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지기 절친 사이인 호두(김현목)와 예지(한승연)는 수중의 돈을 모두 끌어 모아 함께 거주할 집을 임차한다. 그들이 빌린 주택은 공간이 넓었으며, 살아가는 데 필요한 가전제품과 가구 등을 모두 갖춘 풀옵션이었다. 보잘 것 없는 보증금에 비하면 꽤나 좋은 조건이었다. 예지는 어떻게 이런 집을 구할 수 있었는지 살짝 의구심이 들었으나, 직접 집을 구한 당사자인 호두는 자신의 능력 덕분이라며 너스레를 떤다. 
 
그런데 새 집, 그것도 아주 훌륭한 조건의 가성비 뛰어난 집을 구하였다는 만족감은 그리 오래가지 못 한다. 그들이 입주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집에서 자꾸만 이상한 현상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밤마다 누군가가 흐느끼는 듯한 기분 나쁜 소리가 들려오고, 무언가 썩은 듯한 냄새도 감지됐다. 바닥을 쿵쿵 울리는 진동 같은 것도 느껴졌다. 
  
 영화 <쇼 미 더 고스트>

영화 <쇼 미 더 고스트> ⓒ 인디스토리

 
영화 <쇼 미 더 고스트>는 어렵게 돈을 마련하여 새 집으로 이사온 두 청춘 남녀에게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코믹 공포물이다. 웃음과 공포가 뒤섞인 이야기를 통해 요즘 우리 청년들이 겪고 있는 현실과 사회 문제를 날카롭게 풍자한다. 호두 배역의 김현목이 '코리안 판타스틱: 장편배우상'을 수상하는 등 제25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 2관왕을 차지한 작품이다.
 
집안에 귀신이 살고 있음을 직감한 호두와 예지는 기겁한다. 이런 집에서는 도무지 살 수 없을 것 같았다. 하지만 어떻게든 이 문제를 해결해야겠다고 마음 먹은 예지, 인터넷 검색을 통해 얻은 지식으로 스스로 퇴마사를 자처하며 귀신 쫓는 의식을 행해 보지만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그럴수록 이상한 현상은 더욱 극성을 부렸다. 결국 어쩔 수 없이 비용을 지불하고 퇴마사를 구하게 되는 두 사람. 아이돌 출신임을 강조하며 자칭 꽃도령 퇴마사라 칭하는 기두(홍승범)가 그 주인공이었다. 그는 과연 귀신을 쫓아낼 수 있을까. 
  
 영화 <쇼 미 더 고스트>

영화 <쇼 미 더 고스트> ⓒ 인디스토리

 
극중 예지는 대학을 졸업하고 취업을 준비 중인 28세 청년으로 그려진다. 그녀는 학점 4.24, 토익 903점, HSK 5급, 자격증 6개, 공모전 수상 5번 등 뛰어난 스펙을 지닌 인물이었으나 지방대 출신이라는 이유로 채용 시장에서 번번이 고배를 마셔야 했다. 그동안 어렵게 모은 돈은 이를 불리기 위한 요량으로 주식시장에 투자했다가 홀라당 날려먹고, 수중에는 1500만 원만 남게 됐다. 이번에 임차한 집은 이 1500만 원과 호두의 전 재산 5백만 원을 합쳐 마련한 것이었다. 
 
예지와 20년지기 절친 사이이자 동갑내기 호두는 예지보다 상황이 더욱 좋지 못 했다. 전 재산은 5백만 원이 고작이었고 안정적인 직장을 구하지 못 해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는 처지였다. 이번에 주택을 임차할 때 자신의 지분이 전체의 4분의 1밖에 되지 않아 온갖 궂은 일은 그의 몫이 돼야 했다. 지분이 압도적이었던 예지가 생활의 주도권을 쥐고 홍두를 자신의 뜻대로 부려 먹을 수 있었던 데엔 이러한 속사정이 있었던 셈이다. 
  
 영화 <쇼 미 더 고스트>

영화 <쇼 미 더 고스트> ⓒ 인디스토리

 
이렇듯 귀신 나오는 집의 이면에는 현재 우리 사회에서 청년들이 겪고 있는 온갖 어려움들이 녹아들어 있다. 예지와 호두는 극중 어떤 환경에서도 밝은 모습을 띠었으나, 알고 보면 이들이 처한 현실은 우리 사회의 청년들이 공통적으로 겪고 있는 것처럼 고난투성이였다. 두 사람이 전 재산을 끌어모아 간신히 마련한 2000만 원으로는 전세는커녕 월세조차도 제대로 된 집을 구하기가 어려운 게 현실이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귀신 나오는 집이라는 영화의 주된 공간적 배경은 이렇듯 열악한 청년들의 주거 문제를 빗댄 셈이 된다. 이른바 N포세대라 불리는 청년들에게는 취업, 주택, 결혼 등 무엇 하나 녹록한 게 없다. 예지와 호두가 겪는 현실은 곧 우리 청년들이 겪는 그것에 다름 아니었다. 
 
영화는 근래 심각한 사회 문제로 되두되고 있는 몰카 범죄도 꼬집는다. 경찰청의 조사에 따르면 2020년 불법 촬영 유포 범죄는 5100여 건에 달했다. 하루 평균 14건이 적발된 셈이다. 몰카 범죄는 촬영과 동시에 온라인상으로 유포되고 2차, 3차 피해를 양산한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불법 촬영 유포 피해자 45.6%가 극단 선택을 생각했으며, 이 중 19.2%는 실제로 극단 선택을 시도한 것으로 밝혀졌다. 
 
아이돌 그룹 '카라' 출신의 한승연은 호두를 연기한 배우 김현목과 찰떡 호흡을 자랑하며 시종일관 유쾌하고 긍정적인 에너지를 발산한다. 이들의 케미 덕분에 단순히 집과 편의점을 오가는 공간적 배경뿐 아니라 그 흔한 CG 하나 없이 오로지 분장으로만 처리한 레트로하기 짝이 없는 귀신의 등장에도 이물감이나 어색함 따위를 전혀 느낄 수 없었다. 더불어 이들의 밝은 이미지는 상대적으로 어둡고 힘겨운 청년들의 삶을 도드라지게 하는 역할과 동시에 희망을 불어넣고자 하는 감독의 의중이 내포된 결과물로 짐작된다.
 
영화 <쇼 미 더 고스트>는 무엇보다 배우들의 유쾌한 연기가 인상적으로 다가오게 하는 작품이다. 코믹과 공포라는 이질적 장르의 교배를 통해 현재 우리 청년들이 겪고 있는 팍팍한 현실과 사회 문제를 들여다본다. 어쩌면 귀신이 자아내는 공포감보다 우리 청년들이 마주하는 현실이 더욱 공포스럽고 괴기스러울지 모르겠다.
 
 영화 <쇼 미 더 고스트>

영화 <쇼 미 더 고스트> ⓒ 인디스토리

 
쇼미더고스트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미래를 신뢰하지 마라, 죽은 과거는 묻어버려라, 살아있는 현재에 행동하라 (헨리 워즈워스 롱펠로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