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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망대에 설치된 물탱크, 물탱크에는 이곳에서 서식하는 동물을 그려 놓았다.
 전망대에 설치된 물탱크, 물탱크에는 이곳에서 서식하는 동물을 그려 놓았다.
ⓒ 이강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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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일어나니 밤 깊도록 흩날리던 빗줄기가 멈추었다. 오늘은 지금 머물고 있는 버크타운(Burkestown)에서 마운트 아이자(Mount Isa)라는 동네까지 먼 거리를 가야 한다. 비가 올 것을 염려해 비포장도로를 따라 계속 가야 하는 지름길을 포기했기 때문이다. 이곳에서 마우트 아이자까지 가는 길에도 중간에 비포장도로를 거쳐 가는 지름길이 있다. 

지도를 보니 중간에 있는 지름길로 가면 431km, 포장된 도로만 따라 운전하면 532km다. 비포장도로가 100km 더 가깝다. 그러나 비포장도로 사정을 알 수 없다. 일단 그레고리(Gregory)라는 다음 동네에 가서 사람들 의견을 듣기로 했다.

그레고리까지 가는 길은 잘 포장된 직선 도로가 대부분이다. 언덕 하나 보이지 않는 평지가 계속된다. 도로에는 자동차에 치인 캥거루가 유난히 많다. 캥거루가 쓰러져있는 도로에는 솔개들이 모여 있다. 이곳에 사는 솔개들은 살아있는 먹이를 잡으려고 고생할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예전에 캥거루를 친 경험이 있기에 주위를 살피며 조심스럽게 운전한다. 심심치 않게 자동차 소리에 놀란 캥거루가 풀숲에서 나온다. 주위를 살피며 운전하는데 조금 떨어진 곳에서 자동차 소리에 놀란 캥거루가 뛰어온다. 캥거루는 예상했던 대로 도로를 가로질러 뛰어간다. 주위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으면 도로 한복판에서 마주칠 수 있는 상황이었다. 놀란 캥거루들이 도로 쪽으로 나오는 이유를 모르겠다. 캥거루들은 나름대로 이유가 있을 것이다. 
  
도로변에 주유소와 카페 하나만 덩그러니 있는 그레고리라는 동네에 도착했다. 이곳에서 300여km를 더 가면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다. 휘발유를 채우고 직원에게 물어보니 비포장도로 사정이 괜찮다고 한다. 승용차로도 갈 수 있을 정도라고 한다. 고민 끝에 거리가 가까운 비포장도로를 택하기로 했다. 조금은 색다른 경험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도 한몫 했다. 

동네를 벗어나자 마운트 아이자를 가리키는 이정표가 나온다. 이정표가 가리키는 방향은 비포장도로를 거쳐서 가는 지름길이다. 자동차가 다닐만하다는 이야기다. 만약 길이 험하다면 사륜구동차만 갈 수 있다는 경고판이 있을 것이다. 도로 입구에는 다음 주유소까지 220km를 가야 한다는 경고판이 세워져 있을 뿐이다. 

이정표가 가리키는 방향을 따라 오른쪽으로 핸들을 돌린다. 새로 포장한 직선 도로가 다시 펼쳐진다. 이곳도 지평선이 계속 보이는 평야다. 생각해 보니 작은 산 하나 보이지 않는 도로를 1000km 이상 운전했다. 한반도를 남에서 북쪽 끝까지 갈 수 있는 거리를 운전했지만 작은 산하나 보이지 않았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는다.
  
포장된 도로를 꽤 많이 달렸다. 드디어 비포장도로가 시작된다. 자동차가 다니기에는 괜찮은 비포장도로다. 그러나 캐러밴을 끌고 가기에는 쉽지 않은 도로다. 속도를 낼 수가 없다. 천천히 충격을 최소화하면서 운전한다. 가끔 마주 오는 자동차를 지나치기는 하지만 캐러밴을 끌고 가는 자동차는 없다. 

두어 시간 이상 먼지를 뒤집어쓰면서 조심스럽게 운전하니 포장된 도로가 나온다. 반갑다. 포장된 도로를 시원하게 달린다. 얼마나 운전했을까, 목적지 마운트 아이자가 가까워지면서 작은 산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나무가 많지 않은 돌산이지만 오랜만에 보는 산이 반갑기까지 하다. 

야영장에 도착했다. 점심시간이 많이 지났다. 시장하다. 캐러밴을 야영장에 주차만 시켜 놓고 시내 중심가를 찾았다. 마운트 아이자는 내륙에서는 큰 도시에 속한다. 쇼핑센터도 있고 휴대전화도 연결된다. 오랜만에 휴대전화와 인터넷을 마음껏 사용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동네 한복판에는 먹을거리가 즐비하다. 패스트푸드점에 들려 점심을 해결한다. 인터넷도 연결해 이메일도 열어본다. 늦은 점심을 해결하고 쇼핑센터에 들렀다. 장바구니에 담고 싶은 물품이 넘쳐난다. 오지를 다니며 굶주렸던 신선한 채소와 과일 위주로 풍성하게 쇼핑했다. 

야영장에 돌아오니 흙먼지를 뒤집어쓴 캐러밴이 기다리고 있다. 내부에 들어서니 물건들도 제멋대로 흩어져 있다. 심지어는 환기통이 떨어져 바닥에 뒹굴고 있다. 오랜 시간 걸려 청소와 정리를 끝냈다. 앞으로는 포장된 도로만을 다녀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지금 가지고 다니는 캐러밴은 비포장도로용이 아니라는 것을 다시 생각한다.  

오랜만에 푸짐한 야채와 스테이크로 식사를 끝냈다. 의자에 앉아 멀리 보이는 황량한 내륙을 바라본다. 산골짜기를 타고 시원하게 불어오는 바람에 몸을 맡기며 술잔을 기울인다. 긴 여행의 피로가 감미롭게 다가온다. 여행이 힘들어도 많은 사람이 집을 나서는 것이 이해된다. 여행도 중독이 되는 것 같다.  

마운트 아이자는 광산 도시다. 다음 날 아침이다. 광산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전망대를 찾았다. 석탄이 산처럼 쌓여 있다. 봉우리가 일직선으로 깎여 있는 산이 보인다. 이곳에서는 땅속에 들어가 광물을 파는 것이 아니라 크레인으로 긁어내기 때문이다. 거대한 굴뚝에서는 연기가 피어오른다. 지금은 환경 오염의 주범으로 지목받고 있지만, 부의 상징이었던 굴뚝이다.

전망대에서 내려와 박물관을 찾았다. 예상했던 대로 박물관 입구에는 광산과 관련 있는 조각품이 즐비하다. 규모가 큰 박물관이다. 중장비를 비롯해 수많은 광물이 전시되어 있다. 이곳이 세계에서 광물질이 가장 풍부한 지역이라는 문구가 눈길을 끈다. 광산에 대해 아는 것이 전혀 없는 나의 시선을 사로잡을 정도로 박물관에는 볼거리가 많다.
 
전망대에서 바라본 광산의 모습
 전망대에서 바라본 광산의 모습
ⓒ 이강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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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물관 입구에 전시되어 있는 조각품
 박물관 입구에 전시되어 있는 조각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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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운트 아이자가 자랑하는 박물관 내부
 마운트 아이자가 자랑하는 박물관 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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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날에는 근처에 있는 호수(Lake Moondarra)에 가 보았다. 관광지로 소개되어 있기 때문이다. 돌덩이로 뒤덮인 산을 바라보며 호수로 향한다. 호수가 있다는 이정표를 따라 조금 들어가니 예상하지 못한 큰 호수가 펼쳐진다. 호수를 따라 운전하는 데에도 꽤 많은 시간이 걸릴 정도로 넓다. 내륙 한복판에 거대한 호수가 있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는다. 호수는 성을 쌓아 놓은 것처럼 나무보다는 돌덩어리가 대부분인 산으로 둘러 싸여있다. 

호수 끝자락에 있는 댐에 도착했다. 근처에는 널찍한 공원도 조성해 놓았다. 공원에 들어서니 대여섯 마리의 공작새가 사람을 거들떠보지도 않고 공원 주위를 한가히 노닐고 있다. 여행하면서 자주 느끼는 것이지만 호주에 사는 야생 동물은 사람을 무서워하지 않는다. 심지어는 사람들이 다니는 산책로 주변에서 태연하게 낮잠(?)을 자는 뱀을 본 적도 있다.
 
황량한 내륙에서 만난 규모가 큰 호수(Lake Moondarra)
 황량한 내륙에서 만난 규모가 큰 호수(Lake Moondarra)
ⓒ 이강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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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운트 아이자는 광물이 풍부한 돌산으로 둘러싸여 있다.
 마운트 아이자는 광물이 풍부한 돌산으로 둘러싸여 있다.
ⓒ 이강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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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이른 저녁을 끝내고 지난번에 들렸던 전망대를 다시 찾았다. 광산 건물 야경이 볼만하다고 들었기 때문이다. 전망대에 오르니 카메라와 휴대전화를 들고 여행객들이 해가 지기를 기다리고 있다. 나도 카메라를 챙겨 들고 전망대에 올랐다. 

너무 일찍 온 것 같다. 아직 광산 불빛은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해가 지기 시작하면서 유난히 아름다운 석양이 펼쳐진다. 건조한 내륙에서 지는 해가 만들어내는 석양의 풍경은 유별나다. 카메라에 담아 보지만 지금의 분위기를 살릴 수가 없다.

아름다운 석양에 마음을 빼앗겨서일까, 광산의 야경도 볼만하지만 마음을 흔들지는 못한다. 멋진 석양을 만나지 않았다면, 광산의 야경에 매료되었을 것이다. 모든 것은 상대적이라는 평소의 생각이 떠오른다.

절대적으로 좋고 나쁘다는 것은 없다. 따라서 인생도 좋은 삶, 나쁜 삶으로 판단할 수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다. 각자의 삶이 있을 뿐이다. 나만의 고유한 삶을 호주 내륙에서 홀로 보낸다.
 
건조한 호주 내륙에서 지는 해가 만들어 놓은 하늘
 건조한 호주 내륙에서 지는 해가 만들어 놓은 하늘
ⓒ 이강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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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글은 호주 동포신문 '한호일보'에도 연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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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드니에서 300km 정도 북쪽에 있는 바닷가 마을에서 은퇴 생활하고 있습니다. 호주 여행과 시골 삶을 독자와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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