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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시 모 초등학교에서 교사들이 한국식 오카리나 연수를 받고 있다
▲ 겨울 방학 교사 연수 고양시 모 초등학교에서 교사들이 한국식 오카리나 연수를 받고 있다
ⓒ 정혜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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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년말 업무가 휘몰아칠 때는 정말 입에서 단내가 났다. 동학년 선생님들과 눈이 마주칠 때면 "오늘은 뭐 제출이죠?"가 안부 인사였다. 그렇게 오래 해 온 일인데 왜 학년말 업무는 익숙해지지 않는 걸까? 서로 챙겨주던 동료 교사들이 없었다면 매일 나의 부족한 일머리에 좌절했을 터였다.

그래도 올 것은 기어이 온다. 끝나지 않을 것 같던 학년말 업무를 마무리 짓던 날, 동료 교사들과 함께한 올해 마지막 줌 학년 회의에서는 뜨거운 전우애(?)가 피어났다. 빗발치는 업무 포화 속에서도 살아남은 전사들이여, 고생했다!

그렇게 우린 겨울 방학을 맞이했다. (매우 매우) 오래전, 은행 취업과 교사 임용고시에 동시 합격했던 선배가 있었다. 남들은 하나도 힘든 취업 문을 두 개나 거머쥐고도 고민되겠다, 싶었는데, 정작 본인은 오래 고민하지 않았다.

선배는 일만 하다 죽고 싶지는 않다며 연봉은 적어도 자신만의 삶을 살아갈 수 있는 여유를 택하겠다고 교사가 되었다. 그 선배가 생각한 '삶의 여유'란 교사라는 직종만이 가질 수 있는, '방학'을 말함이었다. 선배는 진짜 교사가 되기 전엔 방학을 그저 '긴' 휴가쯤으로 여겼을 것이다.

20년 이상 교직에 몸담으며 그 많던 방학 동안 내게 '긴' 휴가가 있었나 생각해 본다. 돌아보니, 오로지 쉬면서 방학을 보냈던 적은 한 번도 없었다. 각종 연수를 듣고, 학원을 다니고, 대학원을 다녔다. 누가 떠미는 것도 아닌데 왜 좀 푹 내려놓고 쉴 줄을 모르는 것인가. 때로는 이것도 병이구나, 싶었다.

들끓기만 하다간 냄비를 태우기 마련이다. 모든 일엔 완급 조절이 필요할 텐데, 그걸 할 줄 몰랐다. 그런데 이것은 내가 유독 훌륭한(?) 교사여서 그런 게 아니었다. 연수를 가면 학교도, 근무지도 다른 교사들로 꽉 차 있었고, 대학원에 가도 방학을 반납하고 뭔가 더 배우고 싶어 하는 교사들의 열정의 온도는 뜨거웠다. 천상 교사들은 '평생 배우는 자'들이다. 먼저 배워 남 주고 싶어 '선생'이 된 사람들 아닌가.

코로나 이후 면대면 연수가 사라진 뒤에도 교사들은 각종 원격 연수를 받으며 배움을 이어간다.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에서 21세기 아이들을 고객(!)으로 모시는 직종 종사자로서 배워야 할 것은 차고 넘친다.

아이들을 위해, 오카리나를 배웠습니다

방학 전, 교실을 정리하다 보니 2년 전에 구입했던 학생용 '독도리나(한국식 오카리나 중 소프라노 악기)' 상자가 눈에 들어왔다. 그때는 코로나가 이렇게 오래갈 줄 모르고 2학년 아이들에게 오카리나를 가르쳐 주려고 산 것이었다. 

코로나가 지속되는 동안 비말의 위험이 있는 '부는' 악기들은 일제히 퇴출당했다. 그 자리를 대체한 실로폰과 리듬 악기는 리코더와 오카리나를 함께 불며 학생들과 나누었던 음악적 교감까지 대체해 주진 못했다.

피아노, 바이올린, 플루트와 같은 고급(!) 악기를 배우는 요즘 학생들에게 오카리나란 악기가 시시할 것 같은가? 절대 그렇지 않다. 오카리나나 리코더의 최대 장점은, 곡을 연주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는 다른 악기들에 비해 비교적 빠른 시간 내에 곡 하나를 연주할 수 있다는 데 있다. 악기의 가격 차는 두말할 것도 없다.

몇 년 전, 내게 오카리나를 배웠던 우리 반 한 학생의 어머니는 아이가 피아노 다니는 것을 너무 싫어해서 음악을 싫어하는 줄 알았다고 하셨다. 그런데 웬일인지 오카리나 부는 것은 너무 좋아한다며 신기해하셨었다. 간단한 운지법으로 노래 한 곡을 연주하는 데서 오는 성취감. 그것이 이 작은 악기에 어린 학생들이 매료되는 이유다.

이번에도 새 학기에 만날 학생들과 함께 할 수 있는 것을 배우고 싶었다. 방학 전에 오카리나 연수를 신청했고, 그렇게 방학 첫 주는 '교사 대상 한국식 오카리나' 연수로 꽉 채웠다.

부는 악기라 2년 동안 실시되지 못했던 연수였는데, 마스크를 쓰고도 악기를 불 수 있도록 협회에서 개발한 특허 마스크를 사용하여 가능했던 연수였다. 노래 가사와 선율에 담긴 정서를 교감한다는 것은 함께한 이들 사이에 특별한 감정을 만들어준다. 좋아하는 가수의 팬클럽 멤버들이 끈끈해지는 이유와 비슷하달까. 

항상 줌으로 하던 온라인 연수에서 채워지지 않던 몇 프로는 '실재감'이었다. 줌 연수를 받을 때는 소리도, 비디오도 끄고 강의를 듣는 경우가 많아 강의 내내 집중력을 유지하기는 쉽지 않았다. 아이들에게 줌 수업은 그보다 더했겠지. 

연수 마지막 날, 연수에 참석한 교사들끼리 미니 연주회도 가졌다. 부족한 연습량에 만족스럽진 못했지만, 그런 아쉬움이 우리를 계속 연습하게 할 것이다. 방학 동안 열심히 연습해서 올해는 새로 만날 아이들과 다시 오카리나를 함께 불 수 있기를 소망한다.

다음 주부터는 아이들 글쓰기 관련 책을 읽으며 좀 더 체계적인 글쓰기 교육 계획을 세워 볼 생각이다. 관련 원격 연수도 병행하면서. 연일 추운 날씨지만 교사들의 겨울 방학은 배움의 열정으로 '후끈'하다.

덧붙이는 글 | 개인 브런치와 블로그에 함께 게시될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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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넘은 공립초등학교 교사입니다. 아이들에게서 더 많이 배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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