경우는 조금 다르다. AI 자동 배차에 내비게이션 안내도 해주기에 이런 재능이 덜 중요 하지만, 여전히 길눈이 좋으면 내비게이션 안내보다 더 빨리 갈 수 있고, 좋은 판단력과 운동신경을 가지고 있으면 도로에서 발생하는 돌발 상황에 상대적으로 쉽게 대처할 수 있으니, 다른 이보다 경쟁력에서 앞서게 된다.

필요한 덕목이 하나 더 있다. 라이더의 숙명은 외부 기상(날씨)을 오롯이 몸으로 받아내야 한다는 거다. 아무리 두꺼운 패딩을 걸치고 속에 수 겹의 옷을 입는다 한들 영하의 칼바람을 십수 시간씩 버티는 건 쉽지 않다. 추위가 주는 고통은 이루 말할 수가 없다.

그럼 더운 날은 어떨까? 오뉴월 삼복더위가 맹위를 떨치는 날은 타오르는 듯한 아스팔트 열기에 숨이 턱턱 막힌다. 여기에 비까지 오면 그야말로 사면초가다. 덥고 습한 날엔 헬멧만으로도 벅찬데 우비까지 입으면 현기증이 난다. 이런 악조건을 하루 15시간 견뎌야 한다. 그러니까 고소득 라이더가 반드시 갖춰야 할 덕목에는 인도의 고행 수도승에 필적할 '인내심' 또한 포함돼 있단 이야기다. 

사고 총량의 법칙
  
눈, 비 오는 날 지하 주차장은 빙판과 다를 게 없다.
 눈, 비 오는 날 지하 주차장은 빙판과 다를 게 없다.
ⓒ 권성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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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그럼 '안전'은 어떠할까? 두 바퀴의 불안전성은 눈과 비가 내릴 때 극명하게 드러난다. 눈, 비 오는 날 길이 미끄럽다는 것은 누구나 알지만, 이런 날 아스팔트 위의 맨홀 뚜껑과 길에 칠해진 빛 반사 페인트의 위험성은 경험자만이 안다. 더욱이 아파트 주차장에 칠해진 에폭시 페인트는 가히 빙상장을 방불케 한다.

이곳은 아무리 연륜 있고 타고난 운동신경을 가진 사람이라고 해도 조금만 방심하면 바로 넘어진다. 거기다 아스팔트에 '블랙 아이스'라도 생기면, 정말 극한의 공포가 무엇인지 알게 된다. 이러니 악천후가 도래하면 배달 기사들이 대거 이탈한다. 남아 있는 기사들은 가족 부양 등 뭔가 간절한 사람들뿐이다. 그래서 플랫폼 기업들이 악천후 할증 수당을 당근책으로 쓴다.

실제 앞서 언급한 그 '김씨'의 경우도 도로에서 한동안 안 보이면 사고로 병원에 입원한 것이었다. 사고는 언제나 존재하는 확률이다. 그리고 그 확률 크기는 도로에 머무는 시간에 비례한다. 그래서 이 업계에서는 현재는 무사고 기사라고 할지라도 언젠가는(근무하는 시간이 질어질수록) 정해진 '사고의 총량'을 채우게 된다는 말이 회자되기도 한다. 

실제 필자도 20년 무사고 운전경력자였지만, 배달외식업에 종사하기 시작한 지 2년 만에 세 번의 사고를 당했다. 그것도 상대방 차주의 일방적 과실로 말이다. 이건 내가 아무리 조심해도, 날 사고는 난다는 뜻이다.  
 
배달 수수료가 높기로 소문난 지역의 1월 수수료 단가가 7천 원대이다. 이외의 지역은 3, 4천에 불과했다고 한다.
 배달 수수료가 높기로 소문난 지역의 1월 수수료 단가가 7천 원대이다. 이외의 지역은 3, 4천에 불과했다고 한다.
ⓒ 권성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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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 어떻겠는가? 외식 자영업자 중에서 차라리 배달대행이나 할까 하다가도 그들이 겪는 고통을 보면 그 마음이 싹 달아나게 된다. 그래서 지금도 배달대행 업체들이 구인난에 시달리고 있다. 이런 상황 때문에 배달 플랫폼 기업들이 온갖 '프로모션'을 붙여 경쟁적으로 배달 수수료를 올리는 것이다. 그리고 최근 언론에 오르내리는 '건당 만 원'이 넘는 배달료 이면에는 다음과 같은 불편한 진실이 숨어 있다.

'배달 기사보다 배달 수요가 압도적으로 많은 지역(강남)에서 극성수기(12월)에 악천후 할증까지 더해진 피크타임(식사 시간) 때나 가능한 금액'

어떠한가? 이 글을 보니 이 정도면 '나도 한 번' 이라는 의욕이 생기는가? 아니면 어느 기사의 제목처럼 '의사만큼' 벌 수 있는지는 몰라도 그만큼 접근하기 어려운 직업이란 생각이 드는가?

어느 직업이나 그 직업만이 가지는 애환이 있다. 배달 직업 또한 이 직업 특유의 웃을 수도 울 수도 없는 에피소드들이 많지만 지면의 한계상 이만 줄이고, 다음 회차에 전하지 못한 나머지 이야기를 들려 드리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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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원에서 자영업자 그리고 시급제 노동자와 법인대표로 일하며 느낀 멀리서 보면 희극 가까이서 보면 비극 같은 세상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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