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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매일 이용하는 교통, 그리고 대중교통에 대한 최신 소식을 전합니다. 가려운 부분은 시원하게 긁어주고, 속터지는 부분은 가차없이 분노하는 칼럼도 써내려갑니다. 교통에 대한 모든 이야기를 전하는 곳, 여기는 '박장식의 환승센터'입니다.[기자말]
선거철만 되면 나오는 '지하화 공약'이 이번 대선에도 어김없이 등판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는 고속도로와 철도 지하화 공약을 들고 나왔다. 두 사람은 이미 나온 지하화 공약 외에 추가로 여러 철도 및 고속도로의 지하화 방안을 내놓았다. 

이재명 후보는 이미 지하화 논쟁이 벌어지고 있는 경인선에 더해 경인고속도로의 지하화 공약을 내걸었고, 최근 대구 시내 철도 구간도 지하화하겠다고 밝혔다. 윤석열 후보는 수도권제1순환고속도로 부천-인천 구간, 봉담과천간고속화도로 과천 시내 구간 지하화를 내걸었다. 

공약은 속출하지만, 그것에 가려진 내용이 있다. 바로 지하화 공약이 현재 상황에선 현실성이 그리 크지 않단 점이다. 더불어 지하화에 투여해야 하는 비용정도면 다른 교통 취약지역에 더욱 많은 새 교통수단을 투입할 수 있다는 것이다.
 
도로 교통 불편 등의 이유로 지하화된 일본 '다이시선' 구간의 모습. 해당 구간을 공사하는 사업비는 한화 1조 5천억 원 정도가 소요되었다. (Flikr-Wikimedia Commons, CC-BY-SA 2.0)
 도로 교통 불편 등의 이유로 지하화된 일본 "다이시선" 구간의 모습. 해당 구간을 공사하는 사업비는 한화 1조 5천억 원 정도가 소요되었다. (Flikr-Wikimedia Commons, CC-BY-SA 2.0)
ⓒ Cheng-en Che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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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 양당의 대선후보가 한 목소리로 외친 경인선과 경부선 서울 구간의 지하화의 경우 앞서 총선, 지방선거에서 여러 차례 공약으로 나온 것이다. 이른바 철도 지하화 공약은 2020 총선 당시에도, 심지어 지난해 있었던 서울특별시장·부산광역시장 재보궐선거 때도 어김없이 등장했다. 

경의선의 지선인 용산선을 지하화한 사업은 성공적인 도시재생 사례로 꼽힌다. 용산선이 지하화되면서 복선전철화 된 덕분에 지하에는 서울 곳곳을 누비는 전철이, 지상에는 공원이 조성되어 많은 이들이 찾는 명소가 되었다. 강릉에서도 영동선 철도의 시내구간을 지하화되면서 선로를 '월화거리'로 재탄생시켰다.

철도의 지하화는 충분한 사례가 있고, 철도 소음 등으로 시민들이 불편을 겪는 만큼 현실성이 있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문제는 지금 대선후보들이 공약으로 내세운 노선의 지하화는 현실성이 전혀 없다는 점이다. 지상에서 운행하고 있는 철도를 유지하면서 지하에서 공사를 이어간 사례는 찾아보기 어렵다. 

한국에서 지금까지 진행된 철도 지하화 사례를 바탕으로 생각해보면, 현재 다니고 있는 전동차의 운행을 멈추고 지하 구간 공사를 이어가거나, 열차를 운행하면서 그 지하에서 터널을 뚫거나 개착을 해야 하는데, 이건 어려운 데다 위험하기까지 한 난공사이다. 

열차를 운행하면서 지하화를 이어갔을 때의 비용은 어느 정도가 들까. 현재 열차를 운행하면서 지하화를 진행하고 있는 일본 도쿄 근교의 전철 '다이시선'의 사례를 들 수 있다. 도쿄 바로 아래의 카와사키시내를 오가는 전철인 다이시선은 건널목이 많아 교통에 지장을 주었고, 현재 2km 구간을 지하화하는 사업이 진행중이다.

카와사키 시청, 그리고 <마이니치 신문>에 따르면, 해당 2.1km 구간을 지하화하는 데 드는 사업비는 1426억 엔, 한화로는 약 1조 5천억 원에 달한다. '다이시선'의 지하화는 이미 열차가 운행하는 선로 밑에 지하 선로를 개설하는 방식이다. 

다이시선은 2019년 지하화가 완료된 첫 번째 구간을 개통했고, 잔여 구간 역시 2024년을 목표로 공사를 이어가고 있다. 물론 효과도 있었다. 다이시선 연선에 즐비했던 건널목이 사라지면서 지역 단절이 해소되었다. 하지만 건널목이 그리 많지 않고 입체화가 잘 된 한국의 경우 새로운 노선을 뚫는 것보다 높은 사업비를 감당하면서까지 지하화를 한다는 것이 타당한지에는 여전히 물음표가 그려진다. 

고속도로 지하화, '현재진행형' 사례 있지만...
 
지하 대심도 터널 공사가 한창 진행되었던 서부간선도로의 모습. 이러한 기존 도로의 지하화 공사의 시점부와 종점부는 병목 현상을 낳곤 한다.
 지하 대심도 터널 공사가 한창 진행되었던 서부간선도로의 모습. 이러한 기존 도로의 지하화 공사의 시점부와 종점부는 병목 현상을 낳곤 한다.
ⓒ 박장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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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고속도로야 한국에서도 지하화 한 사례가 있다. 지난 2016년 경부고속도로의 기흥동탄IC - 동탄JC의 1.2km를 지하화하는 공사가 시작되어 현재까지 진행중이다. 동탄신도시 입주 주민들의 교통분담금을 모아 3400억 원 남짓의 예산으로 진행되는 해당 사업은 2023년 6월 완공 예정이다. 

서울에서 인천으로 향하는 첫 관문인 국회대로 역시 지하화의 한 사례라 할 수 있다. 신월여의지하도로로 지하 도로가 개통했고, 상부의 자동차전용도로 역시 저심도 지하차도를 개설해 해당 도로를 지하화한 뒤 상부를 공원으로 활용할 계획이 나오는 등 지하화 사업을 진행중이다. 

이런 사례를 예를 들어 경부고속도로의 강남에서 동탄 구간까지 지하화 구간을 확장하자는 목소리는 물론, 다른 고속도로나 고속화도로 역시 지하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대선후보들로부터 나오고 있다.

하지만 지하화에 따른 비용 문제뿐만 아니라, 현실적인 문제 역시 적지 않다. 지하화 공사의 시점부와 종점부엔 터널 개설을 위한 부지가 적잖게 필요하다. 그러한 대체 부지를 얻을 수 있다면 공사가 수월하지만, 아니라면 이미 차량이 다니고 있는 도로 일부를 점유해야만 한다.

당장 경부고속도로 동탄 구간 지하화 역시 기존 경부고속도로 부지보다 더욱 넓은 토지를 확보해 공사가 이루어지고 있다. 또한, 서부간선도로의 지하화 사업으로 인해 시점부, 종점부 차선이 줄어드는 등 공사로 인해 안 그래도 심각했던 정체가 더욱 심화된 사례도 있다. 

공사 기간 동안 높아지는 사고 위험과 정체도 지하화 공사가 안고 있는 문제다. 동탄신도시 관내 경부고속도로 지하화 사업의 경우 수 년째 사업이 지연되면서 해당 구간을 지나는 다른 지역 이용객들의 사고 위험이 높아졌고, 우회도로 병목구간에 따른 정체 등도 불편을 안기고 있다. 

'인프라 중복' 지하화 예산 옳을까
 
지하화가 추진되는 경부고속도로의 모습. 경부고속도로를 지하화하는 예산이면 고속도로가 없어 불편을 겪는 지역에 더욱 많은 예산을 투입할 수도 있다.
 지하화가 추진되는 경부고속도로의 모습. 경부고속도로를 지하화하는 예산이면 고속도로가 없어 불편을 겪는 지역에 더욱 많은 예산을 투입할 수도 있다.
ⓒ 박장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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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화 공약을 환영하지 못하는 이유는 그저 '지하화에 들어가는 예산이 많기 때문'만이 아니다. 그러한 공약들은 이미 많은 선거를 통해 보았듯 '공약(空約)'이 되었으며, 만일 지하화 사업이 실제로 추진된다면 해당 사업비 충당을 위해 다른 '인프라 사업'이 가져가야 할 예산을 갉아먹기 때문이다.

아직 대한민국엔 최소한의 이동에도 불편을 겪는 이들이 너무 많다. 이른바 'BYC'(경북 오지 지역인 영양·청송·봉화를 묶어 부르는 말) 지역엔 2017년에야 처음으로 4차선 고속도로가 뚫렸다. 그마저도 봉화는 고속도로가 아직까지 지나지 않는다. 심지어 대도시마저도 마찬가지다. 6대 광역시 중 하나인 울산은 광역시 승격 35년만인 2021년 말에야 처음으로 '전철'이 개통했다. 이렇듯 대한민국 각지의 인프라는 '사통팔달', '균형발전'이라는 수식어로 설명되기에는 아직도 턱없이 부족하다.

서울 서초구는 지난 2017년 자체 용역을 통해 한남IC - 양재IC간 경부고속도로 6.6km를 지하화하는 데 드는 예산을 3조 3천억 원으로 추산했다. 그런데 국토교통부는 고속도로 1km 구간를 공사하는 데 건설비를 2020년 기준 약 475억 원으로 추산하고 있다. 즉 경부고속도로 6.6km를 지하화하는 비용이 약 70km의 새 고속도로를 건설하는 비용과 맞먹는다는 이야기다.

철도의 경우 1조 5천억 원의 예산으로는 연약지반 2km 남짓의 복선 철도를 지하화하는 데 그친다. 그런데 1조 5천억 원은 김포 도시철도를 개통하는 데 들었던 총 사업비이기도 하다. 이미 인프라가 있는 선로 전체를 지하화하는 비용이면, 어엿한 '지하철 노선' 여러 개를 완전히 개통할 수도 있다는 말이 된다.

지하화 공약, 지방선거에서도 안 봤으면...
 
지상에 만들어진 인프라는 보통 도시의 발전 이전에 들어왔거나, 도시의 발전에 공헌했던 바 있다. 하지만 그 인프라의 장점만을 누리면서, 다른 인프라에 쓰일 예산을 잠식하는 지하화는 이기적인 모습이다.
▲ "지상 철도"인 경인선 내 전철역의 모습. 지상에 만들어진 인프라는 보통 도시의 발전 이전에 들어왔거나, 도시의 발전에 공헌했던 바 있다. 하지만 그 인프라의 장점만을 누리면서, 다른 인프라에 쓰일 예산을 잠식하는 지하화는 이기적인 모습이다.
ⓒ 박장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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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간접 자본, 이른바 SOC 예산엔 한계가 있다. 2022년 정부 예산에 반영된 SOC 예산은 27초 5천억 원이다. 지난해보다 1조 남짓 늘어난 SOC 예산은 분명 교통 음영지역, 그리고 지방 등으로 향해야 한다. km당 수천 억, 심지어는 조에 달하는 비용까지 분담해야 하는 지하화를 위해 예산을 쓸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 지하화를 위해 쓰는 예산이 생겨난다면 자연스럽게 다른 사업의 축소, 지연이 이어질 수 있다. 

물론 지하화 공약이 나쁘다는 것은 아니다. 일부 지역에서는 철도나 고속도로가 지역을 두 쪽으로 갈라놓은 탓에 지역 발전이 저해되는 등의 고충을 안고 있다. 하지만 그런 일부 사례만 가지고 이곳 저곳에서 지하화를 추진하는 것은 '선심성 공약'이나 다름없다. 균형발전에도, 다른 지역을 위한 최소한의 이타심도 없는 지하화 공약은 이제 멈출 때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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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교통 기사를 쓰는 '자칭 교통 칼럼니스트', 그러면서 컬링 같은 종목의 스포츠 기사도 쓰고, 내가 쓰고 싶은 이야기도 쓰는 사람. 그리고 '라디오 고정 게스트'로 나서고 싶은 시민기자. - 부동산 개발을 위해 글 쓰는 사람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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