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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미국 텍사스주에 갑작스런 한파로 발전소가 셧다운 되면서 다수 지역 마트의 식품 매대가 텅텅 비는 일이 실제로 벌어졌다
 2021년, 미국 텍사스주에 갑작스런 한파로 발전소가 셧다운 되면서 다수 지역 마트의 식품 매대가 텅텅 비는 일이 실제로 벌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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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미국 텍사스 대한파, 발전소 셧다운과 식품 대란 

세계는 상품 사슬로 아주 가깝게 연결되어 있고, 먹을거리 역시 거리의 멀고 가까움에 구애받지 않는 세상에 우리는 살고 있습니다. 백화점이든 마트든 식품 매장에는 세계 곳곳에서 실어 온 먹을거리가 풍부합니다. 언제나 먹을거리로 그득한 식품매장을 보면서 텅 비어 있는 장면을 상상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일 년 전, 미국 텍사스주에서 갑작스런 한파로 발전소가 셧다운➊ 되면서 다수 지역 마트의 식품 매대가 텅텅 비는 일이 실제로 벌어졌습니다. 텅 빈 식품매장에 먹을거리를 구하려는 사람들로 줄이 길게 늘어선 장면이 21세기에 등장한 겁니다. 그리고 몇 달 뒤 성공적인 우주여행이 이루어졌지요. 과학과 기술이 진일보한 인류 문명의 대단한 역설이 아닐 수 없습니다.

재작년 시월 초순, 브라질 남동부 상파울루를 비롯한 여러 지역에서 '하부브Haboob'라는 이름의 거대한 모래 폭풍이 발생했습니다. 하부브는 건조한 지역에 상승기류가 발생하면서 일으키는 먼지 폭풍의 일종인데 주로 중동과 북아프리카에서 발생하는 걸로 알려져 있어요. 지평선 저 끝까지 수백 미터의 모래 폭풍이 도시를 삼키며 길게는 일곱 시간 가까이 낮을 밤으로 바꾸었습니다. 일부 지역에서는 인터넷이 끊기고 정전이 발생하는 혼란이 있었고요. 

전문가들은 고온 건조한 날씨가 계속 되면서 백여 년 만에 발생한 극심한 가뭄을 모래 폭풍의 가장 큰 원인으로 보고 있는데요. 남아메리카 아홉 개 나라 가운데 브라질에 아마존 열대우림이 가장 넓은 면적에 걸쳐 있고 세계에서 가장 긴 아마존강을 비롯해 수많은 지류가 형성돼 습지가 풍부한 곳인데, 어쩌다 이곳에 고온 건조의 날씨가 계속되었을까요? 

줄어든 아마존 열대우림 면적, 그리고 기후 시스템의 악순환 

가축 사료에 쓸 콩을 재배하느라 농경지와 목초지를 넓히고 광산을 개발하면서 아마존 우림은 빠르게 줄어들고 있습니다. 브라질, 에콰도르,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등 적도 근처에 있는 숲은 단지 물을 저장하는 정도를 넘어서 비를 만듭니다. 열대 '우림'의 우는 '비 우雨'로, 우리말로 하면 '비 숲'입니다.

나무는 땅속의 물을 뿌리로 빨아올려 필요한 곳에 사용한 뒤, 잎 뒷면에 있는 기공을 통해 수증기 상태로 내보냅니다. 수증기는 공기 중에 떠다니다 비가 되어 내리지요. 아마존이 위치한 남아메리카뿐 아니라 멀리 북아메리카에 있는 캐나다의 물 공급에도 아마존 열대우림이 영향을 끼친다고 합니다. 한 마디로 아마존 열대우림은 하늘을 흐르는 강인 셈이지요. 그 숲이 줄어든 만큼 물도 사라진 겁니다. 기후 시스템이 심각하게 삐걱거리기 시작하면서 작년 한 해 세계 곳곳에서 산불이 끊이질 않았습니다. 산불로 숲이 사라지고 사라진 숲은 산불을 부르는 악순환입니다.

브라질은 작년에 지독한 가뭄뿐 아니라 폭염에 냉해冷害➋까지 발생하면서 심각한 기후 충격을 겪었어요. 우리나라 반대편에 있는 브라질의 기후 충격은 우리와 관련이 있을까요? 브라질은 커피를 비롯해 오렌지, 설탕, 옥수수 등 전 세계 많은 먹을거리를 생산하는 나라입니다. 기후 충격으로 농사를 망쳐 생산량이 줄고 생산량이 줄어드니까 가격이 오릅니다. 식량 가격이 출렁이면 우리나라처럼 식량의 절반 이상을 해외에 의존하는 나라는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기후는 인류 역사를 관통하며 지배해 왔습니다. 기후 위기는 한 마디로 식량 위기이고 그런 까닭에 이미 식량은 '주권'이고 '안보'인 시대가 되었습니다. 

2019년 기준, 우리나라 식량자급률은 45%가 조금 넘습니다. 가축에게 먹이는 사료까지 포함한 곡물자급률은 20%대로 떨어졌고요. 코로나 초기에 전 세계가 록다운 되었을 때 식량문제는 자칫 큰 사회문제를 일으킬 수 있었지요. 다행히 록다운은 금세 해제되었고 세계 대양에는 다시 화물선이 떠다니기 시작했습니다. 
 
가축 사료에 쓸 콩을 재배하느라 농경지와 목초지를 넓히고 광산을 개발하면서 아마존 우림은 빠르게 줄어들고 있다
 가축 사료에 쓸 콩을 재배하느라 농경지와 목초지를 넓히고 광산을 개발하면서 아마존 우림은 빠르게 줄어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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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위기는 곧 인류의 식량위기다

과거 문명의 성쇠가 기후와 환경에 좌우되었다는 환경결정론이 힘을 얻는 근거를 굳이 찾을 필요도 없습니다. 지금 우리 앞에 펼쳐지는 기후로 인한 파국의 모습이 점점 또렷해지고 있지 않은가요? 브라질 가뭄 소식과 함께 커피 가격이 오릅니다. 커피야 기호식품이니 피해갈 수 있다지만 우리의 식량 주권은 어떻게 확보할 수 있을까요? 선거 기간이 되면 온갖 공약이 난무하지만 식량 주권을 어떤 식으로 지키겠다는 이야기는 잘 들리지 않습니다. 국내 농지는 나날이 줄어들고 있고 더 이상 농사를 업으로 생활할 수 없는 농민들은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습니다. 고작 2백만 명이 조금 넘는 농민의 표를 버린대도 대세에 지장이 없기에 농업 문제가 선거공약에 낄 수 없는 건 혹시 아닐까요? 

텅텅 빈 식품 매장이 언제고 닥쳐올 수 있다는 상상을 많은 이들이 해 보길 바랍니다. 얼마나 허약한 기반 위에 우리의 식품 매장이 채워져 있는지를 가늠해봐야 할 시점이 아닌가 싶습니다. 농업 정책에 시민들의 관심이 높아져야 선거 공약에서, 정치에서 우리의 식량 주권을 확보할 수 있지 않을까요? 시리아 난민들이 세계를 유랑하게 된 시작점이 극심한 가뭄이었다는 사실을 기억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 누구도 먹지 않고 살 수 없는데 기후는 시시각각 우리의 먹을거리를 위협하고 있습니다. 우리의 생존을 담보할 식량 주권이야말로 지금 가장 절실한 문제 아닐까요?

➊ 전원 공급의 중단이나 사고, 기타 오류 따위의 이유로 컴퓨터 시스템의 작동이 중지되는 일
➋ 저기온으로 인해 식물에 장해를 일으키는 현상

덧붙이는 글 | 이 글을 쓴 최원형 님은 환경생태작가입니다. 이 글은 <월간참여사회> 2022년 1-2월호에 실렸습니다. 구독문의 02-6712-5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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