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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야 할까?" 
"아니 해도될까?" 
"어디까지 해야 할까?"


지난해 말로 13년간의 운영을 종료하고 문을 닫은 서울문화재단 '관악어린이창작놀이터'의 이유나 전 매니저는 이렇게 기억을 더듬었다.

3년 전, 이곳으로 발령받은 그는 직장에서 경험했던 다양한 일들을 뒤로 하고 이제야 현장에 함께 하는 순간이라고 당시를 기억했다. 늘 머릿속을 잠식했던 고민과 갈등은 이런 현장을 가만두지 않았고, 공간의 모태가 됐던 '어린이'와 '예술가' 사이에서 서서히 현장에 중독되어 갔다.

그를 비롯해 이곳을 거쳐갔던 수많은 관계자들의 피와 땀에 대한 보상이었을까. 2022 서울 아시테지 겨울축제(1월 4일부터 1월 16일까지 온라인 공연 스트리밍 플랫폼 '플레이슈터'와 서울 지역 4개 극장에서 열렸다)에서 서울문화재단 관악어린이창작놀이터의 <예술로 상상극장>이 상을 받았다.
 
지난 17일 온라인으로 진행된 2022 서울 아시테지 겨울축제 시상식에서 서울문화재단 관악어린이창작놀이터의 <예술로 상상극장>이 상을 받았다.
 지난 17일 온라인으로 진행된 2022 서울 아시테지 겨울축제 시상식에서 서울문화재단 관악어린이창작놀이터의 <예술로 상상극장>이 상을 받았다.
ⓒ 아시테지 코리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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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아동, 청소년의 공연 발전을 위해서 지난 2003년에 제정된 이 상은 지난 한 해 동안 두드러진 활동을 한 개인이나 단체에게 수여된다. 외부 추천과 이사회의 심의를 거쳐 상이 주어지는데 이번에 서울문화재단 관악어린이창작놀이터가 수상자로 선정된 것이다. 

이번에 수상한 <예술로 상상극장>은 관악어린이놀이터의 대표적인 프로그램 중 하나다. 2012년에 시작한 이후 작년 말에 종료되기 직전까지 꼬박 10년 동안 이어왔다. "어린이가 있는 곳, 어디나 극장이 된다"는 모토 아래 강산이 변할 정도라는 인고의 시간을 버텨왔다.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을 정도로 급변하는 예술계의 환경 속에서도 꿋꿋이 버텨왔다. 아마도 관악어린이놀이터의 대표 프로그램이 되기까지 수많은 사람들의 관심과 응원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었던 일이 아닐지 모른다.

이들이 새롭게 시도한 '창작과정을 지원하는 방식'은 아동청소년극의 창제작을 위해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번에 상을 받은 관련자들은 아시테지코리아의 제30회 서울어린이연극상의 총 5개 수상 부문에서 3개의 상을 휩쓸었다. '어딘가 반짝'은 이미라씨가 개인부문 연기상을, 단체 부문 대상을 수상했으며, 배리어프리 공연 '끼리?'는 단체 부문 특별상을 받았다.

관악구 은천동에 위치한 관악어린이놀이터는 옛 주민센터를 리모델링해 지난 2010년 12월에 태어났다. '예술경험'을 통해 어린이의 창의성과 신장을 위해 조성된 서울시창작공간의 일환으로 성대하게 막이 올랐다. 이곳은 예술가의 창작활동에 기반해 어린이와 예술가의 직접 교류를 이끌어내는 장소로 활용되어 왔다.
 
제30회 서울어린이연극상 대상은 비영역공작단의 '어딘가, 반짝'에게 돌아갔다.
 제30회 서울어린이연극상 대상은 비영역공작단의 "어딘가, 반짝"에게 돌아갔다.
ⓒ 아시테지아시테지 코리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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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중에서 이번에 수상한 <예술로 상상극장>은 어린이의 공연을 제작하는데 새로운 모델을 제시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사업을 시작한 초기 3년(2012~2015년) 동안에는 어린이를 위한 '관악명랑방석극장'이라는 타이틀로 시작했다.

기존에 제작된 작품을 초청해 무대에 올린 것인데, 이 과정에서 "어린이극을 창작하는데 예술가의 지원이 필요하다"는 현장의 의견이 모아졌다. 마침내 2016년 '어린이가 있는 곳은 어디서나 극장이 될 수 있다"는 새로운 방향과 함께 본격적인 출발을 하게 됐다. 

지난 12월, 공식적인 막을 내리기 직전까지 총 22편의 어린이창작극이 세상의 빛을 봤다. 이 작품은 관악어린이창작놀이터를 비롯해 지역의 어린이 시설, 학교 등과 연계해 300회가 넘는 공연실적을, 약 2만여 명에 이르는 어린이와 가족이 관람하는 성과를 올렸다. 예술가들이 어린이공연의 창제작 과정에 참여하는 이 방식은 아시아문화전당 어린이문화원의 창제작 사업이 탄생하는데 시발점이 됐다.

또한 아시테지 코리아의 다양한 창제작 사업을 발굴하는데 모티브가 될 정도로 큰 영향을 주기도 했다. 여기에 현장의 예술가와 어린이 관객들을 위해 재단의 전 부서원의 유연하고 열정적인 접근방식도 공공기관의 협업 사례로 발자취를 남기기도 했다. 이번에 수상한 3개 작품은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신나는 예술여행'의 선정됨으로써 대외적인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2010년에 시작한 어린이를 위한 창작공간인 관악어린이창작놀이터는 지난해 말에 운영이 종료되어 문을 닫았다.
 2010년에 시작한 어린이를 위한 창작공간인 관악어린이창작놀이터는 지난해 말에 운영이 종료되어 문을 닫았다.
ⓒ 서울문화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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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13년의 활동을 정리하며 발간한 관악어린이창작놀이터의 아카이브 북(관악, 어린이, 창작, 놀이-터)에서 이 사업의 기획에 직접 참여한 당사자들은 그동안의 추억을 이렇게 기억했다. 

"가장 순수하고 치열하게 고민했던 시기가 아니었을까. 어설프게 어린이도 되었다가 예술가도 되었다가 또는 매개자가 되어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했던 경험을 기반으로 현재에도 예술교육생태계 언저리에서 얼쩡거리고 있다. 부디 지금의 얼쩡거림이 중년의 삶에 의미 있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나희영 2011~2014년)

"정답을 몰라 질문을 멈출 수 없는 예술 그 어딘가에서 여전히 헤매고 있지만, 내가 어린이였을 때 좋아했던 예술을 아이들에게 전하고 싶었던 그 첫 소망이 조금이나마 이루어졌기를 바란다."(강지은 2011~2016년)

"예술을 통해 몰입하는 경험, 각기 다른 자신의 리듬과 목소리를 찾아가는 변화의 과정이 아름답고 경이롭기까지 했다. 이곳의 경험이 밑거름되어 앞으로 생길 어린이, 청소년 예술교육센터에서도 세상의 하나뿐인 나에 대한 믿음, 자기 이해, 자신감을 어는 온전하고 특별한 예술경험을 향유할 수 있기를 바란다."(김수현 2016~2017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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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는 빼고 문화만 씁니다." 문화예술 전문 월간지<문화+서울>(문화플러스서울) 편집장을 지냈으며, 매주 금요일마다 한겨레신문에 예술가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는 '사람in예술' 코너에 글을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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