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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싸우는 아이> 표지
▲ 소설 <싸우는 아이> 표지 소설 <싸우는 아이> 표지
ⓒ 우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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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는 거저 얻어지지 않는다. 싸우면서 쟁취하는 것이다. 자유는 투쟁의 역사이다. 국내에서는 5·18 광주 민주화운동, 6·10 민주 항쟁 등이 그랬고, 국외에서는 프랑스혁명, 노예해방운동 등이 그랬다. 이렇게 보면 원래 없던 것을 뺏어오는 것 같지만 권력자의 손아귀에 놀아난 것일 뿐 자유란 본래 타고난 인간의 고유 권한이다. 자유란 그 자체로 인간에게 속해 있는 것이지 누군가가 부여하는 것이 아니다.

그런데 왜 사람들은 타인의 자유를 서슴없이 침범하는 것일까? 힘이 없어서, 가난해서, 어리숙해서, 여자라서, 어린이라서, 장애가 있어서, 국적이 달라서, 나라가 없어서 등 온갖 이유를 들먹여서 사람을 차별하고 학대하고 무시한다. 인간의 역사가 야만의 역사이고 그에 맞서 싸우는 투쟁의 역사이다. 그리고 그것은 한 개인에게도 마찬가지다. 손창섭의 소년소설 <싸우는 아이> 속 찬수도 마찬가지다.

찬수는 할머니와 누나와 함께 사는 어려운 처지의 아이다. 그런데 이웃인 상진이네 가족은 찬수 할머니에게 외상으로 물건을 사고도 갚지도 않고 적반하장이다. 참다못한 찬수가 한 대 치자 학교로 찾아와 당장 퇴학시키라며 학교를 뒤흔든다. 진짜 너무 염치가 없어서 몸서리가 쳐졌다.

나는 살면서 상진이네 가족 같은 사람들을 정말 많이 만났다. 오랜 시간 못된 짓을 해놓고도 없는 일을 꾸며내어 자신의 잘못을 뒤집어씌우는 사람, 나쁜 짓을 저질러놓고도 오리발을 내밀고 절대 사과하지 않고 악어의 눈물을 흘리는 사람, 물질적 이득을 꾀하려고 거짓말로 구슬리며 친한 척 다가오는 사람, 위해주는 척하면서 은근히 일을 망치기를 바라며 안 좋은 쪽으로 꾀어내는 사람, 잘 나갈 땐 온갖 아양을 다 떨더니 힘든 일이 생기자마자 안면 몰수하고 모른 척하는 사람, 아예 대놓고 폭언과 폭력을 행사하는 사람 등 진짜 세상의 악이란 악은 다 버무려놓은 것 같은 결정체의 사람들을 참 많이도 만났다.

그래서 더 찬수의 이야기에 몰입하며 읽었다. 어린 찬수는 과연 자신의 고통을 어떻게 극복해나갈까 하고 말이다. 그런데 소설 속 찬수는 절대 나쁜 사람들에게 비굴하게 굴종하지도 않고 타협하지도 않는다. 그리고 자신보다 더 어려운 처지에 있는 식모살이하는 영실을 못된 인구네 집에서 구해준다. 그리고 변호사 아주머니네 가족들과 가까워지며 씩씩하게 헤쳐나가는 것으로 이야기는 마무리된다. 

<싸우는 아이>를 쓴 손창섭 작가의 삶 또한 소설 속 찬수처럼 어렵긴 마찬가지였다. 아버지가 없는 집안에서 어린 시절을 보내고 신문 배달과 우유배달을 하며 고학하고 결혼해서는 아내와 한참 떨어져 지내다가 감옥에 가기도 하고 6·25 전쟁으로 피란을 떠나기도 하는 등 파란만장한 일생을 보냈다. 그때 겪은 인간군상들을 소설 속에 녹여냈다. 찬수도 작가의 분신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 작가는 소설을 통해 세상의 부조리를 끄집어내고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데 보태고 싶었던 것 같다. 고통의 아름다운 승화가 아닐까.

지금도 세상에는 많은 폭력과 차별과 억압이 난무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상의 불의와 타협하지 않는 사람들이 있다. 찬수처럼 자신의 어려운 처지에도 불구하고 용기를 잃지 않고 자신보다 더 어려운 사람을 돕는 사람들이 있다. 우리는 그런 사람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그런 사람이 모여 세상에 빛을 선사한다. 한 사람 한 사람의 빛이 모여 아비규환의 지옥 같은 세상을 선으로 물들인다.

나는 찬수가 어른이 되어서도 어린 시절의 용기를 잃지 않기를 마음속으로 빌었다. 타협하기는 쉽지만, 소신을 지키기에는 세상의 벽은 너무나도 차가우니까 말이다. 하지만 그래도 끝내 나는 찬수 같은 어린이들이 많아지길 꿈꾼다. 자유는 그렇게 우리에게 다가온다. 찬수가 외친 말이 귓가에 맴돈다. "사람은 자유다, 자유다."

덧붙이는 글 | 브런치 https://brunch.co.kr/@lizzie0220/274 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싸우는 아이 - 힘찬문고 23

손창섭 (지은이), 김호민 (그림), 우리교육(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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