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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여 전 <90년생이 온다>라는 책이 화제를 모은 적이 있다. 온다던 그들이 왔다. 90년생이라는 것은 1990년대 이후 출생한 세대를 의미한다. 그들은 누구인가? 그들이 주장하는 공정이란 무엇인가? 그들은 왜 정권교체를 열망하는가? 그들은 왜 윤석열을 지지하는가? 그들의 실체는 무엇인가?

<90년생이 온다>의 저자가 관찰한 90년생의 특징은 '대체로 대기업보다 9급 공무원 선호', '취업에 도움이 되지 않는 동아리 활동 기피', '워라밸 등 줄임말과 은어의 사용', 'SNS를 통한 참여', '책 대신 유튜브 선호', '제목 읽고 댓글로 이동' 등으로 요약할 수 있겠다. 저자에 따르면 "그들은 현 시대에 적응하고 살아남기 위해 노력할 뿐"이라고 한다.

90년생의 성격 형성에 결정적인 영향을 준 것은 인터넷이다. MZ세대라고도 하고 2030세대라고도 하는 그들은 디지털 세대이며, 인터넷 세대이며, 특히 모바일 세대다. 그들이 태어날 때 인터넷이 보편화되기 시작했고, 성장하면서 디지털 기기와 자연스럽게 만났다. 대학생이 되었을 때는 모바일 폰이 손에 쥐어졌다. 그 후로 모든 것이 바뀌기 시작했다.

미디어 이론가였던 매클루언(Marshall McLuhan)은 '미디어가 메시지다'라는 유명한 말을 남겼다. 언론학자들은 이 말을 미디어가 메시지에 영향을 미친다는 의미로 해석하는데, 그렇지 않다. 미디어 효과이론에서는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치는 것은 메시지라고 전제한다.

그러나 매클루언은 메시지가 아니라 미디어라고 했다.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치고 그 결과 사회를 변화시키는 것은 메시지가 아니라 미디어라는 것이다. 생각해보라. 90년생에게 영향을 미치고 세상을 혁명적으로 바꿔놓은 게 미디어인가, 메시지인가? 미디어 그 자체다. 적어도 미디어가 선행적이고, 메시지는 그 다음이다.

포털과 유튜브에서 정보를 찾고, SNS로 소통하며 참여하는 90년생은 학교에서 공부하는 교재가 아니면 책을 읽지 않는다. 호모 사피언스의 DNA가 바뀌는 것이다. 인류는 원래 말로 소통하는 세월이 훨씬 길었다. 그래서 기억력이 매우 뛰어났다. 지금 두 권의 책으로 되어 있는 트로이 전쟁의 이야기를 호메로스는 통째로 암기하고 있었다.

그러나 문자를 사용하고 책이 유통되면서 인간의 기억력은 쇠퇴했다. 기억력은 외우려고 노력하지 않으면 쇠퇴한다. 노래방 이후 가사를 보지 않고 노래를 부르기 어려워진 것도 마찬가지다.

인쇄술은 기억력의 쇠퇴를 가속시켰다. 문자의 사용은 길어야 5천 년, 대중적으로 사용되기는 불과 100년이지만, 말은 최소한 20만 년이다. 인류에게 문자를 배워 익히고 인쇄된 책을 읽는다는 것은 여전히 어렵다. 말처럼 문자에 익숙해지기에는 진화의 속도가 너무 느리다. 말은 자연스럽게 하게 되지만 문자를 익히는 것은 쉽지 않다.

20세기 중반 전자혁명 이후 그 정점에 도달한 인터넷, 그 중에서도 유튜브는 90년생에게 해방의 미디어일 것이다. 그래서 매클루언은 전기 미디어가 인류를 원시부족사회로 복귀시켜놓았다고 했던 것이다.

매클루언은 또한 미디어를 핫과 쿨로 구분했다. 핫 미디어는 정보 밀도가 높아서 참여의 여지가 없고, 쿨 미디어는 정보 밀도가 낮아서 참여를 이끌어낸다는 것이다. 핫 미디어와 쿨 미디어는 사람들의 감각비율과 지각비율에 영향을 미친다고도 했다. 과학적으로 증명되는 통찰이다.

이 구분을 대선 후보에게 적용해보자면 이재명 후보는 '핫'하고, 윤석열 후보는 '쿨'하다. 이재명은 공약을 자세히 설명하고, 윤석열은 '여성가족부 폐지'와 같이 줄이고 압축한다. 90년생이 아마 윤석열에게 끌리는 요인 중 하나일 것으로 추측할 수 있다.

90년대생은 IMF 외환위기를 겪은 1970년대생인 X세대와 다르고, 1960년대생인 386과도 다르다. 6월 항쟁과 1991년 민주화투쟁도 겪지 않았다. 따라서 보수니 진보니 하는 구분도 없고, 정치적 선입견도 없고, 진영 논리도 없다. 공동체 의식도 없고, 따라서 추구하는 가치도 없다. 그런 세대에게 매스 미디어에서 퍼스널 미디어로의 이동은 제격이었을 것이다.

90년생은 윤석열 후보에게 압도적인 지지를 보내고 있다. 물론 그때그때 다르고 견고한 지지는 아니지만, 무시해도 되는 현상은 아니다. 그들에 대한 선거 전략이 달라야 한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무엇보다도 미디어 전략이 달라야 한다. 그들은 '꼰대세대'들이 선호하는 신문과 방송을 보지 않는다. 전혀 다른 존재들이다. 따라서 그들이 선호하는 미디어로 접근하고, 그들의 취향에 맞는 메시지를 개발해야 하는 것이다.

그들이 주장하는 '공정'은 샌덜이나 기성세대가 강조하는 개념과 다르다. 치열한 경쟁을 뚫고 SKY 또는 서울의 대학에 진학해서 배운 것은 취직과 관련된 공부 일색이다시피 하다. 그 후유증이 인국공 사태로 폭발했다. 본질은 교육의 실패라고 본다. 신인류라고 할 수 있는 90년생에게 낡은 시스템의 교육을 강제하고, 인성교육을 배제한 것이다. 고등학교 때는 대학입시 준비, 대학에 들어가서는 취업 준비. 이걸 교육이라고 할 수 있나? 교육문제에 대해서는 따로 논의하기로 한다.

<90년생이 온다>는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 직원들에게 읽어보라고 선물했다는 것으로도 유명세를 탔었다. 그러나 그것뿐, 90년생에게 어필할 수 있는 정책의 개발은 없었다. 90년생에게 특화된 미디어 전략도 눈에 띄지 않는다. 선거를 떠나 정부와 정치권은 미디어 전략의 수립, 교육개혁, 조세정책 등 90년생을 위한 전반적인 대책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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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언론정보학회 회장, 한일장신대 교수, 전북민언련 공동대표, 민언련 공동대표 등 역임. 현재 방송콘텐츠진흥재단 이사장, 리영희기념사업회 운영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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