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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 최대 명절인 설이 일주일여 앞으로 다가왔다. 하지만 올해도 지난 추석과 설처럼 가족이나 친척과 만남은 쉽지 않을 듯하다. 코로나 19 확산세로 사회적 거리 두기 상황이 여전한 데다 오미크론 변이가 우세종을 이루면서 코로나 19 확진자 수가 연일 치솟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의 사적 모임 최대 6명인 사회적 거리 두기도 설 명절 연휴까지이지만 추가 대책이 나올 것이다.

코로나 19 팬데믹이 3년째이다. 설과 추석 명절을 4번이나 지나면서 지난 명절 때 고향을 가지 못한 사람들은 '올해도 못가나?' 하는 아쉬움을 숨기지 못한다. 설 명절에 대한 심적 부담감과 고향에 홀로 계시는 부모님에 대한 생각을 떨칠 수 없다.

고향에서 모이자니 코로나 19가 걱정이고 사회적 거리 두기에 따라 6명이라도 모이면 차례(茶禮)라는 전통을 무시하기가 여간 어렵지 않다. 코로나 19 팬데믹에도 불구하고 종가는 물론 많은 가정에서 설과 추석 차례를 지냈지만 상당수가 종손이나 직계 가족들만 참석하고, 제물도 많이 간소화하는 추세이다.

지난 2년의 코로나 상황은 그토록 변화에 무뎠던 우리의 차례 및 제례 문화를 많이 바꿨다. 코로나 19 확산으로 변화의 길을 걷고 있는 우리의 차례 및 제례 문화가 올바른 방향으로 개선됐으면 하는 바람에서 주(酒), 과(果), 포(脯) 차례상을 제안한다.

먼저, 곧 다가올 설 명절 차례는 제사가 아니라 차례임을 알아야 한다. 차례는 한자 다례(茶禮)에서 온 말로 제사가 아니라 새해가 됐음을 조상님들에게 알리는 하나의 의식이다.

추석 차례도 한 해 농사를 짓고 풍성한 수확을 올렸음을 조상들에게 고(告)하는 의식이다. 즉 아버지나 할아버지 등 돌아가신 조상을 기리는 제사가 아니다. 서양의 문화로 말하자면 'Happy new year'(새해맞이), 'Thanks giving Day(추수감사절)'이지 추도식이 아니다.

조선 시대 전통사회에서 금과옥조(金科玉條)처럼 지키던 주자가례(朱子家禮)를 보면 차례상에는 술과 차, 계절 과일 한 접시 등을 차린다고 나온다.
 
주자가례 설 차례상(술, 차, 과일) 그림
▲ 주자가례 설 차례상 그림 주자가례 설 차례상(술, 차, 과일) 그림
ⓒ 김미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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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각 가정의 차례상의 음식은 20~30가지가 넘는데 이는 오히려 전통 예법에 어긋난다고 한다. 민속학을 전공하고 제례 전문가인 한국국학진흥원 김미영 박사는
최근 기자와 한 통화에서 "요즘은 차례상을 마치 제사상처럼 과도한 음식으로 채우고 있는데 명절 차례상은 주(酒), 과(果), 포(脯) 등만으로 간소하게 올려도 예의에 벗어나지 않는다"라고 말한다.

설날에는 떡국 한 그릇에 주(酒), 과(果), 포(脯)로 간소하게 차례상을 차려도 전통문화를 벗어나지 않는다는 말이다. 간소한 차례상은 먼저 음식을 준비하는 가족들의 수고를 덜어준다. 또 이로 인해 불거졌던 가족 간의 마찰을 줄이는 이점이 있다. 부인이나 며느리, 아들과 딸의 수고를 크게 덜 수 있고 우리 전통도 지킬 수 있다.

퇴계 이황의 형 온계 이해 선생의 종가인 안동시 도산면 온계 종택은 추석 때 송편에 주, 과, 포를 올리고, 설 명절에는 떡국과 주, 과, 포로 차례상을 차린다.

온계 선생 17대 종손인 이목씨도 기자와 한 통화에서 "코로나 19 여파로 이렇게 지내는 게 아니라, 저희 집은 원래부터 설 명절에는 떡국과 주, 과, 포를 진설(陳設)하고 제주를 올리는 형식으로 지내왔다"라고 말한다.
 
안동 온계종택 설 차례상(떡국, 술, 과일, 포)
 안동 온계종택 설 차례상(떡국, 술, 과일, 포)
ⓒ 안동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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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종가는 지난 2년 동안 코로나 19 확산세에 따라 설과 추석 명절 때마다 정부방침대로 가족 간 모임을 자제하고 차례도 종손 내외만 지냈다. "조상님께 죄송스럽지만 예로부터 전염병이 확산할 때는 차례와 제례를 건너뛰기도 하고 후손 모두가 참석하지 않아도 예법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게 종손의 전언이다.
 
안동 퇴계 이황 선생 종가 설 차례상(떡국, 술, 과일, 포, 전)
▲ 퇴계 이황 종가 설 차례상  안동 퇴계 이황 선생 종가 설 차례상(떡국, 술, 과일, 포, 전)
ⓒ 김미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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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이나 추석 명절이 지나면 이혼율이 높아진다고 한다. 해마다 명절 사건 사고 상당수가 가족 간의 갈등에서 비롯된다. 좋은 날, 부모님이나 조상님을 잘 봉양하기 위해 모였다가 작은 시비 하나 때문에 가족 간 화목이 깨지기 쉽다.

명절 차례상이 간소화되면 가족 구성원의 수고를 덜고 남성과 여성들의 역할에 대한 갈등을 줄이는 일거양득의 효과가 있는 데다 조상님도 잘 모실 수 있다.

설 명절이 다가오지만 벌써 코로나 19 변이종인 오미크론이 델타를 제치고 전국적으로 대세를 이룰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벌써 일부 지역은 대세가 되고 있다. 사회적 거리 두기 준수는 무엇보다 중요하고 가능하면 가족 간 모임도 자제해야 한다.

하지만 이번 설 명절에 고향을 찾아 부모님께 세배를 드리고 차례를 올려야 한다면 전통이라고 해서 과거의 것만 답습하지 말고 시대에 맞게 변화하는 모습을 보이면 어떨까?

상다리가 휘어지도록 차리고도 먹지 않는 데다 부모님께서 싸주는 음식을 상경길에 버리는 일부 잘못된 차례 문화를 우리 조상님들은 어떻게 보고 계실까?

다가오는 설 명절, 꼭 고향이 아니더라도 자신이 있는 곳에서 떡국과 주(酒), 과(果), 포(脯)로 간소하게 차례상을 차려 조상을 뵙고 가족 간의 화목도 찾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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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동 사는 善山人. 待人春風 持己秋霜(대인춘풍 지기추상)을 좋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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