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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맙습니다. 고맙습니다. 이렇게 찾아주셔서 감사합니다!"

연신 고개를 숙이며 거듭해서 인사를 건네신다. 두 눈에 눈물까지 맺히셨다. 어르신은 힘든 몸을 일으켜 세우며 만류에도 불구하고 현관 입구까지 한쪽 발을 끌고 나와 배웅을 해주셨다. 상담을 하는 동안에도 앉아 있으면 몸이 자꾸 한쪽으로 기울어져 침대 끝을 잡아 몸을 바로 세우셨다. 다리는 굽히는 게 힘드신지 쭉 편 채로 앉아 몸을 앞뒤로 흔들기도 했는데... 
  
대설특보가 내려도 방문 상담 하는 사회복지사
 
대설특보가 내려진 당일 오후에도 나는 취약계층 어르신 댁에 방문하기로 약속이 되어 있었다.
 대설특보가 내려진 당일 오후에도 나는 취약계층 어르신 댁에 방문하기로 약속이 되어 있었다.
ⓒ 김정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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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7일부터 군산에 대설특보가 내려지고 안전에 주의하라는 문자가 하루에도 몇 번씩 울린다. 하지만 대설특보가 내려진 당일 오후에도 나는 취약계층 어르신 댁에 방문하기로 약속이 되어 있었다. 잠깐 고민을 했지만 미룰 수가 없었다.

치매를 앓고 있는 돌봄 취약계층 노인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자 대상자를 방문하여 상담을 진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회복지사인 나는 상담을 통해 다양한 서비스 지원과 적절한 자원연계를 통해 돌봄 사각지대를 해소하는 일을 한다.

다행히 눈은 오지 않고 날씨가 그다지 나쁘지는 않아서 첫 번째 약속한 어르신 댁으로 출발했다. 약속된 시간에 맞춰 어르신 댁에 방문하니 보호자가 반갑게 맞아주셨다. 거실에 누워 TV를 보시다가 보호자와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 어르신도 어느샌가 옆에 앉아서 이야기에 동참하셨다.

"나는 화투는 안쳐, 재미없어. 우리 집에는 화투 없어!"

보호자와 대화를 나누는데 TV 소리 틈으로 우리가 하는 말이 들렸다 보다. 어르신에게 필요한 활동이 뭔지 논의하는데 당신 의견을 이야기 하셨다. 어르신은 치매로 집에만 거의 계시고 별다른 활동은 하지 않는다고 하셨다. 오로지 집에서 TV를 보면서 하루를 보내는 게 일과가 되었다고.

두 번째 방문한 어르신 댁에서 보호자와 상담을 진행하고 있는데 창 밖으로 함박눈이 펑펑 쏟아졌다. 어르신은 밤에 커피포트를 옆에 둔 채 가스레인지에 불을 켜서 포트를 태워먹었다고 했다. 밤에 잠을 안 주무시고 돌아다니면서 이것저것을 꺼내 먹다가 당이 올라 위험한 상황이 되기도 한다고 했다.

이야기를 하는 내내 평정심을 유지하던 보호자는 병원에 가기 위해 대상자와 헤매던 이야기를 하는 순간 끝내 눈물을 보이고 말았다. 내가 해줄 수 있는 이야기는 위로밖에 없었다. 마음이 무거워졌다.

다음으로 약속된 일정을 소화하기 위해 다른 어르신 댁으로 향했다. 그 사이 내린 눈이 이미 쌓여 도로가 미끄러웠다. 하지만 약속 시간을 기다리실 것을 알기에 가야만 했다.

익숙해지지 않는 일, 갑작스러운 부고

1월 둘째주 방문 상담을 위해 한 어르신에게 전화를 했을 때 일이었다. 보호자와도 연락이 닿지 않아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이럴 때는 대상자 댁으로 찾아가는 수밖에 없다.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 부부인데 혼자서는 외출이 불가능하고 거의 누워서만 지내는 터라 걱정이 앞섰다. 집으로 향하면서 혹시나 하는 마음에 전화를 했지만 역시 받지 않았다. 집에 가까워졌을 무렵 보호자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침착한 목소리로 보호자는 말했다.

"어머니가 돌아가셨어요. 발인한 지 한 이틀 정도 돼요. 이렇게 찾아주시고 신경 써주셔서 감사합니다."
"....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감사합니다. 어머니는 아마 좋은 곳으로 가신 것 같아요. 오래 아팠지요. 고생 그만하시고 이제 편하게 지내시게 됐으니 잘 됐어요. 어머니를 찾아주시고 이야기도 나눠주시고 마음도 써줘서 정말 고마워요."


말문이 막혀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한 채 수화기 사이로 어색한 침묵이 흘렀다. 선뜻 어떤 위로의 말도 떠오르지 않았다. 위로를 건넨다는 말이 그저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라니 바보스럽지만 그게 전부였다. 그 말 한 마디에도 보호자는 "감사하다"는 인사를 몇 번이나 건네는지... 보호자의 따뜻한 말에 오히려 위안을 받았다. 돌아오는 길에 내내 마음이 착잡했다.

그 다음 날인가. 방문을 위해 또 다른 보호자에게 전화를 걸었을 때 수화기 너머 울음 섞인 목소리로 "아버지가 오늘 돌아가셨어요"라고 했다. 지난 번에 뵌 어르신은 뼈에 가죽만 남은 것처럼 보였다.

그 몸으로 거실에 누워 사람을 쳐다보지 못하고 잠을 주무셨었다. 욕창이 생겨 제대로 눕지도 못하고 옆으로 돌아누운 채 "끙끙" 앓은 소리만 내셨는데... 그 어르신을 찾아보기 위해 한 달 만에 한 전화였다.

할 수 있는 일과 해야 하는 일 사이에서
 
치매노인 남편이 치매노인 아내를 보호하는 분도 있다. 먹먹해진다.
 치매노인 남편이 치매노인 아내를 보호하는 분도 있다. 먹먹해진다.
ⓒ envato elem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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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을 나가는 일을 하면서 가장 힘든 일 중에 하나가 대상자의 죽음을 직면하는 일이다. 수화기 너머로 전해 듣는 그 말 한 마디조차 '힘듦과 가슴 저림'의 통증으로 다가왔다. 혼자 살고 있고, 노인 부부가 둘 다 치매에 걸려 일상생활에 어려움이 많은 분들이 시골에서 생활하는 경우도 있다. 치매노인 남편이 치매노인 아내를 보호하는 분도 있다. 먹먹해진다.

내가 처음 사회복지사를 한다고 했을 때는 그냥 여러 자격증 중에 하나를 취득한다는 생각으로 시작했는지도 모르겠다. 실습 후에 처음 대상자를 만나면서 흥분했던 일이 있다. 전혀 보지 못했던 어떤 이의 삶에 끼어들면서 무언가를 단칼에 바꿀 수 있을 거란 착각 속에 빠져 있던 시절도 있었다. 

그때의 에피소드 하나. 나는 당시 "어떻게 국민들이 낸 세금으로 준 돈을 놀음하는 데 마구 쓸 수가 있어요?"라고 흥분해서 말했다. 그때 어느 동료가 이렇게 말해줬다. "그것까지 관여하면 안 되는 거다. 그 선택은 수혜자가 하는 몫이며, 거기까지 수혜를 받도록 하면 된다. 그 사람이 비록 잘 되면 좋은 일이지만 (사회복지사가) 모든 것을 책임지고 모든 사람을 바꿀 수는 없는 것이다"라고.

할 수 있는 일의 한계와 오지랖 사이에서 어디까지가 내가 해야 할 일이고 할 수 있는 일인지 판단하기 어려울 때가 많다. 그럴 때마다 누군가 나에게 해준 말을 떠올려본다. 내가 할 수 있는 일과 해야 하는 일은 조금이나마 외로움을 덜어드리고 수혜를 받을 수 있도록 안내해 주고 필요한 도움을 주는 것이라고. 최고가 아닌 최선을 다하는 것이라고. 대설특보가 내려진 날에도 누군가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현장으로 나가는 것, 그게 오늘 나의 최선이라고.

덧붙이는 글 | 개인 블로그와 브런치에 기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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