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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째 날씨가 많이 춥다. 영하의 날씨가 오르락내리락한다. 한동안 따뜻했던 날씨 뒤에 오는 추위라서 체감 온도가 다르다. 날이 추워지면 밖에 나가지 않는다. 면역력이 약한 노인세대라서 조심조심하면서 살아간다. 아직도 오미크론 확산이 멈추지 않고 있는 상황이라서 신경을 써야 한다. 살면서 제일 힘든 것이 몸이 아픈 것이다. 

딸에게 택배를 보낼 것이 있어서 단골 택배 기사님에게 전화를 했다. 택배 물량이 많아 택배 물건을 받지 않고 배송만 한다고 한다. 이틀을 기다려 보고 다시 전화했지만 허사였다. 다른 택배회사가 지금 파업을 하는 중이란다. 오늘은 안 되겠다 싶어  택배 보낼 물건을 들고 우체국으로 갔다. 며칠째 집에 있다가 밖에 나오니 춥다. 얼굴에 느껴지는 추위가 맵다. 

어젯밤에 눈까지 내려 길은 살짝 미끄럽다. 예전에는 눈이 오는 날은 낭만에 젖어 즐거웠는데, 지금은 걱정이 먼저 찾아온다. 운전해야 하는 사람들 걱정도 되고 나이 든 사람들 미끄러져 넘어질까 그 점도 염려가 된다. 세상살이가 나이만큼 낭만도 사라지는 것 같아 마음이 휑해진다. 모든 걸 현실주의자의 눈으로 보게 된다. 

눈길을 걷는 발걸음이 조심스럽다. 눈송이가 하나 둘 내리면서 마음을 촉촉하게 적셔 준다. 눈을 맞는 것은 겨울에만 느끼는 낭만이다. 겨울은 겨울답게 추워야 한다지만, 겨울 추위가 오면 집 밖에 나오기 싫다. 나이듦은 마음에서부터 오는 것 같다. 나는 아직 젊은 세대 마음이라고 나에게 최면을 걸어보지만 어림없는 소리라고 마음이 신호를 보낸다. 나이 들면서 자꾸만 귀찮아지는 것이 많다.

사람 만나는 일도 귀찮고, 말을 많이 하는 것도 귀찮아진다. 그저 조용하고 편안한 시간들이 좋다. 나만의 사유를 하는 시간이 나를 더 나답게 해준다. 나는 나이듦을 거부해 보지만 어쩔 수없음을 안다. 젊은 사람들은 가고 싶은 곳도 가고 만나고 싶은 사람도 만나고 자유롭다. 그런 젊음이 좋아 보인다. 나도 젊은 날에는 그런 날들이 있었다. 이제는 다 지나간 날들이다. 마음을 담담하게 가져본다.

날씨 탓인지 추위 탓인지 우체국 안은 직원만 있고 한산하다. 둘째 딸에게 생강 말린 걸 택배 보내고 시장으로 발길을 돌린다. 시장 안도 사람이 없기는 마찬가지다. 겨울이 오면 겨울에만 먹는 음식이 있다. 오늘은 싱싱한 생굴을 사다가 무 굴밥을 해 먹고 싶었다. 하루 새끼 밥상도 새로운 반찬이 올라와야 입맛도 돌고 기분도 산뜻하다.  
 
썰을 불려 채 썰어 놓은 무를 넣고 밥을 짓는다. 뜸을 들일 때 굴을 넣는다.
▲ 무 굴밥 썰을 불려 채 썰어 놓은 무를 넣고 밥을 짓는다. 뜸을 들일 때 굴을 넣는다.
ⓒ 이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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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 굴밥                                                                              

굴밥은 생각보다 쉽다. 쌀을 두 시간에서 세 시간 정도 불린다. 그다음 불린 쌀을 뚝배기 솥에 넣고 무는 채 썰어 쌀 위에 올려놓고 뚜껑을 덮고 밥을 짓는다. 밥이 끓으면 수저로 한번 저어준 후 불을 줄인다. 한참 후 뜸이 거의 들 때쯤 굴을 넣는다.
  
노지 달래를 시장에서 사왔다. 깨끗이 씻어 간장과 고추가루, 볶은깨, 참기름을 넣고 달래 간장을 만든다.
▲ 달래 간장 노지 달래를 시장에서 사왔다. 깨끗이 씻어 간장과 고추가루, 볶은깨, 참기름을 넣고 달래 간장을 만든다.
ⓒ 이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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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래 간장

조금 후 뜸이 다 들면 그릇에 담아 만들어 놓은 달래 간장으로 쓰윽 쓰윽 비며 먹으면 한 끼 식사로 부족함이 없다. 영양도 좋고 반찬 만드는 번거로움도 피하고 한 끼 식사로 부족함이 없다. 냄비에 남아 있는 누룽지는 덤이다. 사람이 먹고사는 음식도 계절에 맞는 음식이 있다. 

두 부부만 살고 있는 한적하고 고요한 나날, 세상 밖 무슨 일이 있어도 마음을 두지 않는다. 우리가 지켜야 할 질서 안에 작고 소소한 것에 행복을 느낀다. 날씨는 춥지만 추위도 온몸으로 느낀다. 계절에 맞는 음식을 먹으며 소소한 삶의 즐거움이 있다. 산다는 것은 삶을 즐기는 일이다.

 날씨 추운 겨울, 맛있는 굴밥 메뉴로 하루 한 끼  맛있는 밥은 먹으며 에너지를 얻고 오늘도 하루를 살아낸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기자의 브런치 블로그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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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는 설원 이숙자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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