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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업치유사 2차 자격시험 응시자들로 구성된 비상대책위원회가 지난 17일 농업진흥청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
 농업치유사 2차 자격시험 응시자들로 구성된 비상대책위원회가 지난 17일 농업진흥청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
ⓒ 심규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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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수정 : 19일 오전 9시 12분]


국내에서 처음으로 치러진 치유농업사 2급 2차 시험을 두고 응시자들의 항의가 빗발치고 있다. 문제가 지나치게 어렵고 복잡하게 출제돼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반면 주무기관 측은 절차상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치유농업사는 식물을 가꾸고 동물과 교감하는 농업 활동을 통해 심리적, 사회적, 신체적 건강 등 치유 서비스를 제공하는 전문인력이다. 정부는 지난 2020년 관련 법률을 제정해 치유농업 서비스와 치유농업 관련 교육을 수행하는 국가·지방자치단체에 치유농업사를 의무적으로 배치하기로 하고 최근 국가자격시험을 치렀다.

치유농업사 시험 주무기관은 농촌진흥청(청장 박병홍, 전북 전주시)과 농업기술실용화재단(이사장 박철웅, 전북 익산시)이다.

제1회 치유농업사 2급 2차 시험은 지난 8일 대전(버드내중학교)에서 열렸다. 이날 시험은 지난해 11월 20일 시행된 1차 시험 합격자 250명을 대상으로 실시됐다.

그런데 시험을 치른 응시자들은 비상대책위를 구성하고 농촌진흥청과 농업기술실용화재단 측에 채점 중지와 전면재검토를 요구하고 있다.

이들은 두 가지를 문제삼는다. 먼저 관련 법률은 2차 시험의 경우 출제유형을 논술형과 약술형으로 명시하고 있는데도 실제 시험은 논술형인지, 약술형인지도 판단하기 어려운 문제가 출제됐다는 것. 논술형 문항은 몇 개의 약술을 조합했고, 약술형은 4지 선다형의 변형 문제를 냈다는 주장이다.

이들은 또 "애초 공지한 12문제가 아닌 한 문제당 여러 질문을 하는 방법으로 모두 30문항이 출제돼 시험 시간인 2시간 안에 도저히 풀 수 없었다"고 지적했다. 애초에는 약술형과 논술형으로 한 문제당 1개의 문항을 예고했음에도 실제 시험 문항은 1-1, 1-2, 1-3 등으로 여러 개의 문항을 출제해 누구도 지정 시간 내에 풀 수 없었다는 것이다.

교재 범위를 벗어나 그 분야의 전공자만이 풀 수 있는 편파적인 문제 출제라는 주장도 하고 있다. 애초에는 교재와 양성기관에서 배운 내용만 출제한다고 안내했음에도 낸 문제는 교재에도 없는 전공자만이 풀 수 있는 문제였다는 것이다. 이들은 "전공 분야의 사람을 합격시키고 그 외의 사람들을 떨어뜨리려는 의도로 판단된다"라고 말하고 있다.

치유농업사는 1급과 2급으로 나뉜다. 1급은 2급 자격을 갖춘 뒤 5년의 실무 경력을 쌓으면 응시할 수 있다. 이번에 치러진 첫 2급 시험은 치유농업사 양성기관에서 142시간의 교육을 이수한 사람들만 시험 자격이 주어졌다. 강원도농업기술원, 농협대학교산학협력단 등 전국에서 11개 기관이 양성기관으로 지정됐는데 총 수강정원은 405명으로 제한했고 교육비도 기관에 따라 35만 원에서 120만 원으로 서로 달랐다.

한 응시자는 "교육비는 너무 비싸고 시험은 너무 어려웠다"며 "이 시험이 누구를 위한 시험인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2차 시험 응시자들은 시험채점 중단과 출제기준, 출제 방향, 시험문제 형식, 시험 시간, 교재 내용 등에 대한 전면 재검토와 후속 조치 마련을 요구하고 있다.

김형준 비대위위원장은 "명백한 오류를 누구도 인정하지 않고 있다"며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감사원공익감사청구 등을 통해 시험출제가 정상적인 절차를 거쳤는지를 밝혀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출제위 구성해 절차 따라 진행, 응시자 요구 수용 불가"

농촌진흥청 치유농업추진단 관계자는 "치유농업사 시험은 전체 과정을 농업기술실용화재단에 위탁을 해 시험 내용 등 세부내용은 알지 못한다"며 "다만 출제위원회를 구성해 시험문제를 출제해 절차에 따라 진행돼 별다른 문제가 없는 것으로 파악돼 응시자들의 요구는 수용할 수 없다"고 말했다.

농업기술실용화재단의 관계자도 "관련 절차대로 진행됐고 문제에 오류도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에 따라 응시자들에게 합격자 발표 후 절차에 따라 이의제기를 해 달라고 요청한 상태"라고 했다.

이어 "문제 유형, 출제범위 등은 출제위원들의 재량에 관한 사항인데다 답안의 분량, 문항별 배점 등에 대해 사전 출제위원들이 충분히 판단한 것"이라며 "비상대책위에서 주장하는 내용은 현재로서는 받아들일 수 있는 게 아니다"고 강조했다. 

농업기술실용화재단은 오는 20일 예정대로 합격자를 발표할 예정이다.

태그:#치유농업사, #농업진흥청, #국가자격시험, #농업기술실용화재단, #문항오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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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보천리 (牛步千里). 소걸음으로 천리를 가듯 천천히, 우직하게 가려고 합니다. 말은 느리지만 취재는 빠른 충청도가 생활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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