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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 수업을 시작할 때만 해도 내가 출판을 하리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 했다. 지난 한 해를 돌아보니 뭐니 뭐니 해도 가장 큰 사건은 지금 이 시간 서점 매대에 내 책이 진열되어 있다는 것이다. 물론 판매 여부와는 상관없이 말이다.

군산의 한길문고는 지역 시민 작가에게 기회를 주는 취지로 내 책을 서점에 진열해 주었다. 이왕 이렇게 된 거 내 책이 더 많은 누군가에게 읽히길 바라는 마음이 생겼다. 그래서 도전하기로 했다. 전국의 독립서점에 내 책을 입고시키자!
 
나는 9 군데서나 선택을 받았다는데 너무 감격스러웠다.
▲ 독립서점 입고 확인 나는 9 군데서나 선택을 받았다는데 너무 감격스러웠다.
ⓒ 황승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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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알고 있던 대형 서점만 있는 것이 아니라 나 가까이에 독립 서점이라는 또 하나의 시장이 있다는 것은 사실 잘 몰랐던 부분이다. 내가 몰랐던 세상에 대하여 많이 알게 되었다. 독립서점은 대형서점과는 다르게 책방지기만의 색깔로 북 큐레이션을 할 뿐만 아니라 책방 이름부터도 굉장히 개성 있다.

독립서점에서 취급하는 책들의 내용과 제목은 개인의 취향과 사적 감성에 특화된 특징이 있다. 그러면서 지역 문화예술의 커뮤니티 공간으로도 재탄생한다는 것이다. 그 시장에 발을 디디려면 독립출판 작가가 직접 마케팅을 해야 한다.

입고 요청 메일을 써서 독립서점 책방지기한테 선택을 먼저 받아야 한다. 독립서점이 전국 500여개 정도라고 한다. 나 경우는 주로 인스타그램과 블로그로 서점 분위기를 보면서 메일 주소를 46군데를 수집하였다.

그다음 할 일은 책 소개를 담은 한글파일과 사진 파일을 만드는 일이다. 책 소개 하는 양식은 여러 가지 양식을 검색 후 모두 참고하여 두 페이지 정도 분량을 만들었다. 표지 사진, 목차 사진 그리고 주요 꼭지 글 서너 장 정도로 사진 파일을 준비했다.

이젠 메일을 쓸 차례이다. 메일은 한 화면을 넘지는 않도록 간결하게 썼다. 그러려면 구구절절하지 않고 책 소개 한 줄 정도와 그리고 내 신상과 함께 "검토 후 입고를 요청드립니다"라고 요건만 간단히 썼다.

기다리는 일만 남았다. 지금까지 살면서 대학교 합격, 운전면허 합격, 취업 발표보다 더 설렜다. 수신 확인할 때, 답변 메일을 클릭할 때 솔직히 조금 떨리기도 했고 순간적으로 기도까지 했다. "오~ 제발~" 진짜 오랜만에 느껴보는 굉장히 두근거리는 긴장감이었다.

약 한 달간의 도전 결과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약 3주에 걸쳐서 46군데 메일을 보냈고 15군데에서만 답변이 왔다. 9군데에서는 승인 메일이, 6군데에서는 거절 메일이 왔다. 자신의 서점에 입고 요청을 해주어서 고맙다는 승인 메일에게도, 정중히 거절을 하게 된 점을 미안해하는 메일에도 나는 감사인사 회신을 했다.

내 책이 무려 9군데서나 선택을 받았다는 게 너무 감격스러웠다. 그 입고 방법도 독립서점마다 조금 차이가 있었다. 계약서가 첨부된 메일도 있고, 계약 내용을 메일로 알려준 곳도 있었다. 정산일도 서점마다 달랐다. 입고 권수는 3부 또는 5부였고 위탁수수료도 30%, 33%, 35%로 다양했다.

"먼 낯선 곳에 가서 어찌 잘 경쟁을 해낼꼬."
 
승인 메일이 오는 날은 우체국에 가는 날이다.
▲ 독립서점 입고 택배 승인 메일이 오는 날은 우체국에 가는 날이다.
ⓒ 황승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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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메일이 오는 날은 우체국에 가는 날이다. 책도 주인을 닮아서 꼭 나처럼 낯을 가릴 거 같은 느낌. 미리 인쇄해 놓은 책을 집어 들고 나갈 때, 택배 박스에 책을 넣을 때 그런 심정이었다. 그렇게 충주, 대전, 일산, 인천, 서울, 구미로 내 책들을 떠나보냈다.

"제 책 좀 사주세요."

내 손을 떠났다고 끝이 아니라 사실은 작가가 열심히 홍보해서 팔아야 한단다. 나는 그런 주변이 안 되니 내 책이 구석으로 밀려날 게 불 보듯 뻔한 건 아닐까 생각도 했다. 어쨌든 그렇게 한 달 동안을 메일 쓰랴 확인하랴 회신하고 택배 보내고 나름 정신없이 보냈다.

책을 써 본 사람은 알 것이다. 자식 같은 마음이란 것을. 잘 도착해서 많은 책들 사이에서 외로워 하지 않았으면 하고 있을 때쯤 내 책을 받아준 독립서점의 인스타그램에 내 책 입고 소식이 올라왔다. 책방지기님의 정성스러운 책 소개도 쓰여 있었다. 나는 "좋아요"를 누르고 조회수도 자꾸 보며 한참을 나만의 환상적인 기분을 즐겼다.

그러다 얼마 전에는 역사적인 한 서점에서 첫 인세가 입금되었다. 판매 내역에는 딱 한 권이 적혀 있었다. 9군데 서점 중에서 딱 한 권, 어느 분일까? 남자일까 여자일까? 어느 집의 누구 손에 들려서 내 글이 읽힐까? 누군가의 책장에 어엿하게 책 등을 내보이고 있을까 생각했다. 생각할수록 우주적으로 신기한 일이다.

책 제작비와 택배비와 서점의 판매수수료를 제외하고 나면 사실 나에게 들어오는 금액은 얼마 안 된다. 하지만 이건 돈 문제가 아니다! 행여 그 서너 권이 다 팔려서 재입고 요청이 온다면 정말 좋겠지만 아니어도 괜찮다. 해냈다는 도전 자체로 아름다우니까. 도전이 별거인가. 그저 내가 할 수 있는 그다음 한 걸음을 걸을 뿐이다. 감사하고 즐거운 일이라고 생각한다.

나의 다음 도전은 기획출판을 하는 것이다. 좋은 출판사에게 선택이 되고 훌륭한 편집자의 손을 거쳐 만들어지는 그런 책을 내고 싶다. 글은 쓸수록 점점 더 어려운 일인 것 같다. 그럼에도 다음 할 수 있는 일이 있어서 좋다. 

온다책방 https://www.instagram.com/p/CV2M5EAlJNC/
위드위로 https://www.instagram.com/p/CWCnw5zP8yj/
가가77페이지 https://www.instagram.com/p/CWu-WgNFIzc/
책봄 https://www.instagram.com/p/CWsHxW9FqnE/
순정책방 https://www.instagram.com/p/CWr9nERFbOB/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개인 블로그와 브런치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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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비 독거노인 비혼주의 여성. 한창 일할 사십 대 자발적 조기 은퇴, 지금은 돈 안 되는 텃밭 농사꾼이자 최소한으로만 노동하는 백수형 프리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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