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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동강 모래톱에 나타난 천연기념물 독수리 2마리와 고라니 두 마리. 이처럼 합천보 수문개방으로 나타난 모래톱은 야생동물들에겐 생명의 공간이다. 낙동강 평화의 상징이다.
 낙동강 모래톱에 나타난 천연기념물 독수리 2마리와 고라니 두 마리. 이처럼 합천보 수문개방으로 나타난 모래톱은 야생동물들에겐 생명의 공간이다. 낙동강 평화의 상징이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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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저기 독수리와 고라니다. 모래톱 위에 독수리 두 마리와 고라니 두 마리가 있어요."

누군가의 외침소리가 들렸다. 일제히 저 멀리 모래톱을 바라보니 정말 천연기념물 독수리 두 마리와 고라니 두 마리가 서 있는 것이 아닌가. 아름다웠다. 그리고 평화롭게 보였다. 이 평화는 어디에서 비롯된 것인가? 낙동강 합천창녕보(이하 합천보)의 수문 완전 개방에 따라 곳곳에 넓은 모래톱이 드러났고, 그 모래톱 위를 야생동물들이 찾고 있다.

지난 22일, 달성보 3킬로미터 하류 현풍 박석진교 아래 낙동강 모래톱에서 대구환경운동연합 회원 30여 명이 합천보 개방으로 드러난 낙동강 모래톱 걷기 행사를 진행하기 위해 이곳을 찾은 것인데, 초입에서부터 진기한 구경을 했다. 낙동강의 진정한 평화를 체험한 셈이다.

물 채우지 마라, 낙동강은 흘러야 한다
  
낙동강 모래톱 걷기 참여자들이 현수막 퍼포먼스를 벌이고 있다.
 낙동강 모래톱 걷기 참여자들이 현수막 퍼포먼스를 벌이고 있다.
ⓒ 강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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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은 본격적인 모래톱 걷기 행사를 진행하기 이전에 간단한 현장 퍼포먼스를 진행했다. "물 채우지 마! 낙동강은 흘러야 한다." 한 글자씩 쓰인 현수막을 한 사람씩 들고서 함께 외쳤다.

"물 채우지 마라, 낙동강은 흘러야 한다! 물 채우지 마라, 낙동강은 흘러야 한다!"
   

환경부가 오는 2월 초부터 실시할 예정인 합천보 수문 닫기를 미루어달라고 요청하는 퍼포먼스를 진행한 것이다.

환경부는 달성군 관내 단 두 곳의 양수장이 2월 중순경부터 가동에 들어가야 하므로 그를 위해 2월 초부터 물을 채우기 시작해 양수가 가능한 수위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

그런데 이렇게 하면 그동안 드러났던 모래톱이 다시 수장되면서 낙동강은 이전의 물만 가득한 모습으로 돌아갈 것이다. 또 독수리와 같은 야생동물들도 더는 낙동강을 찾지 못할 것이다. 이에 이들은 적어도 모든 양수장이 본격 가동을 하는 4월 말까지 합천보의 수문을 닫지 말고 모니터링을 해보자는 주장을 하기 위해 모래톱 걷기 행사를 벌이기로 했다.

단 두 곳의 양수장 때문에 어렵게 열었던 합천보를 다시 닫는다는 것은 너무 아쉽고 안타까운 결정이다. 두 곳의 양수장이 문제라면 그곳 양수장에 비상급수시스템이라도 도입해서 대형 양수기로 물을 퍼 공급해주는 방법을 찾아봐야 한다. 4대강 사업 당시 이명박 정부가 했듯이 말이다. 그런 노력도 없이 기계적으로 수문을 닫는다는 것은 너무 안일한 결정이 아닌가 하는 것이 이들의 의문이다. 
 
참여자들이 신발을 벗고 맨발로 모래의 감촉을 온몸으로 느끼며 걷고 있다.
 참여자들이 신발을 벗고 맨발로 모래의 감촉을 온몸으로 느끼며 걷고 있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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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포먼스를 마친 일행은 강을 따라 모래톱 걷기 행사를 진행했다. 강물을 따라 자연스럽게 사주를 형성한 모래톱은 특히나 아름답게 보였다. 삼삼오오 자유롭게 강을 걸으며 다시 시민의 품으로 돌아온 낙동강을 온몸으로 음미했다.

모래톱 걷기를 마친 일행 중 한 명인 송필경 대구환경운동연합 전 의장은 다름과 같은 감상을 남겼다.  

"강물은 흘러야 한다. 새는 날고, 짐승은 뛰고, 물고기는 헤엄치고, 사람은 걷고, 물은 흐른다. 이것이 자연의 이치다. 2021년 12월 1일에 합천창녕보를 개방하자, 강 주변 주위 일대가 명사십리처럼 고운 모래톱이 드러났다. 불과 한 달 반 만에 김소월의 '엄마야 누나야의 강변 금빛 모래밭'이 말이다.

드넓은 모래톱 저 먼 곳에는 독수리와 고라니가 옹기종기 모여 있다. 우리 사람 떼를 보자. 고라니는 껑충껑충 뛰어 어디론가 사라진다. 모래톱 곳곳에는 새와 짐승의 발자국이 선명하게 남아 있다. 녹조가 무성했던 갇힌 물을 흐르게 하자 바닥의 모래톱이 드러났고, 이곳이 온갖 철새와 주위 짐승의 평화로운 놀이터로 변했다. 새가 날아오고, 짐승은 뛰놀고, 물고기는 헤엄치는 낙동강에 우리 사람이 맨발로 유유히 모래톱에 걸을 수 있다는 희망을 직접 경험했다."


일행은 박석진교를 뒤로하고 도동서원으로 향했다. 공자의 도가 동쪽으로 향했다는 뜻을 지닌 낙동강변 옆 아담한 서원인 도동서원은 2019년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된 서원이다. 조선 오현 중의 한 분인 한훤당 김굉필 선생의 학덕을 추앙하기 위해서 건립된 이 서원은 그간 낙동강의 변화상을 묵묵히 지켜본 주체가 아닐까 싶다.

도동서원에서 점심을 먹고 대구환경운동연합의 회원이 된 도동서원의 명물인 1607년생으로 올해로 416살이 되는 도동서원 은행나무 앞에서 일행은 기념사진을 찍고 다음 행선지인 합천보로 향했다.
 
수문이 완전히 들어올려진 합천보. 관리수위 해발 10.5미터에서 4.8미터까지 떨어졌다.
 수문이 완전히 들어올려진 합천보. 관리수위 해발 10.5미터에서 4.8미터까지 떨어졌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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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천보에 도착한 일행은 합천보의 수문이 완전히 올려진 것을 두 눈으로 확인했다. 이렇게 낙동강 보의 수문이 열릴 수도 있구나 하는 것을 확인한 셈이다. 수문이 열리자 백여 마리의 오리 떼가 합천보 주변에서 유영하면서 변화된 낙동강의 모습을 함께 그려내고 있었다. 아름다운 모습이었다.

10개의 과제, 10번의 절
 
 
합천보 현장에서 낙동강 보의 개방 상태에 대해서 설명을 들은 일행은 이날의 하이라이트 장소인 우산리 어민선착장 앞의 드넓게 펼쳐진 모래톱으로 향했다. 이곳에서 가장 넓게 형성된 대표적인 모래톱이다. 길이가 약 2킬로미터에 최대폭이 200여 미터는 되는 넓고 깨끗한 은모래톱이 아름답게 형성된 곳이다. 일행은 본격적인 모래톱 걷기 행사를 벌였다. 신발을 벗어들고 걷는 시민도 있었다. 모래톱의 촉감을 온몸으로 받아들이겠다는 뜻이다.

강변을 따라 걸으니 하늘에선 독수리 무리가 선회비행을 한다. 독수리가 환영을 해주는 가운데 일행은 드넓은 모래톱을 걷기 시작했다. 박석진교의 모래톱은 물과 가까워 꽝꽝 얼어 있었지만, 이곳 모래톱은 두께도 상당해서 모래톱 특유의 부드러움을 간직하고 있었다.
   
낙동강의 내일을 생각하면서 일행은 모래톱 속으로 더 깊숙이 걸어 들어간다. 부드러운 모래톱의 촉감을 맨발로 느껴보면서 일행은 부드러운 모래가 있는 곳에서 멈추었다. 오늘의 하이라이트 행사를 벌이기 위해서.
 
창공에선 독수리가 선회비행을 하면서 일행을 지켜보고 있다
 창공에선 독수리가 선회비행을 하면서 일행을 지켜보고 있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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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동강 생명평화 10대 서원 절명상을 통해서 낙동강의 진정한 평화와 생명을 기원했다.
 낙동강 생명평화 10대 서원 절명상을 통해서 낙동강의 진정한 평화와 생명을 기원했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송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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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바 생명평화 10대 서원을 올리기 위해서 일행은 현수막을 가운데 놓고 빙 둘러서서 낙동강의 평화를 비는 생명평화의 절을 올렸다. 생명의 강 낙동강으로 돌아오기 위해 꼭 필요한 10개 과제를 하나씩 들으면서 10번의 절을 간절한 염원을 담아 올린 것이다.

"낙동강의 모든 보의 수문이 활짝 열리기를 희망하며 일 배."

진행자의 낭독을 들으면서 일행은 모래톱 위에서 한가득 정성을 들여서 절명상을 벌였다.
   
이들의 정성이 저 하늘에 가닿기를 바라며 그래서 합천보의 수문이 더 개방되고, 나머지 7개 보의 수문도 합천보처럼 활짝 열리기를 희망해본 날이었다. 이들의 바람처럼 낙동강 모든 보의 수문이 열려서 뭇 생명이 다시 낙동강을 찾아드는 평화로운 낙동강의 내일을 그려본다.

그 길은 보다 많은 시민이 낙동강의 현실을 마주할 때 보다 빠르게 다가올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오늘의 이 낙동강 모래톱 걷기 행사가 더 자주 더 많이 열리기를 그래서 보다 많은 시민이 낙동강의 현실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기를 끝으로 바라본다.

덧붙이는 글 | 기자는 대구환경운동연합 생태보존국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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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은 뚫리지 않아야 하고, 강은 흘러야 합니다.....사람과 사람, 사람과 자연의 공존의 모색합니다. 자연과 인간의 공존을 지향하는 생태주의 인문교양 잡지 녹색평론을 거쳐 앞산꼭지(앞산을 꼭 지켜야 하는 사람들의 모임)로 '낙동 대구'(낙동강을 생각하는 대구 사람들)를 거쳐 현재는 대구환경운동연합에서 생태보존국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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