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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방학이 되었습니다. 아이들에겐 선행이, 엄마들에겐 아이들 영양 보충이 숙제처럼 주어지는 시기입니다. 기운이 펄펄 날 초간단 보약 밥상을 소개합니다. [기자말]
"우와, 완전 겉바속촉!"
"진짜 엄마 이거 완전 대박이야!"


한 입을 베어 문 후, 이와 같은 찬사가 난무해야 비로소 그대들의 식사를 허락하노라, 하는 나의 대답이 이어진다. "맛있게 먹어~". 영양에 만족한 나와 맛에 만족한 아이들의 하모니가 만들어낸, 거듭 만족스러운 식탁의 풍경이다.
 
고단백 저칼로리를 지향합니다.
▲ 겉.바.속.촉. 왕동그랑땡!  고단백 저칼로리를 지향합니다.
ⓒ 은주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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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모든 음식이 그렇지만, 아니 세상의 모든 집밥이 그렇듯이 내가 직접 해보기 전에는 그것이 그렇게 어려운 음식인지 잘 모른다. 하긴, 그럴 수밖에 없는 게 완성되어 접시에 가지런히 올려진 음식을 보면서, 이 음식이 상에 올라오기까지의 수고로움에 대해 누가 그렇게 깊이 생각할 수 있으랴.

한 마리의 닭이 되기 위하여, 혹은 실한 양파가 되기 위하여 힘껏 몸을 부풀리고 키웠을 노력은 차치하고라도 이 재료를 사고 씻고 다듬고 지지고 볶는 과정이 눈앞에서 생략된 채 상에 올려진 음식을 먹기만 했던 건 나도 마찬가지. 음식을 직접 하기 전에는 나도, 엄마의 그 고단한 과정을, 그 음식에 들어간 정성을, 사뿐하게 즈려밟고(?)는 맛있다 혹은 맛없다라고만 표현했으니까.

정말이지 결혼하기 전에는 몰랐다. 이것이 그렇게 어려운 음식인 줄을. 우리 집에서는 시시때때로 너무나 흔하게 상에 올라오곤 했던 '동그랑땡'이 시댁에서는 명절에나 먹는 음식일 줄이야. 이유인즉슨, '손이 너무 많이 가서'. 손이 많이 가는 음식은 명절에만 하신다는 시어머니의 음식에 대한 철학 앞에서 나는 명절에 전을 부칠 때만 정성스럽게 '동그랑땡'을 빚었다.

야채와 고기의 훌륭한 조화 

그 '동그랑땡'이 생각난 건, 아마도 또 명절이 다가오고 있어서일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누군가에게는 지겨울 법한 이 동그랑땡이 나에게는 '몸보신의 계절, 면역력 저하의 계절, 겨울방학'이면 생각나는 보약 밥상 메뉴다. 영양만점에 맛도 만점인 이 '고단백 저칼로리'의 음식을 소개해 볼까 한다. 초간단 버전으로.

말이 '동그랑땡'이지, 사실은 그렇게 앙증맞은 사이즈가 아니다. '동그랑땡'은 제사상에 올릴 때 예쁘라고 빚는 사이즈이지, 먹을 때는 빈대떡만 하게 만들어도 누가 뭐랄 사람 있겠나. 동그랑땡, 혹은 떡갈비, 어쩌면 함박스테이크라고도 불릴 수 있는 마땅한 이름을 찾지 못해 '동그랑땡'이라 퉁치는 이름의 고기 반죽. 나는 그냥 '왕동그랑땡'으로 부르련다.

하지만 아무리 겨울방학 보양식 프로젝트라고 해도 움직이지 않는 아이들에게 마냥 고칼로리만 먹일 수는 없는 노릇. 그래서 나만의 필살기가 있으니 그건 바로 닭고기다. 사실 맛이나 부드러운 식감 면에서 볼 때 닭이 돼지고기보다 훨씬 훌륭해서 나는 주로 닭 안심으로 동그랑땡을 만든다(닭 안심으로 만드니 자신 있게 고단백 저칼로리 음식이라고 주장하고 싶다).

게다가 동그랑땡만큼 야채를 많이 먹일 수 있는 방법도 흔치 않아 꽤 만족스러운 레시피다. 반죽이 남으면 반죽 채로 냉동실에 넣어도 되기 때문에 많이 만들어 두고 보관해도 좋다. 

만드는 건 간단한데... 익히는 시간은 필요합니다

고기 반죽 만드는 법은 꽤 간단해서 닭 안심과 냉장고에 남아 있는 많은 야채 부재료들을 칼로 다지거나, 모두 함께 야채 다지기에 넣고 다지면 된다. 부재료가 일정하지 않기에 그때그때 약간씩 맛의 차이는 있지만 기본적으로 고소하고 부드럽고 담백하고... 한마디로 맛있다.

양파와 고기 양에 따라 반죽의 묽어지는 정도가 다른데, 나는 카레 가루와 빵가루로 반죽의 묽기를 조절한다. 우리 엄마는 이 음식을 만들 때, 집에 남아 있는 쿠키를 넣으시기도 했는데, 그렇게 하면 고기에서 과자 맛이 나기도 한다(뭐라고?라고 놀라실지 모르겠는데 그것도 나름의 별미다. 물론 동그랑땡에서 초코칩 맛이 나는 건 좀... 특이하고 특별한 경험이었다).

손이 많이 가는 '동그랑땡'이 힘든 이유는 불앞에서 오래오래 약불로 뒤집어주는 수고를 곁들여야 한다는 데 있을 것이다. 그야말로 정성이 한 스푼 얹어지는 시간이다. 이 음식이 상에 오르기까지의 수고로움에 대해 한번씩 감사해야 하는 이유다. 음식하는 사람의 입장에서 그 시간이 아까울 땐, 그냥 약불에 올려두고, 음식 만드느라 지저분해진 싱크대를 정리하고 설거지를 하면 된다.

드디어 완성된 왕동그랑땡! 먹어도 먹어도 질리기는커녕 더 이상 먹을 수 없을 때까지 먹다 보면 갑자기 현타가 올 수도 있으니 주의하자. 그런데 이것 참... 보약 밥상이라는 나의 의도가 적중한 탓인지 늘 기운 없던 아이들이 너무 우렁차게 웃고 떠든다. 귀... 귀마개가 어딨더라. 

<왕동그랑땡 만드는 법>

1. 닭 안심 1.5kg을 준비하여 토막 낸다.
2. 양파, 파, 마늘 적당히. 그리고 냉장고에 있는 당근과 버섯(느타리버섯, 표고버섯 다 좋다) 등을 준비하여 토막낸다.
3. 풋고추를 넣으면 더 맛있다. 풋고추도 준비하자.
4. 위의 재료들을 '야채 다지기'에 넣고 다진다.
5. 위의 반죽에 계란 2, 3개를 넣는다.
6. 빵가루(넉넉히)와 카레 가루(1/2스푼)를 적당히 넣는다(카레 가루에 들어 있는 강황은 나쁜 콜레스테롤(
LDL) 수치를 떨어트리고 혈액순환에 좋다).
7. 후추와 소금으로 간한다.
8. 동그랗게 빚어 (사이즈를 크게 빚을수록 수고가 줄어든다) 프라이팬에 올리고 약불에 굽는다. 밀가루에 묻히고 계란물에 담그는 과정이 없어서 겉.바.속.촉.이 가능하다.

태그:#왕동그랑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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