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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여러분의 삶에 가장 필요한 '정책'은 무엇인지 생각해본 적 있나요? 앞으로 5년간 우리 삶을 좌우할 20대 대선이 코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오마이뉴스>는 국민이 어떤 공약을 원하는지, 지금 각 분야엔 어떤 정책이 필요한지 대신 전달하려고 합니다. 시민들의 다양한 목소리도 환영합니다. '2022 대선 정책오픈마켓', 지금부터 영업을 시작하겠습니다.[편집자말]
"선생님, 제가 어쩌다 이렇게 되었죠?"

난 의사에게 이렇게 물을 수밖에 없었다. 오른쪽 팔꿈치 통증으로 꾸준히 치료를 받았지만, 증상은 오히려 더 심해졌고 지금은 왼쪽 팔꿈치에도 같은 증상이 발현했기 때문이다. 내 하소연 같은 질문에 의사는 조금 안쓰럽다는 듯 이렇게 되물었다.

"안 쉬지요? 아니 1년에 몇 번 쉬세요?"
"부모님 생신 때와 명절 당일 하루씩, 총 네 번 쉽니다."
"니퍼로 끊기 힘든 두꺼운 철사도 구부렸다 폈다를 수없이 반복하면 끊어집니다. 환자분 팔은 그런 상태입니다."


쉬지 못해 생기는 병
 
16일 오후 서울 신촌의 한 음식점에 코로나19 영업시간 제한 해제까지 휴무한다는 내용의 안내문이 붙어 있다.
 16일 오후 서울 신촌의 한 음식점에 코로나19 영업시간 제한 해제까지 휴무한다는 내용의 안내문이 붙어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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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당시 앓고 있던 팔꿈치 통증의 정식 진단명은 '내외측 상과염'이다. 통상, 증상 부위에 따라 골프 엘보우, 테니스 엘보우라 부른다. 그러니까 운동선수들에게 주로 생기는 질병인 것이다. 그런데 주방에서 일하는 나에게 이런 병이 생겼다.

"주방에서 긴 손잡이가 달리 팬 같은 주방 기물을 다루다 생긴 겁니다. 그래서 '팬 엘보우'라 부르기도 하죠. 들었다 놨다 같은 동작을 매일 수없이 반복하니 팔꿈치 근육이 파열되고 쉬질 못하니 염증으로 발전한 겁니다. 직업병입니다."

이 증상은 외식 사업을 시작하고 딱 1년여 만에 왔다. 사실 그때만 해도 심각하게 생각하지는 않았다. 아직 일이 익숙하지 않은 초보 외식 자영업자가 겪는 통과 의례 정도라 생각했고 며칠 치료받으면 곧 나아지리라 생각했었다. 그리고 실제로 증상 초기 때는 스테로이드 주사 한 방에 언제 그랬냐는 듯 통증이 금방 사라졌었다.

그러나 치료가 반복될수록 통증의 재발주기는 점점 짧아졌다. 의사는 더는 스테로이드가 효과가 없다며 다른 치료를 권했다. 그는 최후의 방법은 수술이지만 수술을 받아도 재발 확률이 높다며, 정말 쉽고 간단하지만 나 같은 자영업자에게는 거의 불가능한 조언 하나를 더했다.

"치료받고 상당 기간 쉰 후 재활하면 거의 이전으로 돌아갈 수 있어요. 그게 유일한 치료 방법입니다. 주방에서 대신 일할 사람을 고용하거나 가게를 접어야 (아픈 게) 나아요."

그 당시 기억으로 돌아가면, 내 상황은 정말 암울 그 자체였다. 항상 소염진통제를 영양제처럼 입에 달고 살았고, 팔은 자전거 핸들조차 버틸 수 없는 상태라 그 좋아하던 자전거를 잠깐도 탈 수 없었다. 정신은 우울감이 지배했고 곧 자괴감으로 이어졌다.

'타고난 몸이 얼마나 약하면 이 정도 주방노동도 못 견디나, 이런 몸으로 어떻게 가족을 먹여 살리나...'

불가능한 치료법

그런데 이건 나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자영업 단체 활동으로 동종업 사람들과 교류를 하게 되면서 외식 자영업자 상당수가 주방노동으로 만성적 질환에 시달리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내외 상과염'의 경우 주방노동을 하는 외식 자영업자에겐 거의 기본 질환이었다. 어느 가맹 점주의 경우 이 질환이 쉽게 치료되지 않아 민간요법까지 사용했다며, 현재 상태가 좋은 것은 그나마 직원을 고용할 여력이 있어 쉴 수 있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렇게 주방노동을 하는 외식 자영업 종사자들은 각종 근골격계 질환을 기본으로 주방에서 발생 되는 유증기에 의한 호흡기 질환 등 다양한 직업병을 앓고 있었다. 그래서 최근 급식종사자들의 폐암 급증에 대한 보도가 쏟아졌을 때 내 머리에 떠오른 건 바로 이들과 같은 환경에 종사하는 외식 자영업자들이었다.

그리고 이런 상황은 최근 더욱 심화되고 있다. 요즘 코로나 팬데믹으로 다시 한 번 조명되고 있는 근로자가 없는 1인, 부부 창업 외식 자영업자들은 이런 직업병에 쉽게 노출되는 고위험군이다. 이들은 병에 걸려도 쉴 수 없다. 혼자 또는 무급 가족으로 겨우 수지 타산을 맞추는 상황에서 병이라도 걸리면 그야말로 진퇴양난의 상황에 이르게 된다.

직장과 자영업 모두를 경험해보며 느낀 것은 직장인의 경우 단기간 요양치료가 필요하면 연차나 병가를 낸 뒤 생계에 타격을 받지 않으며 치료를 받을 수 있지만, 자영업자는 방법이 전무했다. 쉬면 당장 생계를 떠나 임대료와 전기료 등 고정경비조차 마련할 길이 없다. 하다못해 직장인의 경우 질병으로 해고되더라도 실업급여라도 받을 수 있지만, 자영업자 대부분은 고용보험과 같은 최후의 보호막조차 없다. 자영업자 고용보험이 2006년부터 실시 되었지만, 임의 가입 형식에 홍보조차 부족해 자영업자의 가입률은 0.5%에 불과한 실정이다. (당시 나도 자영업자가 고용보험에 가입할 수 있다는 사실을 전혀 몰랐다)

문제는 이 또한 미봉책일 뿐이라는 사실이다. 고용보험의 실업급여에는 상병급여도 포함되어 있지만 이는 실직 신고 이후 질병에 걸렸을 경우 해당되며, 질병으로 인한 실직의 경우 3개월 이상의 진단을 받아야 하고 실업급여도 치료 중에는 받을 수 없는 등 무척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제대로 된 상병수당
 
불평등끝장2022대선유권자네트워크 관계자들이 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에서 부실한 상병수당 시범사업 규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불평등끝장2022대선유권자네트워크 관계자들이 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에서 부실한 상병수당 시범사업 규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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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상병수당을 알게 된 것은 어떤 인터뷰 때문이었다. 어느 날 내게 인터뷰를 요청한 분은 현재 박사 과정으로 상병수당이 논문 과제라고 했다. 난 당시 직장인 시절에는 전혀 체감하지 못하다 자영업자의 신분으로 느끼는 사회 복지적 측면에서의 상대적 박탈감, 즉 고립감, 과다한 노동, 그로 인한 질병의 악순환을 전했다. 이에 그 분은 나 같은 자영업자를 위해서라도 상병수당이 있어야 한다며 필요성을 역설했다.

상병수당의 정의는 간단했다. '일하다 다치거나 앓게 될 때 요양에 필요한 비용 외에 따로 받는 수당'이라고 한다. 그런데 이 제도를 영국, 독일, 프랑스와 같은 대부분의 선진 유럽국가들은 이미 오래전에 도입해 시행하고 있었다.

"질병으로 인한 소득감소에 대한 보장은 사실 OECD 국가 중 미국, 한국, 스위스를 제외하면 모두 실시하고 있다. 이를 다른 나라들에서는 질병수당(Sickness Benefit), 상병수당(Invalidity Allowance) 등으로 부르고 있다." - <복지동향> 2017년 4월호

물론 정부가 지난해 12월 22일 '2022년도 한국형 상병수당 추진계획'을 밝히면서, 오는 7월부터는 아파서 근로활동을 못 한 이들을 대상으로 1일 4만3960원(2022년 최저임금의 60% 가량)을 지급하는 시범사업이 진행된다. 하지만 이를 두고 현실과 동떨어진 처방이라는 목소리가 크다.

당장 시민단체인 참여연대는 계획 발표 다음날(12월 23일) 논평을 통해 "상병수당 제도를 채택하고 있는 OECD국가의 대부분이 근로능력상실 이전 소득의 60% 이상을 보장하며, 룩셈부르크와 칠레의 경우 100%까지 보장한다"라며 "고용보험의 사각지대에 놓인 자영업자, 취약 노동자 등이 걱정없이 제대로 된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보장하고, 빈곤층으로의 추락을 막아야 한다"라고 밝혔다.  

어느날 알바가 물었다 "사장님 혹시 워커홀릭 아니세요?"

복지를 이야기하면 항상 따라오는 딴죽이 하나 있다. 바로 '게으른 자를 위한, 게으른 자를 양산하는 쓸데없는 지원'이다. 언젠가 국회에서 있었던 '상가임대차 분쟁'에 발표자로 나선 삼십 대 어느 청년 자영업자의 하소연은 내 마음을 뭉클하게 했다.
 
저보고 이웃들이 어쩜 그렇게 부지런하냐고 하더라고요. 속으로 웃었어요. 그동안 부모님에게 '게으르다'라는 소리 엄청 들었거든요. 그런데... 세상이 절 부지런하게 만들더라고요...

예전 어느 날, 아르바이트 대학생은 뜬금없이 내게 이런 말을 했었다. "사장님 혹시, 워커홀릭 아니에요?" 그때 나도 속으로 웃었다. 그동안 난 내가 성공하지 못하는 건 게으름 때문이라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 나에게 '워커홀릭'이라고 하니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몰랐다.

그렇게 어느 날 지치고 병든 육체를 땅바닥에 누인 뒤 천장을 멍하니 바라보면 병든 것도 서러운데 가족까지 궁핍하게 만들었다는 죄책감에 정신까지 시들어간다. 선진국이라는 대한민국에서 이렇게 질병과 그로 인한 자괴감에 시달리는 자영업자들을 '스스로 선택한 결과'라며 방치하면 안 되는 것 아닐까? 이게 너무 과한 욕심인지 난, 대통령 선거에 나선 후보들에게 물어보고 싶다.

여담이지만, 가게를 그만두고 내가 치료받은 질환은 다음과 같았다. 내외 상과염, 족저근막염, 무릎연골 파열, 왼쪽 눈 망막 염증, 어깨 회전근개 손상. 나와 비슷한 시기에 가게를 닫은 동료 가맹점주인 A씨는 척추디스크, 내외 상과염 치료를 받았지만, 아직도 통증에 시달리고 있으며, 같이 일했던 그분의 아내는 무릎 연골 파열로 인공관절 수술과 척추디스크 시술을 받았다.

참, 한때 너무 어지러워 병원을 가니 '영양실조'라고 했다. 의사의 말에 나조차 어이가 없어 웃었지만, 직원을 쓰지 못하거나 최소화한 외식업자의 운명이다. 손님의 허기를 채워주기 위해 자신은 끼니는 거르거나 대충 때워야 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몸은 어떠냐 물으신다면 '쉬면 낫는다'라는 그 의사 말이 맞았다. 단, 돈이 있어야 쉴 수 있다는 것도 슬프지만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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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원에서 자영업자 그리고 시급제 노동자와 법인대표로 일하며 느낀 멀리서 보면 희극 가까이서 보면 비극 같은 세상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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