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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 방식과 터전을 바꾸기란 좀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런데 나는 선택권의 영역을 더 넓혀보겠다고 첫 독립을 무려 영국으로 선택했다. 비건을 지향했지만 한국에서는 좀처럼 쉽지 않았고 늘 과대포장 되어있는 제품을 구매할 때마다 스트레스를 받았다. 특별한 첨가물이 없을 것 같았던 과자에 돼지고기나 소고기가 함유된다는 사실에 배신을 느꼈고 매번 공허하게 속으로 '굳이?'를 외쳐야만 했다.

연고 없는 도시 런던으로 이사오며 살 동네를 정하는 데에 가장 기준이 되었던 것은 '도보로 제로 웨이스트 가게 접근이 가능한 역세권인가'였다. 제로 웨이스트는 말 그대로 '남김 없음'이다. 근 몇 년 내에 기후위기를 체감하며 플라스틱 이용을 줄이고 지속 가능한 제품들을 제공하는 가게들이 늘고 있다.

한국 내에는 대표적으로 서울시 마포구 망원시장에 위치한 '알맹상점'이 있다. 본인이 거주하던 중랑구에도 작년에 '보탬상점'이란 곳이 문을 열었다. 몇 년새 서울 중심가 뿐만 아니라 온라인에서까지 고체 샴푸나 치약, 대나무 칫솔 등이 구매 가능하게 되었다.

버려질 뻔한 음식들을 '구조'하다 
 
지역 비건 카페에서 나눔 받아 온 빵류
 지역 비건 카페에서 나눔 받아 온 빵류
ⓒ 최미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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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8월에 런던에 도착한 후 직장을 구하기 전까지 3개월 동안은 올리오(Olio)라는 어플을 통해 버려질 위기에 처한, 누군가에게는 더 이상 쓸모 없는 요리, 식재료, 가구 등을 '구조(수거)'하러 다녔다. 어떤 날엔 비건 카페에서 유통기한을 하루 넘겨 더 이상 판매 할 순 없지만 아직 '먹을 만한' 각종 빵과 케이크들이 올라오기도 했고 촬영 후 남은, 난생 처음 보는 채식 요리를 나눔 받았다.

대부분 남는 음식을 받으러 갈 땐 '용기'를 지참해서 오라는 안내가 따른다. 덕분에 처음 시도해보는 것들이 하나 둘 늘어 덕분에 마트에서 색다른 식재료 구입을 '시도'하는 데 있어 좀 더 서슴 없이 다가갈 수 있는 바탕이 되기도 했다.

도시를 탐험 할 구실을 만들어야 했기에 도보로 2시간가량이 걸리는 거리에 있는 곳에도 늘 걸어다니곤 했는데 덕분에 이제는 마냥 휴대전화 지도 어플에만 의존하지 않고도 웬만한 곳에서 집 가는 방향을 가늠할 수 있게 되었다.
 
제로 웨이스트 가게에서 통에 채워 온 온갖 곡식들
 제로 웨이스트 가게에서 통에 채워 온 온갖 곡식들
ⓒ 최미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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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에 집 근처 이웃에게 나눔 받아 온 콤부차 배양균(스코비)은 3개월이 지난 지금 무성한 농장을 갖추었고, 비건 요거트를 사먹고 남은 플라스틱 통들에 제로 웨이스트 리필 샵에서 채워 온 불가, 퀴노아, 렌틸콩, 아몬드, 해바라기 씨, 마른 크랜베리로 곡식 창고를 이루었다. 나는 몇 주에 한 번씩 유리병에 귀리유도 담으러 가는 이 가게를 '방앗간'이라고 부른다.

올리오에는 '푸드 히어로'라는 자원 봉사자들이 존재한다. 이들은 지역 내 대형마트나 카페에서 유통기한이 임박한 음식들을 직접 수거 받아 필요로 하는 이들에게 나눠주는 일을 도맡아 한다. 며칠 전엔 Costa라는 대형 체인 카페에서 아직 내년까지 기한이 유효한 아몬드유를 개인에게 기부해 집 앞 벤치에서 수거해가도록 했다(메시지를 통해 원하는 갯수와 시간대를 조정하면 주소를 알려주는 식이다).
 
올리오 어플을 통해 무료 나눔 받으러 간 '아몬드유'가 자원봉사자 집 앞 벤치에 놓여있다
 올리오 어플을 통해 무료 나눔 받으러 간 "아몬드유"가 자원봉사자 집 앞 벤치에 놓여있다
ⓒ 최미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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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체인 카페에서 자원봉사자를 통해 무료 나눔 해준 아몬드유
 대형 체인 카페에서 자원봉사자를 통해 무료 나눔 해준 아몬드유
ⓒ 최미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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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착취 없는 소비를 꿈꾼다 

최근에야 몇 년에 걸쳐 승소로 끝난 모 생리대 기업과 여성환경연대 단체의 '생리대 유해 성분 소송'은 내가 지향하는 '소비'에 대한 가치관을 더욱 견고하게 해주는 사례였다. 나는 가능한 스스로가 먹고 쓰고 입는 모든 것이 어디에서 어떤 과정을 거쳐 오게 되는 것인지 알고자 한다. 그리고 그것들이 어떤 '착취'도 없는 무해한 것이기를, 유통 과정에서 어느 노동자의 권리도 헐값에 침해되지 않기를 바란다.

이게 과연 너무 큰 소망일까 싶기도 하지만 전 세계적으로 기후위기 속에 코로나와 같은 재난을 거듭하며 우리는 변화를 갈망하고 있다. 더 나은 소비, 지속 가능한 소비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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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평등, 동물권, 환경 보호 등에 관심을 두고 영화감독으로, 시민사회단체 활동가로 살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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