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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1월 3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카카오페이의 코스피 신규상장 기념식에 참석한 관계자들이 매매 개시를 축하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3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카카오페이의 코스피 신규상장 기념식에 참석한 관계자들이 매매 개시를 축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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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의 내부자가 자사 주식을 매수한다면 이보다 확실한 성공 가능성은 없다." 

'월가의 영웅'으로 불리는 피터 린치의 말이다. 회사의 현 상황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내부자들이 직접 자사주 매수에 나선다면 앞으로 회사 사정이 더 나아질 가능성이 크단 이야기다. 매도라면 그 반대다. 

핵심 경영진이 스톡옵션 행사로 취득한 주식을 일시에 매도해 900억원 가까운 차익을 거둬 도덕적 해이 논란을 일으켰던 '카카오페이 먹튀 사건'의 파장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핵심 당사자인 류영준 카카오페이 대표가 카카오 최고경영자(CEO)로 내정됐다가 비난 여론이 커지자 사퇴하긴 했지만 소액주주들의 공분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1000만 개미 표심을 의식한 여야 대선후보들까지 카카오페이 경영진의 '탐욕'을 비판하면서 재발방지 대책을 공약하는 등 대선 쟁점으로도 떠올랐다.    

카카오페이 먹튀 사건의 전말  

카카오페이는 지난달 10일, 경영진들이 주식매수선택권(스톡옵션)으로 취득한 주식 44만여주를 처분했다고 공시했다. 류영준 대표는 23만주를 주당 20만4017원에 매도해 469억원을 챙겼다. 차기 카카오페이 대표로 내정됐던 신원근 기업전략총괄 부사장도 3만주를 매각해 61억원의 차익을 실현했다. 이들을 포함한 카카오페이 임원 8명이 매각한 주식 수는 44만993주로 총 878억원의 차익을 챙겼다. 

보통 경영진이 주식을 대규모로 매도하는 것은 회사의 미래가 불확실하다는 신호로 받아들여진다. 게다가 이들의 매도는 카카오페이가 지난해 11월 3일 상장한 지 불과 한 달여 만에 전격적으로 이뤄졌다는 점에서 큰 충격을 줬다. 

또 매도 시점이 카카오페이가 처음으로 코스피200에 입성한 날이었다는 것도 개인 투자자들의 화를 키웠다. 경영진들이 시세 차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호재가 있는 날을 골라 주식을 팔아치운 것처럼 비쳐졌기 때문이다. 지난해 11월 카카오페이의 코스피200 특례편입이 확정되자, 하루 만에 주가가 18% 오르는 등 투자자들의 기대감은 컸다.
 
지닌해 11월 3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카카오페이의 코스피 신규상장 기념식에서 류영준 카카오페이 대표이사가 북을 치는 모습.
 지닌해 11월 3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카카오페이의 코스피 신규상장 기념식에서 류영준 카카오페이 대표이사가 북을 치는 모습.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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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편입 개시일인 10일 카카오페이의 주가는 경영진들의 대량 매도가 겹치면서 6% 가까이 곤두박질쳤고, 한 달 새 20% 넘게 빠졌다. 각종 주식 게시판에는 "개미들만 호구가 됐다", "이 정도면 경영진들 모두 주가 조작단 아니냐", "카카오가 기존 재벌도 하지 않던 짓을 하고 있다"는 등의 성토가 이어졌다.

개미 투자자들뿐 아니라 카카오페이 공모주를 받으면서 일정 기간 주식을 팔지 않기로 약속(의무보유확약)한 기관 투자자들과 보호예수기간(1년)이 지나야 주식을 팔 수 있는 우리 사주를 받은 다른 카카오페이 직원들도 뒤통수를 맞은 셈이 됐다.

결국 류영준 대표와 신원근 차기 대표는 지난 4일 사내 간담회를 열고 고개를 숙였다. 신 차기 대표는 취임 후 2년의 임기 동안 보유한 주식을 매각하지 않겠다고 수습에 나섰다. 하지만 내부 직원들의 반발이 이어지면서 결국 류 대표는 카카오 공동대표 내정자 자리에서 스스로 물러났다. 

이와 함께 카카오는 지난 13일 전 계열사 임원들을 대상으로 한 주식 매도규정을 마련하고, 최고경영자(CEO)의 경우 상장 후 2년간, 임원들 역시 상장 후 1년간 주식을 팔 수 없도록 했다.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경영진들이 자사주를 대량 매각하는 사례들은 결국 그 기업의 주가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쳐왔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주식은 무형의 재산권인데 상장 회사가 상장으로 불특정 다수에게 자금 지원을 받았다면 그만큼의 책임을 다해야 한다"며 "불법은 아니지만 주주들에 대한 배려의 문제"라고 꼬집었다. 

경제개혁연대도 12일 이번 사태와 관련해 해당 임원들의 남은 스톡옵션을 취소하는 등 카카오페이 이사회 차원의 제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경제개혁연대는 "상장 직후 다수의 임원이 대량의 주식을 일괄 매도한 것은 도덕적 해이 문제뿐 아니라 회사의 지배 구조상 취약점을 드러낸 것"이라며 "회사에 대한 주주와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이사회가 필요한 조처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분노한 개미 표심 달래려는 대선후보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와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지난 3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본관 앞에서 열린 '2022 증시대동제'에서 대화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와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지난 3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본관 앞에서 열린 "2022 증시대동제"에서 대화하고 있다.
ⓒ 국회사진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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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 투자자들의 분노가 커지자 대선을 앞둔 여야 정치권도 이번 사태에 각별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여야 대선후보들은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 측은 카카오페이 경영진들의 대량 매각 사태가 '시장질서 교란행위'에 해당한다고 보고 금감원에 조사를 촉구하겠다는 입장이다. 시장질서 교란행위란, 시세에 부당한 영향을 주거나 줄 우려가 있는 거래 행위로서 회사의 미공개 중요 정보를 매매에 활용하거나 시세 조종의 목적이 없어도 처벌 대상이 된다.

이 후보의 선거대책위 관계자는 "경영진들이 동시다발적으로 스톡옵션을 행사해 현금을 챙긴 사건은 매우 드문 경우"라며 "시장질서 교란행위 혐의가 있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 후보가) 곧 금감원 조사를 촉구하는 메시지를 낼 계획"이라고 밝혔다.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는 지난달 27일 다섯 가지 자본시장 선진화 공약을 발표하면서 그중 하나로 '내부자 대량매도 제한'을 언급했다. 윤 후보는 "단기간에 급등한 주식을 경영진들이 대량으로 일시에 매도해 주가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경우가 있다"면서 "이를 방지하기 위해 무제한으로 허용된 장내 매도의 기간과 한도를 제한하겠다"고 밝혔다. 

선진 자본시장의 생태계를 갖춘 미국에서도 회사 핵심 관계자들이 자사주 매각을 계획하고 있을 경우 사전에 가격이나 금액, 매각 일자 등을 명시하도록 정해두고 있다. 

한국거래소도 예비 상장 기업 경영진들의 스톡옵션 보유 현황을 조사하는 등 대응에 나섰다. 또 신규 상장 기업의 경영진이 일정 기간 동안 스톡옵션을 행사하지 못하게 하는 방안 등 대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카카오페이 경영진의 먹튀 사건 또한 카카오가 카카오페이를 물적분할해 상장시키는 과정에서 발생한 만큼, 물적분할 제도를 하루 빨리 손 봐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실제로 류 대표는 카카오페이를 성공적으로 시장에 안착시켰다는 평가를 받으면서 카카오의 차기 대표로 추대됐다. 카카오 대표로 취임할 경우 생길 수 있는 이해상충을 피하기 위해서는 카카오페이 스톡옵션을 처분해야 하는 상황이기도 했다.

이용우 민주당 의원실 관계자는 "카카오페이를 물적분할해 상장시키는 일이 없었다면 경영진의 주식 처분에 따른 주가 폭락 사태도 없었을 것"이라면서 "(류 대표가) 카카오페이의 스톡옵션을 반납하고 다른 종류의 보상을 받았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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