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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取중眞담]은 <오마이뉴스> 상근기자들이 취재과정에서 겪은 후일담이나 비화, 에피소드 등을 자유로운 방식으로 돌아가면서 쓰는 코너입니다.[편집자말]
정몽규 HDC현대산업개발 회장이 17일 서울 HDC현대산업개발 용산 사옥에서 광주 아파트 외벽 붕괴 사고와 관련 입장 발표를 하고 있다.
 정몽규 HDC현대산업개발 회장이 17일 서울 HDC현대산업개발 용산 사옥에서 광주 아파트 외벽 붕괴 사고와 관련 입장 발표를 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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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 사랑을 받고 경제 발전에 이바지하는 국민 기업으로 재탄생하겠다."

정몽규 HDC현대산업개발 회장은 17일 서울 용산구 현대산업개발 사옥 대회의실에서 광주 화정 아이파크 붕괴 사고 관련 기자회견을 열었다. 지난 11일 사고가 난 지 6일이 지난 시점이었다. 지난해 6월 광주 재개발 참사 사건으로 대국민 사과를 했던 정 전 회장은 7개월 만에 또다시 고개를 숙였다. 사죄 내용은 7개월 전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는 "지난해 6월 (광주 재개발) 철거 과정에서 무고한 시민들이 숨지시거나 다치셨고, 다시 지난 11일 시공 과정에서 사고가 발생하였다"라며 "아파트 안전은 물론 회사에 대한 신뢰마저 땅에 떨어져 죄송하고 참담한 마음을 금할 길이 없다"고 고개를 숙였다. 

정 회장은 그러면서 "사건에 대한 책임을 통감하며 저는 이 시간 이후 현대산업개발 회장직에서 물러나겠다"며 공식 사퇴했다. 이날 오전 10시 정각에 기자회견장에 입장한 정 회장은 11분 남짓한 시간한 시간을 기자회견문을 읽는데 대부분 썼고, 기자들의 질문도 '시간관계상'이라는 핑계로 3개 밖에 받지 않았다.

내용은 물론 형식에서도 사과의 진정성이 부족해 보이는 게 사실이었다. 정 회장이 읽어내려간 기자회견문을 곰곰이 뜯어보면 연이은 사고에 대한 사죄와 희생자들에 대한 책임 의식 보다는 회사 브랜드 이미지 실추를 더 걱정하는 모습이 더 역력했다. 

정 회장은 "저는 1999년 현대자동차에서 현대산업개발 회장으로 취임해 23년 동안 회사 발전을 위해 노력하였으며 고객 국민 신뢰를 지키고자 하였다"라며 "이번 사고로 그러한 노력이 한순간에 물거품이 되어 버려 너무 마음이 아프다"는 회한을 내비치기도 했다. 
 
17일 오전 정몽규 현대산업개발 회장이 서울 용산구 한강로 용산사옥에서 광주 아파트신축공사장 외벽붕괴사고와 관련한 입장을 표명하는 기자회견에서 허리숙여 인사하고 있다.
 17일 오전 정몽규 현대산업개발 회장이 서울 용산구 한강로 용산사옥에서 광주 아파트신축공사장 외벽붕괴사고와 관련한 입장을 표명하는 기자회견에서 허리숙여 인사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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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가 난 화정아이파크를 광주의 랜드마크로 만들겠다는 이야기도 부적절했다. 그는 기자가 구체적인 피해자 지원 대책에 대한 질문을 하자 "(붕괴사고가 난)화정 아파트가 광주 지역에서 랜드마크가 될 수 있는 좋은 아파트로 다시 만드는 것이 저희가 해야 되는, 사죄하는 방안이 아닐까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일반적으로 '랜드마크'라는 단어는 아파트 분양을 홍보하는 건설사들이 분위기를 띄우기 위해 쓰는 말이다. 

이 말이 사고 피해 복구와 수분양자들에게 피해가 없게 하겠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한 의도였다고 하더라도, 부실 시공으로 붕괴 사고를 일으켜 수습에만 최선을 다해도 모자랄 시기에 '랜드마크'를 운운하는 것은 앞뒤가 한참 뒤바뀐 말이다.

아파트를 랜드마크로 만든다고 해서 현대산업개발의 법적 책임이 면제되는 것도 아니고, 사고로 인한 실종자들이 무사히 돌아오는 것도 아니다. 정 회장의 '랜드마크' 발언은 음주운전으로 재판을 받던 한 야구선수가 "이렇게 된 이상 야구로 보답하겠다"며 당당하게 재판부에 선처를 요구하던 것을 떠올리게 한다. 
 
안전사회시민연대 관계자들이 17일 오후 서울 용산구 현대산업개발 본사 앞에서 광주 아파트 붕괴 참사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하던 중 레드카드를 들어보이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 현대산업개발에 보내는 "레드카드" 안전사회시민연대 관계자들이 17일 오후 서울 용산구 현대산업개발 본사 앞에서 광주 아파트 붕괴 참사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하던 중 레드카드를 들어보이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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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장직에서 물러나면서 이제 광주 아파트 붕괴 사고 현장에서 정 회장의 얼굴을 볼 일은 없다. 사고 원인이 밝혀지더라도 정 회장은 처벌 대상에서 빠질 것으로 보인다. 이번 아파트 붕괴사고는 대규모 인명사고 발생시 기업 오너의 처벌을 강화한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 시행되기 16일 전에 발생했다. 중대재해처벌법이 아닌 다른 법에 근거해 정 전 회장에게 법적인 책임을 묻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정 전 회장이 회장직에서는 물러났지만, 현대산업개발 대주주 지위는 그대로 유지한다. 정 전 회장은 지난해 12월 기준 현대산업개발의 지분 33.68%를 보유한 대주주다. 

당장 회장직에서 물러나더라도 정 전 회장이 경영에 참여할 방법은 많다. 또 대기업 오너가 각종 사고로 경영 일선에서 잠시 물러났다가 잠잠해지면 다시 복귀하는 것은 한국 사회에서는 흔한 일이다. 정 전 회장의 회장직 사퇴가 이번 사고에 제대로 된 책임을 지는 방식이라고 보기 어려운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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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회경제부 소속입니다. 주로 땅을 보러 다니고, 세종에도 종종 내려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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