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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옥천군 장야리 주민 장인희씨
 충북 옥천군 장야리 주민 장인희씨
ⓒ 월간 옥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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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수어를 익혀보려고 책도 사 보았지만, 당최 무슨 그림인지 이해되지 않았다. 그렇다고 대전까지 나가 수어를 배우는 것도 쉽지 않았다. 그러던 차 보게 된 '어르신 청춘 수어 교실' 포스터는 운명 같았다. 이 금쪽같은 기회를 놓칠 수 없었다.

"포스터를 보는 순간 '이거다' 싶었죠. 참가대상은 60대 이상이고 저는 50대이지만, 그런 건 상관없었어요. 수어를 배우고 싶은 간절한 마음에 바로 문의했죠. 제가 요양보호사로 일하고 있는데, 마침 수어 교실 수업 시간도 평일 아침 시간이더라고요. 제 일과 병행할 수 있는 시간대라서 잘 맞기도 했고요."

지난해 5월부터 11월까지 충북 옥천문화원이 운영한 '어르신 청춘 수어 교실'. 문화체육관광부·한국문화원연합회 지원을 받아 진행하는 이 프로그램은 이름에서도 드러나듯 '어르신'을 위한 것이다. 어르신이라기엔 한창때인 장인희(옥천군 장야리, 56)씨이지만 이를 신경 쓸 틈도 없이 이끌렸다.

그가 수어에 열정을 품게 된 계기는 바로 '가족'이다. 시댁 형님이 청각장애를 가진 것. 그는 형님과 그저 평범하게 대화를 나누고 싶었다. 자주 볼 수 있는 사이도 아닌데, 오랜만에 만나 제대로 된 대화도 할 수 없다는 사실이 슬펐다. 그러나 필담으로는 긴 대화를 나누기 힘들었다. 마음도 다 전달되지 않는 것 같았다.

수어책을 보며 열심히 따라도 해봤지만 '내가 하는 동작이 맞는지 틀렸는지' 알 수 없었다. 상대방이 내가 말하려는 의도대로 정확히 이해했는지 확신이 없었다. 그러니 자신감도 생기지 않고, 꾸준히 배우기도 어려웠다. 그러던 중 우연히 수어 교실 참가자 모집 포스터를 보게 된 것이다.

"스마트폰이 없다면 몰랐을 거예요. 옥천문화원 이안재 사무국장의 메신저 프로필을 보고 알게 됐거든요. 그렇게 수업까지 이어진 거죠."

그렇게 찾아간 수어 교실에서 또 다른 인연도 다시 만날 수 있었다. 옛 직장 상사이기도 한 강현순(군서면 월전리)씨 역시 수어 교실에 참여했던 것. 지역에서 사는 것은 인연에 인연을 더하는 일이구나 생각한 순간이다.
 
충북 옥천문화원 어르신 청춘 수어교실 수업 현장
 충북 옥천문화원 어르신 청춘 수어교실 수업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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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어교실 수료를 위한 영상 촬영 현장
 수어교실 수료를 위한 영상 촬영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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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정도 함께 커집니다

수어(手語), 말 그대로 손 언어다. 그런데 손만 사용하는 언어는 아니다. 수어를 구성하는 요소 가운데 수지(손) 신호가 차지하는 비율은 30%에 불과하고, 나머지 70%는 비수지 신호로, 몸짓과 표정으로 의사를 전달한다.

특히 표정을 사용해 같은 문장을 평서문, 의문문, 감탄문으로 구분하기 때문에 이는 가장 중요한 요소. 의도에 맞는 표정을 다양하게 표현해야 하다 보니 사람들 앞에서 표정을 지어 보이는 게 어색한 경우도 많다.

하나를 알려주면 열을 공부해오는 장인희씨도 쑥스럽긴 마찬가지였다. 그 과정을 이겨낼 방법은 실전에 부닥치는 것. 수업 이후 틈틈이 형님을 만날 때마다 수어를 사용했다. "외국인이 한국말 조금 하는 것처럼" 사용하는 수어이지만, 상대가 좋아하는 모습을 보며 기쁨도, 자신감도 자라고 있었다.

수어 수업 이후 그에게는 확신이 생겼다. 먼저, 수어를 했을 때 딸의 반응이 달라졌다. 안 하던 것을 하니 처음엔 어색해하던 딸도 지금은 엄마의 마음을 이해하고 존중해주는 느낌을 받는다. 또, 내가 표현하는 말을 상대방이 알아듣고 있고, 상대의 언어도 조금씩 보이니 소통의 즐거움을 새삼 다시 느꼈다. 이제는 책을 보고도 어떤 동작인지 이해할 수 있다. 그래서 그의 마음에는 더 큰 열정이 샘솟는다.

"이전에는 수어 중계를 자세히 보지 않았는데, 이제는 저절로 눈길이 가요. 유심히 보고 있으면 때때로 아는 단어가 보여서 반갑기도 하고요. 조금이지만 형님과 대화가 되니 좋기도 해요. 수어가 보이고, 소통이 되니 수어에 더 흥미를 갖게 됐어요. 계속 배워서 더 수준 높은 대화를 하고 싶은데, 동네에 더 이상 수업이 없으니 아쉽기도 해요. 감질나게 말고, 좀 더 자주 진행하는 수업이 계속되면 좋겠어요."

[관련기사] 들리지 않아도 들릴 수 있게... 농촌마을 특별한 통역사 http://omn.kr/1x1x0
 
충북 옥천문화원이 운영하는 2021어르신문화프로그램 '어르신 청춘수어교실' 수료생들.
 충북 옥천문화원이 운영하는 2021어르신문화프로그램 "어르신 청춘수어교실" 수료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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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옥이네 통권 55호 (2022년 1월호)
글·사진 소혜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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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옥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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