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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시민기자다. 아니, 시민기자라기엔 부족하다. 아니 그럼에도 아직은 시민기자다. 이렇게 내가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라는 정체성에 혼란을 겪는 것은 2016년 7월에 첫 기사를 쓴 후 2022년에 접어든 현재, 총 기사 건수가 불과 14건밖에 안 되기 때문이다.

시민기자 6년차에 기사 14건이라니. 겨우겨우 명맥을 이어가는 처지이다. 그렇게 가뭄에 콩 나듯 기사를 송고하고 '아, 차차!' 싶은 부분이 생기면 최은경 편집기자에게 수정 요청을 보내곤 했다.

사실 지난 2019년 최은경 기자와 이주영 기자를 만난 적 있다. 지역에 있는 시민기자들을 만나던 중 대구에 오셔서 대구경북 시민기자들과 자리를 함께 했었다. 그때 눈을 반짝이며 진심으로 열중해 한 명, 한 명의 이야기를 귀담아 듣는 최은경 기자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그런 그가 최근 <아직은 좋아서 하는 편집>이라는 책을 냈다.

책을 읽고 그가 이 일을 '좋아서 하는' 건 충분히 느껴졌는데 문득, 그에게 편집 '일'이란 어떤 의미인지 좀 더 내밀한 이야기를 듣고 싶어졌다. 메일을 보내 그와 거리를 두고 이야기 나눌 수 있었다.
 
 <아직은 좋아서 하는 편집>을 들고 포즈를 취했다.
▲ 최은경 작가  <아직은 좋아서 하는 편집>을 들고 포즈를 취했다.
ⓒ 김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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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먼저 출간을 축하한다. 개인적으로 기자님이 쓰실 '책이 나왔습니다'를 기대하고 있다.
"제가 시민기자들이 쓸 수 있는 연재 코너로 '책이 나왔습니다'를 기획했던 건, 이제 막 책을 낸 시민기자들의 책이 제대로 '발견'되기 어렵고, 광고를 많이 하기도 어려운 상황에 대한 안타까움 때문이었어요. 저 역시 누군가에게 발견되길 바라는 작가이기도 하지만,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중에 꽤 많은 분들이 책을 출간하시고, 오마이뉴스 연재기사로 책을 내는 경우도 많아서 저자가 된 시민기자들의 출간 후기를 알리고 싶었어요. 굳이 저까지 '책이 나왔습니다'를 써야 할까 싶지만… 언젠가 쓰게 된다면, 좀 다르게 써보고 싶은 마음은 있습니다." 

- 책 제목인 '아직은 좋아서'라는 표현이 인상적입니다. 역설적으로 아직은 좋아서 하고 있지만 좋아지지 않으면 언제든 떨칠 수 있다는 의미로도 다가오고요. 또 그래서 '아직은 좋다'는 표현이 더 '찐'으로 느껴지기도 하고... 제목 이야기가 궁금합니다.
"제가 처음 '아직은'이라는 말에 꽂힌 건, 정말 '아직은 좋아서'라고 말할 수 있기 때문이었어요. 사람 일이라는 게 하루 앞을 내다보지 못하잖아요. 언젠가 이 일을 그만 둘 수 있다는 생각을 항상 하고 있어요. 이유야 많겠죠. 일이 재미가 없어서(혹은 지겨워서), 건강이 좋지 않아서, 더 해보고 싶은 게 없어서, 일을 못 따라간다고 생각해서 등등. 그게 언제가 될지 알 수 없지만 아직은, 지금은, 현재는 좋아서 오래 이 일을 하고 있다고 생각했어요. '지금은 좋아서 하는 편집'보다, '현재는 좋아서 하는 편집'보다, '아직은 좋아서 하는 편집'이라는 표현이 제 마음을 가장 잘 드러내는 표현 같았어요. 물론 지금도 아직은 그렇습니다."

- 왜, 뭐가 그렇게 '아직은' 좋을까요? 
"글쎄요.(웃음) 책에도 썼지만 한 우물을 파고 있지만 일을 하면서 계속 새로운 영감을 받기 때문이 아닐까 싶어요. 지겨울 때도 있지만 지겹기만 한 건 아니고, 힘들 때도 있지만 힘들기만 한 것도 아니라서. 늘 좋기만 한 것도 물론 아니고요. 내일 일은 모르겠고, 일단 하루하루를 잘 살고 싶어요. 그렇게 살다보면 재밌어지는 것 같기도 하고. 예전에는 직장 생활을 하는 누구나 다 그렇겠지만 '견디자, 버티자' 뭐 이런 마음도 있었던 것 같은데… 지금은 그냥 흘러가는 대로 두자, 뭐 이런 마음이랄까. 오래 생각하지 않으면 그냥 지금이 좋은 것 같아요. 물론 안 좋을 때도 가끔 있지만요."  

- 책을 읽으며 남의 글을 봐야 하는 사람들은 물론이고 직접 글을 쓰는 분, 쓰고자 하는 분들도 읽으면 도움이 되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글을 쓰는 분들이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시스템을 잘 활용하면 좋을 텐데요. 만약 시민기자로 활동하고 싶은 분이 있다면 그 첫걸음이 무엇일까요?
"일단 쓰는 거죠. 채택이 되든 안 되든 쓰는 겁니다. 새해에 여러 가지 계획을 세우잖아요. 더 이상 내 만족이 아니라, 독자에게 보여주고 싶은 글을 쓰고 싶은 사람이라면 기사 쓰기에 도전해 보셨으면 좋겠어요. 어떤 시민기자가 이런 말을 했어요. '오마이뉴스는 글 쓰는 사람들이 '잽'을 날리기 좋은 매체라고 생각한다'고. 그렇게 잽을 날리다 보면 언젠가 독자들이 공감하고, 주변에 선한 영향력을 끼치게 되는 그런 글을 쓰게 되지 않을까요?"

- 시민기자로서 가장 힘이 됐던 말은 "이렇게 써도 되나요?", "이런 것도 기사로 써도 되나요?" 하는 물음에 항상 "그럼요! 왜 안 되겠어요" 하는 기자님의 무한 긍정의 말이었어요. 2021년, 기자님에게 가장 힘이 됐던 말이 있다면?
"업무적으로는 제가 할까 말까 고민할 때 '한번 해 봐' 하고 일이 될 수 있는 방향으로 조언해 준 동료들의 말이 힘이 되었고, 글을 쓰는 입장에서는 '네 글을 좋아해주는 사람이 꼭 있을 거야, 그러니 계속 써'라는 말이었어요. 사실 이번 책도 투고를 포기하려고 할 때마다 그 말을 해준 시민기자 덕분에 '한 번만 더, 한 번만 더 해보자' 그랬던 것 같아요. 누군가에게는 아무것도 아닌 것 같은 말도, 간절한 사람 입장에서는 진심으로 들리는 것 같아요. 되든 안 되든 최선을 다 하는 것이 그 마음에 대한 보답이라고 저는 생각해요. 그런데 시민기자들도 그런 것 같았어요. 제가 하는 아무것도 아닌 말들을 진심으로 들어주고 실제 그게 기사로 이어졌을 때 기쁘고 이 일의 보람을 느껴요." 

- 마지막으로 독자와 시민기자들께 한 말씀!
"제가 책에 '작가가 된 시민기자의 첫 글을 기억하는 사람이 바로 나다'라는 문장을 쓸 때 조금 뭉클했어요. 제가 글을 쓰면서 어쩌면 작가도 편집자에게 발견되는 사람이 아닐까 생각한 적 있어요. 제 글을 좋아해주는 편집자를 만나 제 이야기가 책으로 엮이고 독자와 만날 수 있게 되는 거니까요. 그 마음을 누구보다 잘 알기에 좋은 글을 쓰고 싶은, 좋은 삶을 고민하는 시민기자를 저도 잘 발견하고 싶어요. 그분들도 얼마나 간절히 발견되길 바라고 있겠어요.

그런데 제가 만약 글을 쓰지 않았다면 시민기자들의 이런 마음을 잘 헤아릴 수 있었을까 싶어요. 시민기자 때문에 글을 쓰기 시작한 것은 아니었지만, 쓰면 쓸수록 제가 작가로서 하는 경험이 일하는 데도 도움이 되는 것 같아요. 힘들어도 쓰기 잘 했다고 생각하는 이유입니다. 계속 쓰게 되는 이유고요. 읽고 쓰면서 누군가를 발견하는 즐거움을 계속 느끼고 싶어요."
 
"시민기자와 함께 성장한 19년 차 편집기자의 읽고 쓰는 삶"
▲ 아직은 좋아서 하는 편집(오마이북, 2021) "시민기자와 함께 성장한 19년 차 편집기자의 읽고 쓰는 삶"
ⓒ 김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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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어이자 시민기자의 한 사람으로 그는 분명 "읽고 쓰면서 누군가를 잘 발견해낼 것 같다"는 확신이 생겼다. 누군가를, 어떤 이야기를 잘 발견해 내려면 관심과 애정이 필수일 것이다. "작가가 된 시민기자의 첫 글을 기억하는 사람이 바로 나"라는 문장을 쓸 때 조금 뭉클했다는 그의 말에 내가 되레 뭉클했다.

이 정도의 관심과 애정이라면 누군가를 발견하는 즐거움을 계속 느끼고 싶다는 그의 바람은 충분히 채워질 것 같다. 게다가 그는 관심과 애정은 물론이고 어떤 이야기도 소홀히 하지 않고 열린 자세로 귀 기울여 주는 든든한 편집기자가 아닌가.

또한 이 책을 읽고 든 생각은, 쉬고 있거나 이미 활동하고 있는 시민기자들을 재교육하고 성장시키기에 딱 필요한 내용을 담고 있다는 거였다. 그러니 6년 동안 기사 14건을 쓴 나라도 (반성하는 차원에서) 이런 책이 나왔다고 알릴 수밖에.

한편, 질문에서도 언급했지만 남의 글을 봐야 하는 사람들은 물론이고 직접 글을 쓰는 분, 쓰고자 하는 분들께도 권한다. 서평 잘 쓰는 법, 인터뷰 잘 하는 법, 꾸준히 글 쓰는 법 등에 관한 꿀팁들을 만날 수 있다.

아직은 좋아서 하는 편집 - 시민기자와 함께 성장한 19년 차 편집기자의 읽고 쓰는 삶

최은경 (지은이), 오마이북(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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