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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정부가 학생부종합전형(학종)을 만든 지 8년이 됐다. 문재인 정부의 교육정책입안자들은 이 제도를 계승했을 뿐 아니라 확대하거나 유지하기 위한 노력을 지속해왔다. 이를 위해 학종을 옹호하는 다양한 논리를 만들어냈다. 하지만 그 논리들은 사실과 부합하지 않는다. 연속 기사 '학종의 거짓말'을 통해 학종 확대론자들이 주장해온 주장들이 사실적 근거가 없음을 총 8번에 걸쳐 밝히고자 한다. 이 기사는 그 여섯번째 글이다.[편집자말]
학종 확대론자들은 정시 확대에 집요하게 반대하면서 그 논리의 하나로 수능이 확대되면 사교육비가 급증할 것이라고 주장해왔다. 이들에 따르면 '수능시험이 사교육비의 주범'이기 때문에 정시를 확대해서 수능의 비중이 높아지면 사교육비가 증가한다는 것이다.

만약 학종 확대론자들의 주장대로 수능이 사교육비의 주범이라면 정시의 비율이 줄어들수록, 수능의 영향력이 약해질수록 사교육비가 줄어들 것이다. 마찬가지로 정시 대신 수시모집이 증가하고, 학종의 비율이 높아질수록 사교육비가 더 줄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사실은 그렇지 않다. 아래의 [표1]은 2008학년도부터 2020학년도까지 정시모집비율의 변화와 사교육 참여 학생 1인당 사교육비의 변화(고등학생) 추세다.
 
[표1] 정시모집 비율과 사교육비 변화 비교(2008-2020학년도)
 [표1] 정시모집 비율과 사교육비 변화 비교(2008-2020학년도)
ⓒ 통계청, 사교육비조사결과(2007-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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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학년도 이후 정시 비율은 46.9%에서 22.7%로 급감했다. 그러나 사교육비는 전혀 줄지 않았다. 오히려 참여학생 1인당 사교육비는 416만 원에서 718만 원으로 72.6%나 증가했다. 수능 중심의 정시 비율이 급격히, 그리고 지속적으로 줄었음에도 불구하고 사교육비가 감소하기는커녕 지속적으로 증가해왔다는 사실은 수능이 사교육비의 주범이 아니라는 것을 시사한다.

그러면 수시모집과 사교육비의 관계는 어떨까? 정시가 축소되고 수시가 확대되면 사교육비는 감소할까? 아래의 [표2]는 수시모집 비율과 사교육비 변화를 보여준다.
 
[표2] 수시모집 비율과 사교육비의 변화(2008-2020학년도)
 [표2] 수시모집 비율과 사교육비의 변화(2008-2020학년도)
ⓒ 통계청, 사교육비조사결과(2007-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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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시모집비율은 2008학년도 53.1%에서 2020학년도에는 77.3%까지 높아졌다. 그런데 이렇게 수시의 비율이 증가하는 동안 사교육비는 감소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계속 증가했다. (참고로 수시가 처음 시작된 1997학년도에는 그 비중 1.4%에 불과했고, 수시가 본격화된 2002학년도에도 그 비중은 28.5%였다. 이후 수시모집 비율은 급격히 증가해서 정시를 보완하기 위해 시작된 수시는 거꾸로 정시를 압도하게 된다.)

그러면 학종은 어떨까? 학종으로 선발하는 비율이 증가하면 사교육비는 감소할까?
[표3]은 학종 모집비율의 변화와 사교육비의 추세를 보여준다.
 
[표3] 학생부종합전형 모집비율과 사교육비의 변화
 [표3] 학생부종합전형 모집비율과 사교육비의 변화
ⓒ 통계청, 사교육비조사결과(2008-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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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학년도에 학종의 전신인 입학사정관제가 본격적으로 도입되었고, 2015학년도부터 학종으로 명칭을 변경했다. 2009학년도 입학사정관제의 모집비율은 전체모집인원의 1.2%에 불과했으나 이후 지속적으로 증가했다. 학종으로 명칭이 바뀐 다음에는 그 비율이 더 높아져서 2020학년도에는 전체 모집 인원의 24.8%를 학종으로 선발했다.

그런데 그래프가 극명하게 보여주듯이 학종의 모집비율이 증가하면서 사교육비도 지속적으로 증가했다. 따라서 학종의 비율이 증가하면 사교육비가 감소한다는 것은 거짓이다.

사실 사교육비는 대입전형을 어떻게 바꾼다고 하더라도 그 추세가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우리나라에서 대학 진학을 둘러싼 사교육의 뿌리는 욕망, 불안, 그리고 의무감에 놓여져 있다. 한국 사회에서 평판이 높은 대학에 진학하기 위한 경쟁은 일생 전체에 지대한 영향을 주는 지위획득경쟁으로 자리매김되어 있다. 이런 상황에서 사교육은 이 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하려는 투자로 인식된다.

그렇기 때문에 대입전형에서 본고사가 중요해지면 본고사 사교육이 득세하고, 내신이 중요해지면 내신 사교육이 팽창하며, 학종이 중요해지면 다양한 서류 꾸미기와 기록관리 컨설팅 사교육이 증가한다. 마찬가지로 논술이 중요해지면 논술 사교육이 증가하고, 수능이 중요해지면 수능 사교육이 확대된다. 따라서 대입 전형방식을 바꾸는 것으로 사교육비를 경감시킬 수 있다는 주장은 대체로 거짓이다.

그러나 사교육비가 더 많이 증가하거나 덜 증가하게 하는 요소가 있다는 것은 확인해둘 필요가 있다. 첫째, 대입전형이 복잡해지고 다양해질수록 사교육 부담은 커진다. 준비해야 할 것이 많아지기 때문이다. 예컨대, 정시 수능, 수시 학생부 교과(내신), 수시 학생부 종합, 수시 논술전형 식으로 전형이 다양하게 존재하고 복잡하면 사교육 부담은 늘어난다.

대입 전형은 단순해져야

대학 진학을 준비하는 학생들은 처음부터 수능형, 내신형, 학종형, 논술형으로 나누어져 있는 것이 아니다. 대학에 진학하려고 노력하는 고등학생이라면 적어도 2학년 1학기 때까지는 내신과 학종을 위한 서류 만들기를 포기하지 못한다. 그래서 학교에서 과목마다 내주는 수행평가도 포기할 수 없고, 다양한 활동도 포기할 수 없다. 결국, 고2까지 거의 모든 시간에 걸쳐서 대입준비를 해야 하는 셈인데, 여기에는 모두 사교육이 개입한다. 동시에 수능도 포기할 수 없다, 누구도 자신이 수시모집에서 원하는 대학에 합격할 것이라고 장담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또한, 많은 학생들이 2학년 후반쯤에는 자신의 내신이나 학생부 기록으로는 원하는 대학에 진학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인식하게 되는데, 이 학생들은 본인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이제 수시 논술형으로 태도를 바꿔야 한다. 그리고 동시에 수능준비에 본격적으로 몰입해야 한다. 결국, 복잡하고 다양한 입시제도는 그만큼 많은 시간과 많은 분야에 걸쳐서 사교육에 노출되도록 만들며, 그래서 사교육비 증가에 영향을 준다.

둘째, 고등학교 교육과정에서 대비할 수 없는 대입 전형은 사교육 부담을 증가시킨다. 사실 대학 진학이 지위획득경쟁이 되는 상황에서 사교육을 막는 것은 전두환 방식이 아니고서는 불가능하다. (심지어는 핀란드도 사교육 팽창이 사회적 문제가 된다.)

그런데 고등학교에서 배우는 것을 사교육으로 보충하는 것과 애당초 고등학교 교육과정에 없어서 사교육에 전적으로 의존해야 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예를 들면, 논술시험은 그 자체로서는 좋은 평가 수단으로 인정되지만, 고등학교 교육과정에는 논술과목이 없다. 따라서 논술시험이 독자적인 대입전형으로 존재하게 되면 혼자 공부하거나 전적으로 사교육에 의존해야 한다.

심층 면접도 마찬가지다. 서울대를 포함한 소위 주요 대학은 학종에서 심층면접을 실시한다. 내용적으로 사실상 구술 본고사에 가깝다. 그런데 그 내용에 대해서 고등학교 교육과정은 거의 도움을 주지 못한다. 이런 요소가 사교육비 증가에 영향을 준다. 특히 일반 학생은 접근하기도 어려운 '특별한 사교육'에 영향을 준다.

반대로, 대입 전형이 학교에서 배우는 것이 중심이 되고, 준비해야 할 것이 단순하면 사교육비는 상대적으로 증가할 가능성이 낮아진다. 이것이 대입전형이 단순해져야 하는 또 하나의 이유다.

결론적으로 사교육 자체는 대입 전형을 바꾸는 것으로 해결할 수 없다. 그런 점에서 수능 중심의 정시가 확대되면 사교육비가 증가할 것이라는 주장은 사교육비의 메카니즘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거짓선동일 뿐이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 이현은 공항중학교 교사로 재직했고, 전교조 가입으로 해직됐다. 1994년 복직했지만, 경제적 형편으로 인해 곧 학교를 그만두고 학원 강사 생활을 시작했다. 이후에는 스카이에듀라는 수능업체의 대표를 지냈다. 2014년 사교육 사업을 모두 정리하고 2015년 재단법인 우리교육연구소를 설립했으며, 이후 우리나라 교육정책 전반에 대해 "사실적 근거"에 기반한 연구와 "합리적 대안" 모색을 위한 연구에 집중하고 있다. 이 글은 본인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일부 수정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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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공립중학교 교사 전교조 해직교사 (전)학원 강사 및 스카이에듀 대표이사 (현 )교육비평 발행인 (현) 재단법인 우리교육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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