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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에 뭐하냐?"

친구가 묻는다. "주말엔 쉬어야지"라고 말하자 피식 웃는 소리가 전화기 너머로 들렸다. 그리곤, "매일 쉬면서 무슨?"   

매일 쉬다니.... 전화를 끊고 났지만 친구의 그 말은 어쩐지 나태해 보였다. 백수도 주말엔 쉰다. 그리고 월요일을 기다린다. 이유는 아직 잘 모르겠으나 월요일 아침이면 출근하듯 일찍 일어나 세수를 하고 거울을 본다.

거울을 보는 그 짧은 순간에 기분이 설레는 긴장감을 느낀다. 금방 현타가 오지만 달라질 건 없다.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공을 들여 아침을 준비하고 느긋하게 아침을 먹는다. 서두르진 않아도 된다.

사람들은 백수가 되면 매일 쉬는 줄 알고 있다. 아니 놀고 있다는 표현이 어울리겠다. 그러나 백수도 생활화 되다 보면 등급이 있다. 경지에 이르면 슬기로운 백수 생활을 할 수 있다.

주 5일 백수를 실천하고 2일은 오로지 완벽하게 쉬어야 한다. 완벽하게 쉰다는 것은 아무것도 안 한다는 것이다. 내가 하고 싶은 것만 선택적으로 한다는 것이 더 정확하겠다. 백수가 된 후의 주말은 그야말로 휴식의 결정체였다. 집안일도, 쇼핑도, 산책도, 여행도, 전화 통화를 하며 사람을 만나는 일도 주말엔 모두 멈춤이다. 그런 일들은 모두 평일에 이루어져야 한다. 백수생활 나름의 규정이다.

작년 가을 꽤 괜찮은 직장에서 자발적 퇴사를 하고 스스로 백수가 되었다. 굳이 이유를 꼽자면 업무도 업무지만 1주에 한 번씩 실시하는 코로나 진단검사가 싫었다. 코로나 시대가 장기화되면서 스스로 고립을 선택하기로 결심한 것이다.

그렇게 결심하고 나자 백수로서 생활 단계를 구축했다. 백수 경력자가 되면 백수 생활을 제대로 즐길 수 있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욕심을 버린 경제적 활동을 해야 한다. 백수도 돈은 벌어야 한다. 사회 구성원으로서 직장을 안 다니는 것뿐이지 경제적 활동을 안 하면 안 된다.

조금 자유로운 경제 활동이라고 정의하자. 어떤 이유에서든 백수가 되었다고 좌절하거나 무기력하게 가만히 있어선 안 된다. 뭐든, 바쁘게 움직이고 끊임없이 찾다 보면 분명 길이 있음을 경험으로 알고 있다. 진정한 백수가 된 후로 더 바빠진 것 같다. 직장 생활하면서도 바빠본 적 없는 하루를 보내고 있다.

백수 하루 일과는 아침 8시에 시작해서 오후 4시쯤 마무리된다. 아침 기상시간이 7시임을 감안하면 비교적 이른 시간에 하루를 시작하는 편이다. 7시에 일어나는 건 그 시간에 저절로 눈이 떠지기 때문이지 강제적인 것은 없다. 백수의 가장 큰 장점은 모든 것이 자유의지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다는 것인데 아침 기상시간에 족쇄를 채우지는 않는다.  
  
평일엔 잘 안 보던 TV를 켜고 소파에 누워 과자를 먹으며 하루 종일 뒹굴거린다.
 평일엔 잘 안 보던 TV를 켜고 소파에 누워 과자를 먹으며 하루 종일 뒹굴거린다.
ⓒ envato elem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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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역시 처음 백수가 되었을 땐 걱정이 앞섰다. 조기 은퇴라는 말이 유행했지만 나에게 아직 은퇴라는 단어가 어울리지 않았고 무엇보다 다른 사람들의 시선에서 자유롭지 못했음을 고백한다. 백수가 된 게 큰 잘못도 아닌데 세상의 눈치를 보고 있었다. 당당할 필요도 없지만 기죽을 필요도 없는 것임을 시간이 흐르면서 알게 되었다.  

그러나 백수가 너무 호기로워 보이면 예의가 아니다. 행여 자괴감을 유발할 수도 있다. 그래서 나는 백수라는 말을 사용하지 않는다. 그냥 '프리랜서'라고 나름 둘러댄다. 프리랜서는 성과급이다. 노력한 만큼 경제적 수입을 얻고 만족하면 된다.

프리랜서의 일은 생각보다 많다. 컴퓨터로 일하는 재택 작업도 있고 설문조사 패널로 참여하는 일도 있으며, 만보 걷기로 얻어지는 캐시를 위해 열심히 걷기도 해야 한다. 무엇보다 경제 뉴스를 챙기고 재테크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금융기관의 금리도 살피고, 공모주도 청약하고, 주식시황도 체크하다 보면 하루가 제법 지루하지 않게 흘러간다. 그렇게 5일은 평범한 사람들처럼 일을 하고 주말엔 쉬는 것이다.

'백수도 주말엔 쉬거든, 다음부터는 휴일에 전화하지 마라' 그렇게 농담조로 말하고 통화를 끊었지만, 끊고 나서도 피식 웃어 보일  친구의 모습이 선하다. 분명 나는 주말에 쉰다. 평일엔 잘 안 보던 TV를 켜고 소파에 누워 과자를 먹으며 하루 종일 뒹굴거린다. 누구에게도 방해받고 싶지 않아 휴대폰을 무음으로 돌려놓기도 한다. 주말은 그렇게 온전한 해방 타운이 되는 시간이다. 

남들 보기엔 그저 피식 웃고 마는 매일이 똑같은 일상의 백수일 텐데 주말에 쉰다는 마음가짐, 의미는 무얼까. 그리고 일요일 저녁이면 백수도 두근두근 설레는 마음으로 월요일을 기다린다는 것을 사람들은 알까.

글을 쓰는 동안 정리된 생각은 하나였다. 일반 근로자들처럼 주말에 쉼으로써, 백수도 직종 프리랜서로서 그들과 똑같다는 일종의 안정된 소속감으로, 당당한 자신감을 갖고 싶었던 건 아닌지 스스로에게 자문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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