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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의 가치가 퇴색하는 세상입니다. 뿐만 아니라 급격한 자동화로 인간의 노동 그 자체가 종말을 고하지 않을까 우려되는 세상이기도 합니다. 마주했던 노동 현실의 민낯을 보며 현장의 관찰자이자 조율자로서 신입 노무사가 보고 겪고 느낀 것들을 독자와 공유합니다.[편집자말]
사회 구성원들이 노동 인권에 많은 관심을 가지게 되면서 이제는 직장생활을 하는 보통 사람들도 노동 관계 법령의 전반적인 내용을 파악하게 되었다. 다른 건 몰라도 2022년 최저임금이 시간당 9000원 언저리, 정확히는 9160원이라는 사실은 매년 7~8월쯤 뉴스 매체에서 떠들어대기에 자연스레 알게 되며, 이제 막 사회생활을 시작한 청년들도 잘 알고 있으며, 주휴수당이나 연차유급휴가 등의 요건이 무엇인지는 블로그만 간단하게 검색하더라도 알 수 있는 세상이 되었다.

하지만 경험상, 의외로 사업장 내에서 '직원들을 대표하는 자'가 있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모르는 사람이 많다. 노동법 강의를 하다가 사업장에 근로자 대표가 있으면 손을 들어보라고 하면 으레 "근로자 대표가 뭐예요?"라는 반문을 듣기 마련이고, 중소 규모의 사업장에서는 인사 담당자들마저 근로자 대표를 근로자 위원과 혼동하는 경우를 너무나 많이 보았다. 심지어 근로자 대표와의 서면 합의서는 있는데 막상 직원 모두가 자기 사업장의 근로자 대표가 누군지조차 모르는 황당한 경우까지 있었다.

이렇듯 개념조차 생소하게 여기다 보니, 법상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도 근로자 대표를 제대로 선출해 운영하는 곳은 생각보다 정말 드물다. 이에 사업장 내 노동자들이 최소한의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하는 근로자 대표에 대해 보다 정확히 알고 넘어가야 할 필요가 있다.
  
근로자 대표

으레 노동자들을 대표한다고 하면 노동조합부터 떠올리기 마련이다. 정확한 대답이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노동조합이 조직된 사업장은 전체의 14.2%에 불과하며, 특히 30인 미만 소규모 사업장의 조직률은 겨우 0.2%에 불과하다(고용노동부, 2020년 전국 노동조합 조직현황 보도자료).

그렇다면 노동조합이 없는 사업장에서는 정말 '사장님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걸까? 아니다. 그 최소한의 역할을 하기 위해 근로기준법에서는 근로자 대표라는 개념을 두고 있다. 법 제24조제3항에서는 근로자 대표를 "근로자의 과반수를 대표하는 자"라고 표현하고 있으며, 이 조항에 따라 경영상 해고(소위 정리해고)를 할 때는 반드시 근로자 대표에게 해고를 하려는 날의 50일 전까지 통보하고 성실하게 협의할 의무를 부여하고 있다.

근로자 대표의 역할은 여기에서 끝나지 않는다. 유연근로시간제의 도입(법 제51조·제52조), 휴일대체·보상휴가제도 시행(제55조제2항·제57조) 등 주요 노동 조건에 대한 동의의 주체로 활용된다.

특히 사업장에서 휴일에 일한 대가로 휴가를 부여하는 이른바 '대휴 제도'의 시행에 있어 근로자 대표의 역할이 중요한데, 매주의 주휴일을 변경하는 것은 노동자 개인의 동의를 얻기만 하면 되지만 2022년부터 5인 이상 전 사업장에 시행되는 '관공서의 공휴일에 관한 규정'에 따른 공휴일 및 대체 공휴일에 일한 때에는 근로자 대표와의 서면 합의를 통해 대휴(정확히는 법 제55조제2항의 휴일대체제도)를 시행하여야만 적법 유효하기 때문이다.

그 외에도 최근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시행으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산업안전 측면에서도 근로자 대표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안전보건관리규정의 작성·변경 시 근로자 대표의 동의를 받아야 하며(산안법 제26조), 사업장의 안전보건진단·작업환경측정 등에 참석을 요구할 수도 있고(법 제47조·제125조), 건강진단의 실시에 참여하고 그 결과에 대하여 설명을 요구할 수 있는 권한(법 제132조)까지 있기 때문이다.

이렇듯 노동관계법령 전반에 걸쳐 사업주의 일방적인 관리·감독에 따른 부실을 막기 위한 견제 장치 역할을 하는 근로자 대표는, 특히 단결하여 대등한 집단적 노사 관계의 장을 만들기 어려운 소규모 사업장 노동자들에게 최소한의 안전 발판 역할을 한다.

그러나 사람들이 몰라서 문제 되는 것만큼이나 법적인 허점도 많다는 점을 들여다보면, 이 제도가 널리 알려지지 않은 이유가 단지 대중의 무관심 때문만은 아니라는 점을 추측케 된다.
  
노동관계법령 전반에 걸쳐 사업주의 일방적인 관리·감독에 따른 부실을 막기 위한 견제 장치 역할을 하는 근로자 대표는, 특히 단결하여 대등한 집단적 노사 관계의 장을 만들기 어려운 소규모 사업장 노동자들에게 최소한의 안전 발판 역할을 한다.
 노동관계법령 전반에 걸쳐 사업주의 일방적인 관리·감독에 따른 부실을 막기 위한 견제 장치 역할을 하는 근로자 대표는, 특히 단결하여 대등한 집단적 노사 관계의 장을 만들기 어려운 소규모 사업장 노동자들에게 최소한의 안전 발판 역할을 한다.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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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점 ①] 모호한 선출 절차

위와 같이 사업장 내에서 중요한 노동 조건에 대한 동의권을 가지는데도, 법 어디에서도 근로자 대표의 선출 절차를 명시적으로 정해놓지 않았다는 점은 이 제도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꼽힌다. 굳이 법에서 정한 게 있다면, 근로기준법상 사용자가 아닌 자여야 한다는 정도이기 때문이다.

이에 실무적으로는 고용노동부의 행정 해석을 통해 그 선출 방식을 결정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① 사용자의 추천이나 강요 등이 없이 근로자들이 스스로 결정하여야 하며 ② 반드시 투표의 방식을 거치지 않더라도 근로자 대표 선임서에 서명·날인을 받는 방법 등 근로자의 의사를 반영할 수 있는 방법을 거치면 된다(근로기준정책과-2872, 2015-07-01 등)는 것이 부처의 판단이다.

이렇듯 법적으로 정해진 바가 없다 보니, 현실적으로는 사용자의 입맛에 따라 선출되는 경우도 많다. 특히 법정 수당을 합법적으로 줄여줄 수 있는 탄력적 근로시간제도나 보상휴가제도 등을 도입하기 위하여, 사업장 내에서 '말 잘 듣는 직원'을 사용자가 사실상 선택하여 연명부에 서명을 받는 방식으로 뽑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이렇게 선출된 근로자 대표가 과연 법의 취지에 맞게 '근로자'들을 '대표'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문제점 ②] 대표성 문제

사업장이 어느 정도 규모를 넘어서게 되면, 필연적으로 역할이 다분화되기 마련이다. 가내수공업에 준하는 경우가 아니고서야, 아무리 작은 규모의 공장이라도 생산활동에 투입되는 생산직 노동자와 행정적 업무를 담당하는 사무직 노동자로 나뉘게 될 텐데, 문제는 이들의 노동조건의 실질이 전혀 다르며 따라서 추구하는 방향도 달라질 수밖에 없다는 점에 있다.

하지만 최근까지 고용노동부는 "근로자 대표는 사업 또는 사업장 단위로 선정되어야 한다"는 방침을 고수하면서, 비록 하나의 사업장 내에 여러 직종이 혼재되어 있는 경우라 하더라도 원칙적으로 사업장 단위로 단일 근로자 대표를 선정하도록 지침(근로기준팀-8048, 2007-11-29)을 내렸다. 이는 서로 다른 직종의 요구사항을 하나로 뭉뚱그리게 되는 결과를 초래하여 오히려 근로자 대표가 노-노 갈등을 초래하는 주요 원인이 되기도 하였다.

다만 이런 문제점을 인지해서인지 고용노동부는 최근 "사업장 내에 뚜렷하게 구분되는 직종이나 직군이 있는 경우 그 직종이나 직군 단위로 선정할 수 있다"(근로기준정책과-1554, 2021-05-07)로 방침을 변경하였다. 하지만 여전히 그 개념적인 측면에서 '뚜렷하게 구분되는 직종이나 직군'을 어떻게 판단해야 할지는 미지수이며, 여전히 이를 법문에 명확하게 규정하고 있지 않다는 점에서 추후 법적 다툼의 소지가 될 수 있어 완벽히 해결이 되었다고 보기에는 어렵다.
  
[문제점 ③] 유사 개념과의 혼동

근로자참여 및 협력증진에 관한 법률(이하 근참법)에서는 30인 이상 사업장에 반드시 노사협의회를 구성하고, 그 협의회에는 근로자 위원과 사용자 위원을 동수로 두어야 한다는 규정을 두고 있다. 이러한 협의회에서는 사내 노동자들의 고충 처리나 휴게 시간의 운용, 복지 증진 또는 인사·노무 관련 사내 제도 개선 등 노사 공동의 이익 사항을 논의하게 된다.

이 법에 따른 근로자 위원은 근로기준법 상 근로자 대표와 비슷하면서도 다른 역할을 하다 보니 실무 담당자들조차도 근참법 절차에 따라 근로자 위원을 선임해 두고 근로자 대표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하지만 원칙적으로 근로자 대표의 선출 과정에는 그 근로자 대표가 결정할 수 있는 사항을 명확하게 지정하여야 하므로(예: 근로기준법 상 근로자 대표와의 서면합의 내용에 대한 포괄적 동의 여부 등), 이러한 권한에 대한 명시적인 위임도 없고 전혀 다른 법에 따라 선출되는 근로자 위원이 반드시 근로자 대표라고 볼 수는 없다.

그런데도 지난 2020년 10월 16일 대통령 소속 경제사회노동위원회에서는 '근로자대표제도 개선에 관한 노사정 합의문'을 통해 "과반수 노조가 없고 노사협의회가 있는 경우, 노사협의회 근로자 위원으로 구성된 '근로자위원 회의'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 대표의 지위를 가지는 것으로 한다"는 내용을 합의하기에 이르렀다. 이는 형식적으로는 근로자 대표의 공백을 메울 수 있겠지만, 취지가 다른 개념을 편의상 하나로 묶어버린 것 같은 느낌이 크다.
  
법 재정비의 필요성

이와 같은 문제점을 극복하기 위하여, 우리는 먼저 근로자 대표라는 개념 자체를 더욱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법에 따라 서로 조금씩 다르게 구분되는 근로자 대표 및 그 유사 개념을 하나로 묶어, 노동관계법령에서 상위법 역할을 하는 근로기준법에 그 개념과 역할, 취지를 분명히 규정할 필요가 있다. 특히 법적 역할이 다른 노사협의회의 근로자 위원의 합의체를 근로자 대표라고 간주하는 현재의 시스템은 법이 아닌 단순 합의에 근거한 이유 때문에라도 결과적으로 손을 볼 필요가 있다.

근로자 대표의 선출 절차 및 방법에 대해서도 법에 명문화할 필요가 있다. 적어도 근로자 대표의 선출 방법에 대해서 최소한의 절차 규정을 마련하여야만 향후 발생할 수 있는 근로자 대표의 유효성 등에 대한 분쟁을 명확하게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개별 노동자의 임금과 밀접하게 관련되는 여러 제도에 대해 합의권을 가진다는 점에서, 최소한 투표를 통해 공정하고 합리적으로 선출해야 할 것이다.

여기에 근로자 대표의 서면 합의가 어떤 효력을 가지는지도 명확히 할 점이다. 현행법 상 여러 노동 조건에 대해 근로자 대표의 서면 합의로 변경을 할 수 있다고만 정할 뿐, 그 합의의 효력이 취업 규칙이나 단체 협약의 내용과 배치될 경우에는 어떤 것을 우선하게 될지 또 서면합의의 내용을 위반하게 될 경우 어떤 법적 효과가 발생할지에 대해서는 전혀 정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이종수·이승길, 2020).

근로자 대표 제도는 상대적 취약 계층인 노동자의 노동 인권을 보호하고, 특히 실무적으로 영세사업장에서 노동자들이 최소한의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한다는 점에서 그 의의가 매우 크다. 따라서 기존의 장점은 살리되, 우리가 미처 챙기지 못한 허점을 보완하는 방식으로 '진짜 근로자대표'가 될 수 있도록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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現 조은노무법인 공인노무사, HR 책임컨설턴트 // 前 YTN 보도국 영상취재1부 영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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