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나가던 프로농구 수원 KT가 2022년에 접어들며 대혼란에 빠졌다. KT는 23일 울산동천체육관에서 열린 울산 현대모비스와 맞대결에서 76-79로 패하며 올시즌 팀 최다인 4연패를 기록했다.
 
선두를 달리던 KT는 새해인 1월들어 2승 6패에 그치며 역주행하고 있다. 그나마 거둔 2승도 최하위 서울 삼성과 9위 전주 KCC 등 정상적인 전력이 아니었던 하위권팀들에게 따낸 승수였다. KT는 23승 12패를 기록하며 8연승중인 1위 SK(26승 8패)와의 승차가 어느덧 3.5경기 차이까지 벌어졌다. 오히려 공동 3위인 현대모비스-안양 KGC(20승 14패)와 2.5게임 차이로 더 가까워지며 선두 탈환은 커녕 '양강 체제'마저 흔들리는 모습이다.
 
급기야 23일 현대모비스전에서는 황당한 불운까지 겹쳤다. KT가 현대모비스에 53-65로 끌려가던 4쿼터 7분 40초를 남기고 서동철 감독이 심판 판정에 항의하다가 퇴장당하는 돌발 사태가 발생했다. 당시 KT 박지원이 골밑을 돌파하여 시도한 레이업슛이 현대모비스 에릭 버크너의 블록슛에 막혔는데, 서 감독은 공이 블록당하기 전에 백보드에 먼저 맞았기에 골텐딩이라고 주장한 것.
 
하지만 심판은 서 감독의 항의가 과도했다고 판단하고 벤치 테크니컬 파울을 선언했다. 문제는 서 감독이 이미 테크니컬 파울을 한 차례 받았었다는 것. 서동철 감독은 3쿼터에 골밑에서 이현민과 몸싸움을 하던 정성우가 파울 판정을 받으며 팀파울로 자유투를 허용하게 되지 이에 항의하다가 첫 번째 테크니컬 파울을 받은바 있다. 서 감독은 4쿼터에 2번째 테크니컬 파울을 받게 되어 퇴장당할 수밖에 없었다.
 
서 감독은 퇴장 판정을 받은 이후에도 불만을 감추지못하고 비디오 판독을 요구하며 언성을 높였다. 그런데 비디오 판독에서는 서 감독의 지적대로 버크너의 골텐딩이었다는 반전이 드러났다. 심판이 머쓱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지만 퇴장 판정은 번복되지 않았고 서 감독은 코트를 떠나야 했다.
 
굳이 꼽자면 서 감독에게도 책임은 있다. 서 감독은 경기 내내 심판 판정에 지속적으로 불만을 드러냈다. 이미 한차례 테크니컬 파울을 받은 시점에서는 조금 자제할 필요가 있었지만 오히려 과격한 제스처로 심판을 자극했다. 
 
하지만 버크너의 골텐딩 장면을 잡아내지 못한 것은 명백한 심판의 오심이었다. 서 감독과 심판은 동일한 선상에 나란히 위치해 있었고, 시야에 방해를 받을만한 각도도 아니었지만 감독은 골텐딩을 정확히 목격했고 심판은 그러지 못했다. 서 감독이 심판에게 소리치며 어필하는 동작이 크기는 했지만, 심판에게 신체접촉이나 폭언을 한 것도 아니다.
 
심판이 골텐딩 장면만 먼저 확인했더라도 서 감독이 퇴장까지 당하는 사태는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오심은 둘째치고라도 심판의 경기운영이 미흡했다는 점에서 비판을 피할 수는 없겠다. 심판의 잘못된 판단이 선수와 감독을 불필요하게 자극하고 경기의 전체적 흐름까지 좌우하는 것은 분명 문제가 있는 장면이다.
 
그나마 KT에 불행중 다행이었던 것은 오히려 서 감독의 퇴장 이후 선수단이 각성하며 막판 대추격전을 펼쳤다는 것이다. KT는 13점 열세를 뒤집고 한때 역전까지 성공했고, 경기 막판에는 부상중인 에이스 허훈까지 투입하는 강수를 뒀지만 아쉽게 마지막 고비를 넘지 못했다.
 
허훈의 막판 출전 역시 개운치 않은 뒷맛을 남긴다. 경기후 서동철 감독의 인터뷰에 따르면 원래 발목 부상을 안고 있던 허훈을 이 경기에 투입할 계획이 없었지만, 서 감독이 퇴장당한 직후 경기를 맡은 코치들이 허훈의 의견을 반영하여 출전시켰던 것으로 알려졌다.
 
아무리 감독이 퇴장당하는 돌발 상황이었다고 하지만 감독이 선수보호 차원에서 제외했던 선수를 코치들이 자의적으로 결정을 뒤집어서 경기에 출전시킨 것이 올바른 선택이었는지는 의문이 남는다.

KT는 올스타 휴식기 이후 오히려 분위기가 어수선해졌다. 잔부상이 많은 허훈은 여전히 100% 컨디션이 아니고, 외국인 선수 캐디 라렌은 되는 날과 안되는 날의 기복차이가 너무 심하다. 노장인 김영환과 김동욱도 최근 컨디션이 부쩍 떨어졌다. KT는 3라운드까지 리그 최소인 70점대 실점을 유지했으나, 4라운드 들어서만 평균 84실점을 기록하며 수비 집중력이 크게 떨어진 모습이다. 그나마 양홍석이 꾸준하게 분전하고 있는 것과, 박지원의 최근 성장세가 위안이다.
 
현재 KT가 부진한 진짜 이유는 심판 판정이 아니라 스스로 '질 수밖에 없는 경기'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모비스전도 서동철 감독의 오심 퇴장 해프닝이 일어나기 전까지는 상대에게 시종일관 무기력하게 끌려가는 흐름이었다는 것은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이제 6강플레이오프 정도를 노리는 팀을 넘어서 '우승에 도전할만한 팀'으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KT가 극복해야 할 성장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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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KT 서동철퇴장 허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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