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뻔한 하루는 가라, 일상을 풍요롭게 만드는 노력. 시민기자 그룹 '40대챌린지'는 도전하는 40대의 모습을 다룹니다.[편집자말]
요즘 챌린지가 대세다. 미라클 모닝부터, 공부, 독서, 운동, 재테크까지 분야를 막론하고 챌린지를 인증하는 것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나 역시 이 분위기에 휩싸여 다양한 챌린지를 시도하고 있지만 의욕관 달리 번번이 실패하고 만다. 하지만 쉽사리 포기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나를 성장시킬 가장 쉽고도 가까운 방법이 챌린지, 즉 작은 도전들이니까.

아이들 방학을 맞아 뭔가 건설적이고 몸에 이로운 챌린지를 해보자고 생각했다. 무엇이 있을까? 외면하고 싶지만 외면할 수 없는, 해야 하지만 하기 싫은, 틀림없이 하고 나면 좋을 거지만 선뜻 용기가 나지 않는 그것. '집 밥 챌린지'에 도전하기로 결심했다. 대기업의 맛에 길들여져 가는 아이들과 안 하니까 더 하기 싫어지는 이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나름 큰마음을 먹은 것이다.

꼼수 요리 엄마, 집밥에 도전하다
 
아이들에게 엄지척 받은 굴 미역국!
▲ 굴 미역국 완성  아이들에게 엄지척 받은 굴 미역국!
ⓒ 조영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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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알못'인 내가 집밥 챌린지에 도전하는 것이 가당키나 한 일인지 모르지만, 나 자신과 굳건한 약속을 하고 성취를 맛보다 보면 혹시 또 모를 일이지 않은가. 요리 똥 손에서 요리 금 손으로 거듭나게 될지도.

하루 세끼는 너무 터무니없고 하루 한 끼 정도는 신선하고 건강한 재료로 직접 만들어 먹는 것으로 미션을 정했다. 우선, 챌린지 실패 다 경험자로서 챌린지는 어렵고 힘들면 안 된다. 초반부터 힘주다가 작심삼일을 넘기지 못하고 나가떨어지는 경우를 많이 봤다(내 얘기다). 최대한 쉽고 간단하게! 하지만 영양은 빠지지 않게! 이것이 내 집밥 챌린지의 목표였다. 

머릿속에 바로 떠오른 것은 미역국이었다. 만들기도 쉽고 영양도 가득하다. 그런데 미역국은 미역을 불리고, 볶고, 육수 내고, 간 맞추고... 번거로운 요리가 아니냐고 반문할 수 있다. 하지만 걱정 마시라. 내가 힘든 요리를 할 리 없지 않은가. 우주 킹왕짱 쉬운 미역국! 거기엔 나만의 든든한 무기가 있다. 그것은 바로 바다의 우유라 불리는 '굴'.  

굴 미역국은 간편 요리의 최고봉이다. 굴 철엔 무조건 굴 미역국을 끓일 정도다. 세상에 다양한 굴 미역국이 있겠지만 나처럼 쉽게 끓이는 사람을 잘 보지 못했다. 지난번 나의 꼼수 요리, 치킨 국에 만족했다면 이번 굴 미역국도 주목하시길. (관련기사 :  닭가슴살에 마늘... 백종원 레시피에도 없는 '치킨국')

이것 역시 방법 따윈 없다. 불린 미역에 물과 굴을 넣고 그냥 끓인다. 보통 미역국을 끓일 땐 참기름에 다진 마늘과 미역을 넣어 달달 볶다가 끓이는 게 국룰인데, 나는 기름 둥둥 뜨는 국물을 별로 좋아하지 않기 때문에 미역과 굴을 동시에 물을 넣고 끓인다. 그렇게 한참을 내버려 두면 국물이 뽀얗게 우러나는데 그때 소금이나 국 간장으로 간하고 다진마늘을 넣어주면 굴 미역국이 완성된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나는 요리 순서가 복잡한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야채 종류에 따라 순서를 달리 넣어야 한다거나, 볶을 거면 계속 볶지 볶다가 끓인다거나 하는 식으로 조리 방법이 바뀌는 것도 싫다. 요리의 미니멀리즘을 추구한다고나 할까. 무조건 짧고 심플하게! '내 손을 최대한 짧게 거치고, 재료의 맛을 의지하자'가 내 요리 철학이다.

굴이라는 재료는 충분히 의지할 만하다. 생굴 자체도 최고급 요리로 평가받지만 국물 요리에도 그 맛은 십분 발휘된다. 굴 미역국은 미역의 부드러움과 국물의 시원함이 더해져 먹다보면 나도 모르게 '굴떡굴떡' 넘어가게 된다.

국물 맛에 빠져 홀짝이다 굴 건더기가 많이 남으면 굴을 건져 밥 위에 올리고 양념장을 더한다. 그러면 또 하나의 요리, 굴밥이 완성된다! 하나의 요리로 두 개를 메뉴를 탄생시키는 한 마디로 일타상피 요리! 내가 가장 추구하는 저 노동 고효율 요리다.

끓일수록 맛있는 미역국, 나도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집밥조선생의 꼼수요리. 이대로 끓이기만 하면 됩니다.
▲ 굴+미역=미역국 집밥조선생의 꼼수요리. 이대로 끓이기만 하면 됩니다.
ⓒ 조영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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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역국은 각 가정마다 스타일이 다르다. 내가 어릴 때부터 먹어온 미역국은 황태 들깨 미역국이었다. 황태를 기름에 달달 볶다가 불린 미역과 멸치육수를 넣은 뒤 들깨를 옴팡 넣어주는 식의 친정 엄마표 미역국인데, 스무 살 이전까진 이 미역국이 전부인 줄 알고 자랐다.

그런데 연애 때 생일을 맞아 구 남친(현 남편)이 끓여온 미역국은 고기가 듬뿍 들어간 쇠고기 미역국이었다. 나는 움찔 당황하며 그 맛에 좀처럼 적응하지 못했다. 기름이 둥둥 떠 있는 진한 고기육수의 미역국은 내 취향이 아니었다. 차마 말을 하진 못 하고 사랑의 힘으로 먹어냈던 기억이 있다.

이후 산후조리원에 있을 때 미역국을 끼니 때마다 먹었는데 재료를 달리해서 끓인 미역국은 전혀 질리지 않았다. 다 같은 미역국이지만 재료에 따라 다 다른 맛이 났다. 그래서일까? 미역국을 싫어하는 사람을 별로 본 적이 없다. 자신의 기호에 맞는 재료를 넣으면 자신이 좋아하는 미역국이 될 테니까.

나는 미역국 같은 사람이 되고 싶다. 무슨 뚱딴지같은 말이냐고 할지 모르겠지만 미역국에 대해 얘기하고 있자니 음식의 특징과 개성이 사람의 성격과도 비슷하단 생각이 들었다. 예를 들면 김치찌개는 '인싸' 친구와 닮았다. 밥반찬, 술안주, 어느 자리에도 어울리고 특히 김치 본연의 아이덴티티가 강해서 부재료가 약해도 자신의 힘으로 분위기를 장악할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다. 또 잡채는 화려하지만 까다롭고 손이 많이 가는 까탈스러운 여자친구의 느낌과 닮았고, 곰탕은 사람은 참 진국이지만 왠지 재미는 없는 그런 친구가 떠오른다. 

그런 면에서 미역국은 처음 만날 땐 까칠하고 건조하지만 누굴 만나느냐에 따라 극강의 부드러움을 선보인다. 육고기, 해산물, 어떤 것과도 잘 어우러지고. 생일이나 출산 때 건강과 축복을 기원해주며, 평범한 날에도 환영받는 메뉴다. 특히 미역국은 처음 만들었을 때보다 다음 날, 그 다음 날 끓이면 더 맛있어진다. 나도 만나면 만날수록 더 맛깔나는 사람이 되고 싶다.

내가 생각하는 미역국의 가장 큰 장점은 융화이다. 산, 들, 바다에서 나는 어떤 재료도 포용한다. 소고기 미역국, 조개 미역국, 홍합 미역국, 성게 미역국, 가자미 미역국, 황태 미역국, 황태 들깨 미역국, 참치 미역국, 떡 미역국, 된장 미역국, 심지어 미역국 라면까지 등장했을 정도니... 미역국의 변주는 끝이 없다. 자신을 돋보이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기보다 첨가되는 재료를 존중하며 어우러지는 쪽을 택하는 것이 바로 미역국이라는 녀석이다.    

그러고 보니 처음 미역국을 끓였을 때가 생각난다. 말린 미역을 생각 없이 물에 불렸다가 어마어마해진 양을 보고 얼마나 놀랐는지 모른다. 어쩌면 지금의 나는 말린 미역이지 않을까? 아직 물을 만나지 못했을 뿐. 언젠가 나의 포텐이 터지는 날, 어마어마하게 불어나는 미역처럼 내 가능성도 불어날지 모른다는 기분좋은 상상도 해보았다.

뻔한 하루는 가라, 일상을 풍요롭게 만드는 노력. 도전하는 40대의 모습을 다룹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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