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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여러분의 삶에 가장 필요한 '정책'은 무엇인지 생각해본 적 있나요? 앞으로 5년간 우리 삶을 좌우할 20대 대선이 코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오마이뉴스>는 국민이 어떤 공약을 원하는지, 지금 각 분야엔 어떤 정책이 필요한지 대신 전달하려고 합니다. 시민들의 다양한 목소리도 환영합니다. '2022 대선 정책오픈마켓', 지금부터 영업을 시작하겠습니다. [편집자말]
2020년 3월 10일 오전 '코로나19' 확진 환자들을 치료하고 있는 대구광역시 경북대병원 음압병실.
 2020년 3월 10일 오전 "코로나19" 확진 환자들을 치료하고 있는 대구광역시 경북대병원 음압병실.
ⓒ 조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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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호인력 부족 문제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의료현장에서는 지난 코로나19 2년 동안에도 변한 게 아무것도 없다며 병원을 떠나는 간호사들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코로나 대유행 시기에는 무언가 달라질까 싶어 대선후보들의 공약과 답변을 찾아봐도 '간호대정원 증가', '지역공공간호사제' 같은 실효성 없는 산업예비군 확대 정책만 반복되었다. '의료진분들의 노고는 잘 알고 있고 의료인력 확충하겠다'라는 말뿐이었다.

지난 2년간 '덕분에 챌린지'를 통해 격려는 많이 들었으니 이제 실질적인 정책이 필요한 때다. 우선 즉시 '간호사 1인당 환자수 법제화'를 해야 한다. 이것이 생소한 분들이 많을 수 있는데, 환자수를 제한해서 환자들에게 피해를 주겠다는 의미와는 정반대의 정책이다.

쉽게 설명하면, 병원에 입원하면 자신을 담당하는 간호사가 지정된다. 현재는 그 간호사가 본인 이외에도 15~20명의 환자를 담당하고 있다. 간호사 한 명이 담당하는 환자 숫자는 지역으로 갈수록, 병원 규모가 작을수록 더 많아져 지역의 요양병원 같은 경우에는 간호사 1명이 40~60명을 담당하는 게 현실이다.

당연히 이렇게 많은 환자를 보다 보니 환자들 입장에서는 불러도 안 오고, 말해도 빨리 빨리 처리가 안 되고, 설명도 빠르게 하다 보니 뭐라고 하는 건지 이해가 안 되어 답답했던 경험이 있을 것이다. 이렇다보니 환자들은 간호인력이 많은 대형병원을 더 선호하게 된다.

의료현장에서 간호사들은 환자들을 돌보는 업무를 감당하기 위해 하루 2~3시간씩 추가로 일을 한다. 그들은 환자파악, 투약, 수술준비, 의사처방 확인, 혈압/호흡/맥박/체온 체크, 섭취배설량 확인, 가래흡인, 응급상황 대응 등 셀 수 없이 많은 일을 해야 한다. 이 때문에 물 한 모금 마실 새 없이 일하다 번아웃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다들 버티다 못해 퇴사하고 또 인력은 부족하고 그런 상황이 반복되는 것이다.

최근 10년 동안 간호대생이 2배 가량 늘어났음에도 의료현장에서 계속 간호사가 부족하다고 하는 이유는 바로 강한 노동 강도 때문이다. 갓 대학을 졸업한 간호사들은 학자금 융자도 갚고, 임상현장 경험도 쌓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채용에 응시하지만, 몇 년 만에 그만두는 이유 또한 과노동 때문이다. 

결론적으로는 환자들에게 제대로 된 의료를 제공할 숙련된 간호사들은 현장을 떠나고, 계속 신규간호사로 그 자리를 돌려막는데 간호대생 증원이 활용된 셈이다.

'지역공공간호사제'는 제대로 된 공공의료정책이 아니다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서울지역지부 서울대병원본회 소속 간호사들이 지난해 12월 1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청와대 앞 분수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인한 응급실 상황의 심각성을 알리며 간호인력 부족 해결과 간호인력인권법 제정 등을 촉구하고 있다.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서울지역지부 서울대병원본회 소속 간호사들이 지난해 12월 1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청와대 앞 분수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인한 응급실 상황의 심각성을 알리며 간호인력 부족 해결과 간호인력인권법 제정 등을 촉구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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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점에서 '간호사 1인당 환자수 법제화'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지역공공간호사제(지역 대학에서 장학 등의 혜택을 받은 간호사를 지역에서 의무 복무 하게 하는 제도)' 또한 신규간호사 돌려막기에 활용될 가능성이 크다. 특히 지방으로 갈수록 임금도 낮고 인력도 더 부족하여 간호사 유출이 더 심한데, 노동조건 개선 없이 '5년간 의무근무'라는 조항으로 묶어놓겠다는 건 계속 5년짜리 신규간호사로 돌려막겠다는 계획일 뿐이다. 이런 정책은 숙련된 간호노동에 대한 존중도 없는 것일 뿐더러 지방병원의 의료 질 향상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간호 인력이 부족한 근본 이유는 병원이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최소한의 인력만 고용하기 때문이다. 심지어 상당수 병원은 의료법상 인력기준까지도 위반한다. 병원이 인건비 절감을 위해 의료법을 위반해도 아무런 제약을 가하지 않는 등의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좌시하다보니, 공공병원들도 민간병원들처럼 비슷한 수준의 낮은 인력으로 병상을 운영했다. 그 결과 병원 경영 측면에서만 접근해 이제는 지방 공공병원에도 인력이 부족한 것이 당연시되었다. 

결국 '간호사 1명이 담당하는 적정 환자 수'를 법으로 정하는 수준은 시작에 불과하다. 이를 통해 민간병원들의 인력기준을 정하고, 인력기준 이하의 병상은 퇴출해서 엉망진창인 의료공급을 막아야 실제로 내실 있는 공공의료기관의 자리매김도 가능하다. 하지만 인력기준을 다루는 '간호인력인권법' 제정을 요구하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글(9월 27일)은 글을 올린 지 한 달여 만에 10만 명의 동의를 얻었지만, 아직 국회에서 논의조차 되고 있지 않다.

코로나19 대응에서 고스란히 드러난 간호사 부족

현재 코로나19 상황에서 병상만 확보하면 간호 인력은 따라 온다는 인식은 공공의료기관에서도 팽배하다. 병상은 있으나 환자를 담당할 인력이 없어 환자를 받지 못한다고 호소해도, 인력이 부족해도 환자를 받으라는 지침을 진료과로 내려 보낸다. 국공립병원 병상을 대부분 코로나병상으로 바꾸라면서도 간호 인력 충원에 대한 언급은 없다.

결국 코로나19시기에 돌려막기는 일하는 간호사들 사이에서도 발생했다. 간호사가 없으니 중환자간호 경험이 없는 간호사, 신규간호사도 하루아침에 코로나환자를 담당하라는 통보를 받았다. 코로나19 담당 간호사는 "인력이 부족해 코로나19 중환자병상에서는 간호사 1명이 환자 2~3명을 보고 있다. 보건복지부 감염병동 인력기준인 간호사 1인당 환자 수 0.6명보다 3배가 넘는 환자를 보고 있는 상황"이라고 호소한다. 그는 "담당 환자수가 많다보니 간호사들은 2시간마다 쉬어야한다는 지침도 못 지킨 채 밥 먹는 1시간 빼고는 근무시간 8시간 중 7시간을 격리병실 안에 들어가 있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9일 서울 중구 국립중앙의료원 중앙예방접종센터에서 진행된 코로나19 백신 접종 모의훈련에서 조제간호사가 클린벤치를 이용해 주사를 소분 조제하고 있다.
 9일 서울 중구 국립중앙의료원 중앙예방접종센터에서 진행된 코로나19 백신 접종 모의훈련에서 조제간호사가 클린벤치를 이용해 주사를 소분 조제하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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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듯 여건이 좋지 않음에도 '인력지원 대책'이라고 나온 것이 '중수본 파견간호사'였다. 중환자실 간호사는 교육기간만 1년이 될 정도로 심층적이고 전문적인 간호업무를 수행한다. 하지만 코로나 전담 병실에는 그런 교육 시간이 보장되지 않으니 파견간호사들을 짧은 시간에 최대한 교육했다.

문제는 현재 본인 업무를 하면서 많은 수의 파견간호사들까지 교육해야 했다는 점이다. 거기다 파견간호사는 정규간호사에 비해 적게는 2배에서 많게는 3배가량 임금이 높았다. 중수본은 '비정규파견직에 더 많은 보상을 해야 구인이 된다'고 이야기하면서도 정규간호사 보상에는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실제로 파견간호사 교육을 담당했던 간호사 B씨는 "파견 선생님들은 파견 선생님들대로 낯선 곳에 적응 못 하시고, 저희는 저희 나름대로 책임은 큰데 보상 차이가 많이 나니 많이 실망하고... 각자 열심히 하지만 괜히 죄 없는 간호사들끼리 마음만 상하고 속상했어요"라고 울분을 토했다.

월급 차이가 크다보니, 실제로 병원을 떠나 파견간호사로 일하는 걸 택하는 이들도 당연히 늘었다. 공공병원은 정규간호사가 없어서 난리인데, 파견대기 간호 인력은 6000명까지 늘어나 발령 전까지 대기를 해야 하는 상황도 벌어졌다.

거기다 파견간호사는 병원에 속해 있지 않기 때문에 의무기록에도 접근할 수 없고, 환자에 대한 정보가 부족할 뿐만 아니라 문제가 생길 시 책임 소지도 분명하지 않다. 그렇다보니 파견간호사가 할 수 있는 업무는 극히 제한적이고, 이에 비해 기존 간호사가 해야 하는 일은 그대로이거나 도리어 많아지는 기현상이 벌어졌다. 비효율적인 운영은 결국 현장에 남아 있는 간호사들에게 허탈감을 안기고 있다. 이로인해 병원 소속 간호사와 파견간호사 간에 갈등 상황이 빚어지기도 한다. 

사실 코로나19 환자를 담당하는 병원 정규간호사들에게 제대로 된 수당을 지급하고, 파견이 아니라 병원에서 간호 인력을 고용할 수 있게끔 했다면 지금처럼 인력유출도 없었을 뿐더러, 병원 소속 간호사와 파견간호사로 나뉘어 현장에 더 혼란을 가중시키는 상황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의료 인력 확충, 간호사 1인당 환자수 법제화는 국민에 양질의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 꼭 필요한 일이다. 특히 공공의료기관은 법제화 전에라도 코로나19의 엄중함을 감안해 간호 인력들에게 정당한 보상을 제공하고 충원하는 데 앞장서야 한다.

대선을 앞두고 관련 공약들이 조금씩 드러나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70여개 지역거점공공병원설립을 직접 발표했고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는 '필수의료 국가책임제'를 말한다. 제대로 된 공공의료와 필수의료에 간호인력 확충은 가장 기본이 되는 일이다. 앞서 밝혔듯이 간호인력기준 법제화와 공공병원확충을 연계하지 않는 공약은 눈속임에 지나지 않는다. '간호인력강화'가 결국 '공공의료' 강화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는 행동하는간호사회 운영위원입니다.


태그:#간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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