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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해를 이끌어가고 있는 예술가, 기획자, 지역 리더, 문화 시민을 발굴하고 기록하고 있습니다.[기자말]
"내 삶의 이유는 무엇일까?"

가끔 인생이라는 길 위에 서서 자신에게 묻는다. 삶의 목적을 묻는 말에 선뜻 어떤 대답도 명쾌하게 꺼내지 못한다. 사전적으로 '인문학은 인간의 근원적인 문제나 사상 등을 중심으로 연구하는 학문'이라 정의한다.

인문학은 삶의 이유를 묻는 말에, 답을 스스로 찾게 도와주는 학문이다. 생의 한가운데에 서서 길을 잃었을 때, 내 손을 잡아주고 등을 토닥여주는 소중한 공간이 있다. 김해 내동 인문책방 '생의한가운데'다. 그곳에서 지난달 박태남 대표를 만났다.
 
인문책방 '생의한가운데'를 운영하는 박태남 대표가 환하게 웃고 있다.
 인문책방 "생의한가운데"를 운영하는 박태남 대표가 환하게 웃고 있다.
ⓒ 김예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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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대표는 2000년 남편이 직장을 옮기면서 김해에 터를 잡았다. 출산하고 육아하며 엄마로서의 고민이 시작됐다. '어떻게 하면 내 아이를 잘 키울 수 있을까?' 경쟁 교육에 휩쓸리지 않고 아이가 자라나길 바랐다. 그에 대한 해답을 책에서 찾았다.

"내 아이를 잘 키우기 위해 여러 가지 고민을 했어요. 그런데 내 아이만 잘 키우면 되는 게 아니더라고요. 결국 아이도 관계에 놓이게 되는데, 다른 친구들이 학원에 가면 놀 친구가 없어요. 그래서 저는 책을 중심으로 아이들을 키워내자고 생각했어요. 책을 통해 아이와 다른 아이가 연결되고 자연스럽게 부모도 연결되죠. 저와 생각이 비슷한 시민단체 '어린이책시민연대 김해지회'에서 활동하게 됐어요. 아이들이 경쟁 교육에 휩쓸리지 않고, 자유롭고 평등하게, 행복한 책 읽기를 할 수 있는 활동을 실천하려 했죠."

박 대표는 2011년, 매주 토요일 오후 2시면 서울행 고속버스에 몸을 실었다. 서울에서 열리는 이권우 도서평론가(<책 읽기의 달인 호모 부커스> 저자)가 진행하는 서평쓰기 강의에 참석하기 위해서였다.

몸은 피곤했지만 좋아하는 작가의 강의를 직접 들을 수 있어, 매주 박 대표는 행복했다. 그러다 아쉬움이 들었다. '왜 우리 지역에는 이렇게 좋은 강의를 들을 공간이 없을까?' 인문학에 대한 목마름이 가시질 않았다.

이후 박 대표에게 삼계동 '동원로얄작은도서관' 관장직의 제의가 왔다. '시민단체 활동을 하면서 느꼈던 문제의식을 도서관이라는 공간에서 한 번 구현해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박 대표는 그곳에서 릴레이인문 강의인 '막걸리인문학' 등 대중 강의를 진행했다.

그가 가졌던 인문학에 대한 목마름을, 도서관을 운영하면서 해결해봤지만 목마름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았다. 결국 2015년 박 대표는 직접 인문공간 '생의한가운데' 문을 열었다.

"매주 서울로 강의를 들으러 가면서, 생각했어요. 부산만 해도 백년어서원 등 인문공간이 있는데 김해는 왜 없을까 하고요. '나도 이렇게 인문학 공부를 갈구하는데, 나 같은 사람이 또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죠. 작은도서관 관장을 하면서, 막걸리 인문학 등 인문학 강의를 진행한 경험을 디딤돌 삼아 문을 열었어요."
 
인문책방 '생의 한가운데' 책장에 붙어 있는 글귀.
 인문책방 "생의 한가운데" 책장에 붙어 있는 글귀.
ⓒ 김예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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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공간 불모지에 생의한가운데를 열었지만, 인문공간을 운영하는 건 매일이 힘겨웠다. 박 대표는 공간을 운영하기위해 다양한 아르바이트를 해야 했다. 홀로 인문공간을 운영하는 건 자신과 하는 외로운 싸움이었다.

박 대표는 "인문공간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꽂혀, 감당하기 어려운 빚을 지고 시작했죠. 사실 이 공간을 유지하면서 너무 외로웠어요. 그래도 인문 공간의 필요에 동의하시고, 공간을 후원해주시고, 적은 금액에 강연자로 나서주신 분들 덕분에 많은 어려운 고비를 넘길 수 있었어요"라고 회상했다.

2015년 4월 문개주 선생의 '논어 강독'을 시작으로, 인제대 하상필 교수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달달인문학, 2박 3일 릴레이 인문강의 '생의 인문강의 축제', 어린이 영화 인문학, 작가 초청 강연 등이 열렸다. 진지한 얼굴로 서로의 삶에 대해, 삶의 가치에 관해 이야기하고 웃고 울며 생의한가운데는 이곳을 이용하는 많은 사람의 삶의 한 가운데 서 있었다.

"이곳에서 이뤄지는 지속적인 공부와 만남으로 삶이 달라지고 있다는 사람들이 많아요. 이용자들이 세상의 보는 관점이 바뀌고 다른 생각을 할 수 있는 힘이 생겼다고 말할 때 큰 보람을 느껴요. '이 공간이 저 혼자 시작했지만, 폭풍 같은 시간을 견뎌내며 조금씩 품이 넓어져 모두에게 소중한 공간으로 바뀌었구나' 하고 느낄 때 감동이 벅차올라요."

인문공간이었던 생의한가운데는 2019년 인문 책방으로 재탄생했다. 운영을 기부에 의존하는 비영리 공간의 한계 때문이었다. 지역에서 오랜 인문공간으로 가기 위한 큰 전환이었다. 책방으로 바뀐 뒤 생의한가운데의 문턱은 좀 더 낮아졌다. 책을 사러 온 고객들이 자연스럽게 인문학 강연에도 관심을 가지게 됐다.
 
인문책방 '생의 한가운데'에 진열된 책들.
 인문책방 "생의 한가운데"에 진열된 책들.
ⓒ 김예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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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대표는 "책방 이전에는 많은 분이 공부를 하지 않으면 이 공간에 들어오기가 어려웠을 거예요. 차를 파는 것도 아니니 차를 마시러 올 수도 없고요. 그런데 책방이 되니 우연히 들른 방문객들, 책방 프로그램으로 공간을 알게 된 분들이 생기면서 생의한가운데 문지방도 많이 낮아졌죠. 저도 더 많은 책을 읽고 소개하면서 삶이 더 풍부해졌어요"라며 웃었다.

그는 "인문학은 인간다운 삶을 살아가는 데 큰 도움을 줘요. 수 천 년 전 사람들의 고민과 현재 사람들이 고민이 크게 다르지 않아요. 그들이 남긴 흔적은 모두 당대에 대한 고민의 결과죠. 공부를 하다 보면, 자금 이곳의 나를 발견하게 되고, 나를 둘러싼 관계를 사유하게 됩니다. 세계와 나의 관계를 깨닫다 보면, 우리는 나를 위해서만 살아갈 수 없는 존재로 바뀌게 되죠. 우리 사회가 겪는 많은 문제는 인문적 사유 속에서 답을 찾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고 강조했다.

박 대표는 생의한가운데가 지역민들에게 '우애와 연대의 인문공간'으로 기억 남길 바랐다. 애벌레, 번데기, 나비가 되기까지 탈피하며 새롭게 성장하듯, 박 대표는 이곳에서 스스로 꾸준히 성찰하고 성장하기 위해 애쓸 생각이다.

그는 "주변 사람들에게 저는 '자신이 생각한 것을 최선을 다해서 한 사람, 애벌레가 나비가 되기까지 탈피하기 위해 애쓴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어요. 이 공간도 많은 이들이 좋은 관계와 연대를 맺고 스스로 성장하는 공간으로 남으면 좋겠어요"라고 말했다.

박 대표는 앞으로 생의한가운데에서 많은 청소년을 만나고, 많은 사람이 책과 다양한 방법으로 만날 기회를 구상하고 있다.

"다양한 활동으로 생의한가운데는 새로워지고 있어요. 3년째 행복교육지구 지역중심 마을학교에도 참여하고 있는데요. 내년에는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에 중심을 두고, 청소년들이 세상을 이해하는데 도울 방법을 구상 중이에요. 꾸준히 에세이 쓰기, 작가와의 만남 등을 통해 사람과 책을 만나는 기회를 계속 만들어 내고 싶습니다."

덧붙이는 글 | - 본 내용은 문화체육관광부와 경상남도, 김해시의 후원으로 제작되었습니다. 김해문화도시센터 블로그에 중복 게재 됩니다. https://blog.naver.com/ghcc_2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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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직 시골기자이자 두 아이 엄마. 막연히 글 쓰는 일을 하고 싶었다.시간이 쌓여 글짓는 사람이 됐다. '엄마'가 아닌 '김예린' 이름 석자로 숨쉬기 위해, 아이들이 잠들 때 짬짬이 글을 짓고, 쌓아 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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