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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공'이라는 단어가 논란의 중심에 섰습니다. 발단은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소셜미디어였는데요. 정 부회장은 1월 6일 소셜미디어 인스타그램에 '이게 왜 폭력 선동이냐, 끝까지 살아남을 테다' 메시지와 함께 '#멸공'이라고 올렸습니다. 1월 1일 숙취해소제 사진에 '끝까지 살아남을 테다' 메시지와 함께 '#멸공'이라고 올리고, 1월 2일에는 젓갈 사진에 '새해 첫 젓갈' 메시지와 함께 '#멸공'이라고 또다시 올렸습니다. 인스타그램이 '폭력 및 선동'을 이유로 해당 게시물을 모두 삭제 조치했고, 이에 정 부회장이 반발한 겁니다.

인스타그램은 익명 신고나 AI 시스템 감지를 통해 커뮤니티 가이드라인을 준수하지 않는 콘텐츠를 삭제하고 있습니다. 정 부회장 게시물 삭제에 대해서는 "시스템 오류였다"고 해명했고, 게시물은 모두 복구됐습니다. 하지만 정 부회장은 1월 7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사진과 함께 다시 '#멸공'이라고 올렸고, 이후 중국 내 반감을 우려해 게시물을 삭제했습니다.

기업총수 소셜미디어에서 번진 '멸공'

정 부회장 소셜미디어로 떠오른 멸공 논란을 키운 건 윤석열 대선후보를 비롯한 국민의힘 정치인들이었습니다. 윤 후보는 1월 8일 신세계그룹 계열사 이마트에서 장을 보는 모습을 공개했는데, 인스타그램에 멸치와 콩을 든 사진과 '#이마트 #달걀 #파 #멸치 #콩 #윤석열'이란 해시태그를 함께 올렸습니다. 달걀의 달은 영어 '달(Moon)'로써 문재인 대통령, 파는 지지자를 비하하는 의미이므로 '달파는 문재인 대통령 지지자들을 비하하는 표현'이란 해석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멸치와 콩은 '멸공'으로 해석되며 정용진 부회장을 지지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지만, 윤 후보는 필요한 물건을 샀을 뿐이고 정치적 의도는 없다며 부인했습니다.

그러는 사이 나경원 전 의원과 김연주 상근부대변인, 김진태 전 의원, 최재형 전 감사원장 등 국민의힘 정치인들이 이마트에서 장 보는 사진 등을 잇따라 소셜미디어에 올려 '멸공'을 강조했습니다. 반공주의를 기치로 내건 독재정권 시절에나 주로 쓰이던 '멸공'이 논란의 중심에 서고 각종 해석이 이어지자 언론도 '(야권의) 멸공 챌린지'라 부르며 적지 않은 관심을 보였습니다.
 
‘정용진 부회장 소셜미디어’ 방송사 저녁종합뉴스(1/6~1/11)·신문 지면(1/7~1/12) 보도량 *방송단신 0.5건 처리
 ‘정용진 부회장 소셜미디어’ 방송사 저녁종합뉴스(1/6~1/11)·신문 지면(1/7~1/12) 보도량 *방송단신 0.5건 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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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의 경우 한겨레가 12건으로 가장 많은 보도량을 보였습니다. 다음으로 조선일보 9건, 경향신문 8건, 중앙일보 7건, 동아일보‧한국일보가 각각 6건으로 뒤를 이었습니다. 방송은 JTBC가 5.5건으로 가장 많은 보도량을 보였습니다. 이어 MBC 5건, SBS 4건, TV조선 3.5건, 채널A‧MBN이 각각 3건순으로 보도했고, KBS가 1건으로 가장 적었습니다.

특정 사안을 보도하면서 보도량보다 더 중요한 것은 보도해야 할 내용을 제대로 짚어주고 있는지 여부일 텐데요. 정 부회장 소셜미디어에서 시작돼 정치권으로 번진 멸공 논란은 정 부회장이나 정치권 입장을 단순전달하거나 여야 정치공방을 전하는 형태가 대부분이었습니다.

'정용진 오너리스크' 전하지 않은 종편3사·조중·매경
 
‘정용진 부회장 오너리스크’ 방송사 저녁종합뉴스(1/6~1/11)·신문 지면(1/7~1/12) 보도여부
 ‘정용진 부회장 오너리스크’ 방송사 저녁종합뉴스(1/6~1/11)·신문 지면(1/7~1/12) 보도여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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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공 논란이 이어지면서 1월 10일 신세계 주가는 6.8% 하락하며 장을 마감했습니다. 정 부회장은 "의도와 달리 논란이 있어 멸공이라는 표현을 쓰지 않겠다"는 입장을 냈습니다. KBS <신세계 주가 급락…"멸공 언급 그만할 것">(1월 10일 박대기 기자)에서 신세계백화점 관계자는 "(주가하락은) K뷰티와 면세사업 등 중국 시장 전망이 불투명해지면서 관련 업체들과 약세를 보인 것으로 분석"한다고 설명했습니다. 보도 당일 신세계 관계자 설명대로 LG생활건강 주가가 13% 이상 하락했고, 면세점을 운영 중인 호텔신라 주가도 3% 이상 하락한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JTBC 보도는 신세계 측 입장과 달랐는데요. <주가 급락에 불매 움직임…"멸공 발언 안 할 것">(1월 10일 이새누리 기자)에서 JTBC는 "신세계의 모체는 백화점 사업"이므로 "화장품 회사와 비교할 순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보도 당일 "경쟁사인 롯데쇼핑, 현대백화점 주가는 1%대 하락"에 그쳤다며 "멸공 논란이 '오너리스크'로 작용해 주가에 영향을 미친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고 전했습니다. 반면, 신문 중 조선일보‧중앙일보‧매일경제, 방송 중 TV조선‧채널A‧MBN은 정용진 부회장발 오너리스크 문제를 지적하지 않았습니다.

철 지난 정치권 색깔론‧이념논쟁 비판
 
‘색깔론 비판’ 방송사 저녁종합뉴스(1/6~1/11)·신문 지면(1/7~1/12) 보도여부
 ‘색깔론 비판’ 방송사 저녁종합뉴스(1/6~1/11)·신문 지면(1/7~1/12) 보도여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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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공 논란이 더욱 문제가 된 건, 논란이 정 부회장 소셜미디어에서 머무르지 않고 국민의힘 정치인 소셜미디어로 확산됐기 때문입니다. 대선을 두 달도 남겨놓지 않은 시점에서 국민의힘 정치인들이 소셜미디어에 '멸공'을 연상케 하는 게시물을 올리거나 멸공을 직접 언급하면서 소모적인 색깔론과 이념논쟁으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습니다. 더군다나 '멸공'은 반공주의를 기치로 내건 독재정권 시절, 인권 침해나 민주화 인사 탄압을 정당화할 때 주로 언급됐기 때문에 결코 가볍고 쉽게 거론될 수 없는 표현입니다.

그러나 신문 중 경향신문과 한겨레, 방송 중 MBC‧SBS‧JTBC‧TV조선‧채널A만 색깔론 비판 목소리를 전했습니다. 경향신문은 <여적/멸공 챌린지>(1월 10일 차준철 논설위원)에서 "철 지난 '멸공'을 띄우고 그것을 또 정치인들이 챌린지로 퍼뜨리다니, 재미는커녕 씁쓸하다"며 "색깔론을 부추겨 표를 얻으려는 심산이라면 시대착오적"이라고 비판했습니다. 한겨레는 <사설/'여가부 폐지'에 '멸공 챌린지', 윤석열 퇴행 어디까진가>(1월 10일)에서 "(윤석열 후보가) 전통 지지층인 강성보수의 재결집이 절실한 상황이라고 하지만, 북한과 주변국에 대한 증오를 불어넣고 집권세력에 색깔론을 덧씌우는 시대착오적 캠페인으로 무엇을 얻겠다는 것인지 의문"이라고 지적했습니다. SBS는 <정치권에 튄 '멸공' "증오 키우는 무리수">(1월 10일 김형래 기자)에서 "멸공 논란 자체가 우리 사회의 증오를 키우는 무리수라는 지적", "(정치권에서) 논란을 주고받는 자체로 정치권 전체에 혐오를 키운다는 비판"이 나온다고 전했습니다.

색깔론 비판 않고 정용진‧윤석열 응원한 조선‧동아

조선일보와 동아일보는 색깔론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전하지 않는 것으로도 모자라 정 부회장 소셜미디어 활동을 응원하기도 했습니다. 조선일보는 <만물상/정용진의 멸공>(1월 10일 김광일 논설위원)에서 윤석열 후보와 정용진 부회장 소셜미디어 활동을 우호적으로 언급하며 "(멸공은) 사변(한국전쟁)을 겪은 뒤 냉전의 한복판을 살아가던 우리 국민에겐 절박한 사회적 다짐 같은 구호"였다고 치켜세웠습니다. 한국 현대사에서 '멸공'이 갖는 어두운 의미는 외면한 채 말입니다. 심지어 "야권 관계자들이 릴레이하듯 멸치‧콩 사진을 올리며 윤(석열) 후보와 정 부회장을 응원하고 있다"며 "(문재인) 정권이 5년 내내 북한 김정은에게 저자세로 끌려 다닌 데 대한 국민적 반감이 만만치 않다는 뜻"이라는 해석까지 덧붙였습니다.

조선일보와 함께 조선미디어그룹에 속한 TV조선은 <앵커의 시선/가벼운, 한없이 가벼운>(1월 10일 신동욱 앵커)에서 "(문재인) 정부가 지난 5년 북한에게 저자세로 일관한 데 대해 국민의 거부감이 적지 않다"며 조선일보와 동일한 주장을 펼쳤는데요. 하지만 "한 재벌 총수가 공산주의를 타도하자는 옛 구호 '멸공'을 올리고, 조국 전 장관이 '거의 윤석열 수준'이라고 비판하자, 반격하듯 나선 것"은 "그저 웃어넘기기엔 뒷맛이 씁쓸"하다며 조선일보와는 다른 평가를 내놓았습니다.
 
색깔론 강조하며 정용진 부회장 응원한 동아일보(1/12)
 색깔론 강조하며 정용진 부회장 응원한 동아일보(1/12)
ⓒ 민주언론시민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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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는 조선일보보다 한 걸음 더 나갔습니다. 동아일보 <송평인 칼럼/정용진 '좋아요'>(1월 12일 송평인 논설위원)는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 대놓고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은 용기 있는 기업인"이라며 응원하고 있는 칼럼입니다. 송 논설위원은 "이승만이 공산화를 막은 것은 그의 모든 과(過)를 상쇄할 공(攻)"이라며 이승만 전 대통령을 한껏 치켜세우고, 독립군 토벌 등 친일이력으로 비판받는 고 백선엽 예비역 육군대장을 칭송했습니다. 심지어 "색깔론이 철 지난 게 아니라 푸틴의 우크라이나 위협, 시진핑의 동아시아 위협을 보면서 공산주의 경각심을 잃은 게 철없다"고 주장했습니다. "(정치인들이) 멸치나 콩을 사서 은근히 지지를 보내는 것으론 부족"하다며 "정 부회장처럼 기죽지 않고 '노빠꾸(no back)'하면서 선명하게 말하는 것이 필요한 때"라고 강조했습니다. 색깔론을 비판하기는커녕 시대착오적 색깔론을 응원하고 부추긴 것입니다.

근거 부실한 의혹 제기한 MBN‧조선일보
 
근거 부실한 의혹 제기한 MBN(1/7)
 근거 부실한 의혹 제기한 MBN(1/7)
ⓒ 민주언론시민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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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공 논란을 전하며 근거가 부실한 의혹을 제기한 경우도 있습니다. MBN은 <픽뉴스/멸공 또 멸공>(1월 7일 박은채 기자)에서 "(정 부회장) 게시물 두 개가 모두 삭제된 데다 정부가 인터넷 게시물에 대해 삭제 요청을 많이 하는 편이다 보니 석연치 않은 점이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실제로 지난 2020년 우리 정부가 구글에 삭제를 요청한 콘텐츠만 5만 건 이상으로, 미국이나 독일, 일본에 비해 압도적"이었는데 "이마저도 35%는 구글에서 받아들이지 않아 정부가 남발했다는 비판"이 나온다고 덧붙였습니다. "오늘(7일) 검찰이 (정 부회장) 통신기록을 조회했다는 사실을 추가로 밝혀 의구심"이 더해지는 상황이라고도 했습니다. 김주하 앵커는 "반공이든 뭐든 개인의 생각인데 그거를 검열에 가까운 저런 일을 했다는 게 이해가 안 되기도" 한다고 말했는데요. 정 부회장 게시물이 인스타그램에서 삭제됐다 복구된 것을 '검열'로 보는 뉘앙스의 발언이었습니다.

그러나 MBN 보도와 달리 인스타그램은 구글 자회사가 아닙니다.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은 최근 페이스북에서 이름을 바꾼 '메타플랫폼' 소속 소셜미디어입니다. 인스타그램 게시물 삭제 문제를 언급하며 '우리 정부가 구글에 삭제를 요청한 콘텐츠'를 언급하는 건 앞뒤가 맞질 않습니다. 검찰의 정 부회장 통신기록 조회가 인스타그램 게시물 삭제와 관련돼 있다는 의혹을 제기하려면 정확한 근거 제시가 필요한데요. MBN은 근거를 제시하지 않고 '정부의 게시물 삭제 요청'이나 '검찰의 정 부회장 통신기록 조회'가 이번 인스타그램 게시물 삭제 및 복구와 연관된 것 아니냐고 의혹을 제기한 겁니다.

참고로 MBN과 같은 매경미디어그룹에 속한 매일경제는 <한국 정부 요청으로 구글 콘텐츠 5만4000개 지웠다>(2021년 5월 9일 홍성용 기자)에서 "(정부가 구글에 삭제를 요청한 콘텐츠는) 개인정보 보호‧보안을 위한 삭제 요청이 43.5%"로 가장 많았는데, "유독 한국에서만 콘텐츠 삭제 요청이 도드라지는 데 대해 전문가들은 한국이 다른 나라에 비해 행정기관을 통한 사적구제 관련 제도가 발달해 있기 때문으로 진단했다"고 전했습니다.

조선일보는 <"멸치‧콩 샀다"…정용진발 '멸공' 논란, 정치권으로 확산>(1월 10일 김형원‧김승재 기자)에서 "민주당 이재명 후보가 12일 경총(한국경영자총협회)에서 주요 대기업 10곳의 CEO(최고경영자)와 간담회를 진행하면서 참석 대상 기업에 신세계그룹이 포함되지 않은 것"은 "'멸공 논란'의 여파"라고 해석했습니다. 근거는 "이 후보와의 간담회 대상 기업에서 신세계가 제외된 경위가 석연치 않다"는 익명의 정치권 발언이었는데요. 그러나 경총 관계자는 조선일보와 통화에서 "(신세계가 제외된 것은) 경총의 24개 회장단사가 우선 참석 대상이기 때문에 제외됐을 뿐 다른 이유는 없다"고 답했습니다. 실제로 한국경영자총협회 조직도를 살펴보면 신세계는 회장단사에 포함돼 있지 않습니다. 조선일보는 경총 관계자와 통화 내용과 경총 조직도만 살펴봐도 알 수 있는 사실을 뒤로 하고 "이재명, 대기업 10곳 CEO 부르며 재계 순위 10위인 신세계는 제외"했다고 의혹을 제기한 겁니다.

* 모니터 대상 : 2022년 1월 6일~1월 11일 KBS <뉴스9>, MBC <뉴스데스크>, SBS <8뉴스>, JTBC <뉴스룸>, TV조선 <뉴스9>(평일)‧<뉴스7>(주말), 채널A <뉴스A>, MBN <종합뉴스> / 2022년 1월 7일~1월 12일 경향신문, 동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겨레, 한국일보, 매일경제, 한국경제 지면보도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민주언론시민연합 홈페이지(www.ccdm.or.kr), 미디어오늘, 슬로우뉴스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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