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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이 찬 사람들에게 겨울은 정말 참기 힘든 계절이다. 옷을 여러 겹 입어도 체온은 내가 원하는 만큼 올라가지 않는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따뜻한 음식을 즐기며 먹을 수 있어서 오히려 속이 편할 때가 겨울이기도 하다. 그래서 필자에게 겨울 야외활동은 다짐하고 계획해야 즐길 수 있는 일탈 중 하나다.

아파트에 사는 아이들의 고충 중 하나가 자유롭게 걸을 수도 없다는 것이다. 아이들은 걷는 것인데, 어른이 보기에 열심히 뛰는 것으로 보이니 말이다. 아이들과 실내 놀이터에 가기도 어려운 요즈음, 겨울방학 동안 무엇을 하고 놀지 벌써 걱정이다.
 
논에 언 얼음을 밟으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 필자 자녀들
 논에 언 얼음을 밟으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 필자 자녀들
ⓒ 용인시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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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이면 근처 논이 사라지게 돼 한 번이라도 더 놀 생각으로 주말에 아이들과 함께 논에 갔다. 가까우니 여차하면 얼른 집으로 올 생각이었다. 컵라면과 삼각김밥, 핫초코도 준비했다.

물이 다 빠진 논이지만 군데군데 물이 얼어있었다. 춥지 않다고 느꼈는데 얼음은 꽤 두꺼웠다. 어른이 올라가 뛰어도 절대 깨지지 않았다. 중간에 빠삭빠삭 깨지는 얇은 얼음을 밟을 때마다 아이들은 너무 좋아 소리를 질렀다. 개미를 괴롭히면서 노는 것이나, 얼음을 밟아서 깨며 노는 것이 아이들에겐 너무도 재미있는 놀이였다.

하얀 눈밭을 처음으로 밟으며 노는 것도 비가 오는 날에 팬티까지 젖으면서 노는 것도 어른들이 느껴봤던 즐거움이기에 아이들에게 하지 말라고 감히 말 못했다. 얼음덩어리로 축구 하듯이 패스하며 노는 아이들과 아빠를 보며 함께 즐기지 못하고 넘어질까 마음이 조마조마했다.

일주일 전에 3학년인 큰아들 반에서 없어질 논에 살고 있는 논우렁이를 살리기 위한 '논우렁이 구출작전'이 있었다. 이미 겨울잠을 자기 위해 땅속으로 들어간 논우렁이를 찾아서 교실에 있는 어항에 데리고 갔단다. 물론 논우렁이를 구출한 사람은 선생님과 소수의 아이들이었고, 대부분의 아이들은 신나게 놀았을 것이다.

아이들은 이 논에서 3월에는 올챙이를 잡고, 그 후엔 개구리를 잡고, 모내기한 것을 보고, 그 벼가 익어가는 것을 보고, 잠자리도 잡고, 수시로 산책을 했다. 도시에 사는 아이들에게 습지 생태계를 보여주었던 너무도 소중한 논이었다.

한참을 놀고 논길을 내려오는데 까마귀와 까치가 논을 함께 차지하고 있었다. 까치는 수십 마리, 까마귀는 기껏해야 대 여섯 마리였다. 서식지나 먹이를 두고 대치하는 것인지, 그냥 함께 있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아이들은 '누가 이길까?' 편을 나누고 있었다. 아이들이 크게 소리를 질러도 아랑곳하지 않고 서로 눈치를 살피는 듯했다.
 
부모님을 따라 눈 내린 산을 다녔던 필자의 어린시절 모습
 부모님을 따라 눈 내린 산을 다녔던 필자의 어린시절 모습
ⓒ 용인시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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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얗고 큰 대백로가 여유롭게 날아갔다. 여름 철새인 다른 백로들과 달리 겨울 철새인 대백로를 보고 멋지다고 말하는 아이들이 대견했다. 귀와 볼이 빨개진 아이들과 함께 차 뒷좌석을 앞으로 넘기고 트렁크를 넓혔다. 변신한 자동차 트렁크에 아이들은 한껏 신이 났다. 시동을 켜고 따뜻한 차 안에서 컵라면에 물을 붓고, 삼각김밥을 먹고 있으니 멀리 캠핑을 간 느낌이었다. 따끈따끈한 음식을 먹으니 손발이 녹으면서 그저 행복해졌다. 잠시 놀다 갈 것으로 생각했던 산책이 몇 시간을 훌쩍 넘겼다.

아이가 없을 때는 겨울에도 산행을 많이 했다. 낮은 산도, 높은 산도 함께 할 동무가 있으니 좋았다. 산꼭대기에 오르면 꼭 막걸리나 컵라면, 만들어간 주먹밥을 먹었다. 어릴 적 사진 중에 산행 중 옹기종기 앉아 어머니가 먹여주는 주먹밥을 참새 새끼가 애벌레 받아먹듯 먹고 있는 4남매의 모습이 있다.

산을 좋아하셨던 아버지를 따라 눈 내린 산을 다니기도 했다. 그때의 기억을 조금이나마 따라 하고 있는 필자를 본다. 우리 아이들도 자연에서 마음껏 놀고 지금의 느낌, 냄새 그리고 맛을 기억하면서 살아가길 바란다. 우리나라의 풍부한 사계절 자연을 마음껏 누리길 바란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용인시민신문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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