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견 케어를 둘러싼 불만이 종종 가족간의 갈등으로까지 번질 수도 있다. 1월 24일 방송된 KBS 2TV <개는 훌륭하다>(이하 개훌륭)에서는 입질과 짖음이 심각한 푸들 간장이와, 이를 두고 독박 육아로 갈등을 빚고있는 보호자 가족의 사연이 그려졌다.
 
오늘의 고민견은 푸들이었다. <개훌륭> 역대 최다 출연 견종이기도 한 푸들은 19세기 유럽에서 유랑서커스를 하는 집시들이 푸들의 뛰어난 지능과 학습능력을 인지하고 서커스견으로 활용하기 시작했다고. 현재는 워킹독보다는 가정견으로 전세계 반려견주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견종이었다.
 
고민견은 '간장이'라는 이름을 가진 5살짜리 푸들이었다. 모든 가족들의 두터운 사랑을 받고 있는 간장이는 이 가족이 처음으로 키우기 시작한 반려견이라고. 솔루션을 처음 의뢰한 보호자는 <개훌륭> 게시판에 "저 좀 살려주세요"라는 간절한 호소로 궁금증을 불러일으켰다.

고민을 의뢰한 주인공은 바로 딸이었다. 아파트에 거주하는 4인 가족 중에서도 자신을 '주보호자'라고 밝힌 딸의 고민대상은 간장이가 아니라 바로 가족들이었다. 지난 110회에서 할리앤 하츠편에서 엄마 보호자의 과잉애정과 산책문제를 고발했던 딸의 사연과 흡사했다.
 
딸 보호자는 산책-목욕-밥주기-놀아주기-약 투여 등 간장이와 관련된 모든 일을 거의 홀로 전담해야는 '독박 육아'에 대한 부담을 호소했다. 실제로 딸이 간장이를 챙길동안 다른 가족들은 그저 멀뚱멀뚱 지켜보기만 할뿐이었다. 아버지는 "나는 못한다"며 손사래를 치면서도 정작 간장이를 힘들게 목욕시키는 딸의 등뒤에서 잔소리를 늘어놓으며 딸의 분노를 자아냈다.

또한 아버지는 간장이에게 사람이 먹는 음식을 간식으로 주는 일이 잦았다. 딸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아버지는 문제없다며 고집을 부렸다. 간장이를 예뻐하는 마음은 강했으나 반려견에 대한 지식은 전무했다.
 
아버지는 간장이를 예뻐하면서도 직접 산책시키기 등을 한사코 거부하는 이유에 대하여 "지X견'이라고 고백했다. 간장이는 밖으로 나오기만하면 산책 내내 짖어댔다. 아버지는 "사람만 보면 달려들고 짖어댄다. 동네창피해서 데리고 다닐 수 없다"며 속내를 밝혔다. 또한 아들 보호자가 산책을 데리고 나왔을 때는 걷지 않고 안기는데 집착하거나, 원하는대로 해주지 않으면 오히려 아들을 물어버리는 등 보호자에 따라서 반응도 극과 극이었다.

딸은 "간장이를 잘 키우고 싶다. 이렇게 가족이 많은 집에서 산책을 하루에 한번도 못 나간다는 건 죄책감이 든다"면서 "가족들이 일주일에 한번이라도 산책을 시켜주면 나머지는 제가 다 하겠다. 제발 제 말좀 들어달라"며 간곡하게 호소했다. 강형욱은 "딸의 소망이 거창한 게 아니다"라며 안타까움을 호소했다.
 
그저 무관심해보이던 아버지에게도 의외의 모습이 있었다. 아버지는 딸과 간장이에게 보내는 영상 메시지를 촬영하던중 갑자기 눈물을 보였다. 무뚝뚝한 성격으로 표현에 서툴렀던 아버지는 간장이를 키우면서 "가족들과 대화도 더 많이 됐고, 성격도 더 부드러워졌다"고 고백했다. 우리 시대 평범한 우리네 중장년 가장의 전형적인 모습이었다. 

반려견에 대한 애정은 진심이었지만, '보호자'로서 뒤따라야 할 책임감과 이해가 부족한 모습은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비슷한 연배로서 아버지 보호자의 입장에 공감한 이경규는 "마음속으로 반려견을 사랑하는데 겉으로 표현을 못하니까 이야기를 하다가 울컥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경규와 장도연이 먼저 보호자 가족을 방문했다. 첫 번째 문제가 간장이의 요란한 짖음이라면, 두 번째 문제는 간장이로 인하여 벌어진 부녀 사이의 갈등이었다. 아버지는 간장이가 어릴때부터 사회성이 떨어져서 다른 사람이나 개를 봐도 짖어댄다고 고백했다. 알고보니 딸에게 간장이의 독박육아를 맡기는 이유는 동물병원에서 근무한 경험 때문이라고.
 
이경규는 "아마 아버지가 하는 일은 간장이와 집에서 장난치며 놀아주는 것 뿐"이라고 예측했고, 장도연은 "딸에게 믿고 맡긴다기엔 잔소리가 많더라"고 연달아 팩트폭행을 날리며 아버지를 당황하게 했다. 궁지에 몰린 아버지는 요리조리 답변을 회피하며 어떻게든 화제를 돌리려는 토크 드리블로 웃음을 자아냈다.

아버지를 설득하려던 이경규는 정작 자신도 사람이 먹는 후라이드 치킨을 반려견에게 간식을 준 일화를 스스로 고백하거나, 집에서 반려견 산책을 누가 시키냐는 아버지의 역질문을 받고 버벅거리며 당혹해하는 모습으로 폭소를 자아냈다. 지켜보던 강형욱은 "(아버지 보호자나 이경규나) 둘이 똑같다"고 어이없어하며 허탈한 웃음을 감추지 못했다.
 
강형욱이 손 부상에도 불구하고 솔루션을 위하여 나섰다. 간장이는 강형욱을 보자 더욱 경계심을 드러내며 짖어댔고 심지어 바짓자락을 물기도 했다. 강형욱이 입구에 들어서기도 전에 간장이와 팽팽하게 대치하는 돌발 상황이 벌어졌다. 딸은 그 모습에 눈물까지 흘렸다. 

유심히 지켜보던 강형욱은 간장이의 짖음이 실제는 '도망가고 싶은 두려움'에서 나왔다는 것을 파악했다. 강형욱이 목줄을 발로 밟으며 이동을 불편하게 하자 간장이의 짖은 한결 줄어들었다. "도망칠 수 있으니까 무는 거다. 도망치지 못하면 짖음도 줄어든다"고 설명했다.
 
강형욱은 "간장이가 잘못된 메시지를 받고 있다. 이런 행동을 가족들이 좋아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해 가족들을 놀라게 했다. 실제로 간장이는 짖으면서도 끊임없이 보호자들의 눈치를 보고 있었다. 강형욱은 "보호자들의 진심을 알려줘야 한다.면서 딸 보호자에게 간장이가 짖을 때마다 무시하고 목줄을 잡고 다른 곳으로 계속 이동하도록 지시했다. 지켜보던 이경규는 "5년간 습관이 됐는데 하루아침에 고치려니까 힘들다"며 인내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강형욱은 간장이의 목줄을 강하게 다잡으며 보호자들에게 사랑하는 만큼 '냉정한 교육'을 주문했다. 강형욱은 자식에 대한 과잉애정을 드러내는 '극성 부모'에 빗대어 직접 연기까지 선보였다. 

딸의 만류에도 간장이가 애교를 부리면 간식을 주는 행동에 대하여, 아버지는 "자녀들에게도 같이 못놀아준게 미안해서 보상 차원에서 아이들이 다 해줬다. 그런 마음이 간장이한테도 나타나서 간식을 주는 것"이라며 속내를 밝혔다.

강형욱은 아버지가 조심할 것으로 "우쭈쭈하지 않기, 점프하면 밀치기, 간식 주지않기"를 주문하며 간장이를 위해서라도 애정 과잉을 자제하고 좀더 냉정하게 행동할 것을 당부했다. 여전히 망설이는 아버지에게 강형욱은 최후의 카드로 태어나지도 않은 '손주'를 언급하며 "손주 밥을 간장이가 뺏어먹거나, 손주 얼굴에 상처를 내면 어떡할거냐, 그래서 자식이 손주를 안 데려오겠다면 어떡할거냐"라고 강수를 던졌다.

강형욱은 보호자들과 산책 훈련을 통하여 짖음 줄이기, 남동생 보호자에 대한 집착 줄이기, 아빠와 함께 산책하기 등을 훈련했다. 보호자들은 간장이의 짖음 때문에 산책시 눈치를 봐야했지만 알고보니 간장이도 그런 보호자들의 반응에 눈치를 보고 있었다.

강형욱은 "간장이가 그동안 산책의 즐거움을 잘 모르고 있었다"고 지적하며 "다른 사람들과 보호자가 친하다는 사실을 알게되면 이제 무서워서 짖지 않을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보호자들도 사회적인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당부했다.
 
마지막 고민인 간식 주기에 대해서는 아버지 보호자가 끝까지 망설였으나 '1일 1간식'주기로 약속하며 극적인 타협에 성공했다. 아버지는 "이렇게 쉬운 방법이 있었는데 너무 몰랐었나 생각이 들었다. 오늘 훈련을 정말 잘 받았다"는 소감을 밝혔다. 딸도 "아빠는 변하실 것 같다"며 희망을 드러냈다. 가족들은 이후로도 꾸준히 약속을 지키며 간장이와 행복하게 함께하는 일상을 위하여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미국의 유명한 동물학자 마크 베코프 교수는 "개와 산다는 것은 요람에서 무덤까지 책임을 진다는 의미"라는 어록을 남겼다. 부모가 아이를 정성을 다해서 키우듯이, 개를 기르는 것도 결국은 하나의 소중한 생명을 지키고 만들어가는 과정이다.

사랑하는 내 아이를 더 훌륭한 사람으로 만들기 위하여 때로는 엄한 훈육도 필요하듯이, 반려견 역시 일방적인 애정과 보상만이 정답은 아니다. 많은 초보 견주들이 애정과 냉정 사이에서 종종 실수를 저지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행착오를 극복하고 더 나은 공존을 위하여 최선을 다하려는 보호자들의 진심은, 이래서 '가족은 훌륭하다'는 박수를 받을 만했다.
개는훌륭하다 푸들 강형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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