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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여러분의 삶에 가장 필요한 '정책'은 무엇인지 생각해본 적 있나요? 앞으로 5년간 우리 삶을 좌우할 20대 대선이 코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오마이뉴스>는 국민이 어떤 공약을 원하는지, 지금 각 분야엔 어떤 정책이 필요한지 대신 전달하려고 합니다. 시민들의 다양한 목소리도 환영합니다. '2022 대선 정책오픈마켓', 지금부터 영업을 시작하겠습니다. [편집자말]
서울역에서 시민들이 열차를 기다리고 있다. 자료사진
 서울역에서 시민들이 열차를 기다리고 있다. 자료사진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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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야흐로 대선의 시기이다. 하루가 멀다 하고 출마 후보들의 약속이 쏟아지고 있다. 보따리를 푸는 후보들은 모두가 국민을 위한 것이라며 인심 좋은 표정으로 웃는다. 그러나 조금만 주의 깊게 살펴보면 국민 모두가 만족하는 공약이란 없다. "노동유연성"같은 것이 대표적이다. 이를 더 확대하고 싶은 사람들이 있고 더 이상 안된다는 사람들도 있다.

각자 서 있는 세상에서 바라보면 넘치는 것은 당연하고 부족한 것은 한없이 작아 보인다. 노동유연성 같은 말이 무슨 대단한 사회과학 용어처럼 보이지만 언제든 사용자 맘대로 노동자를 자를 수 있게 한다는 살벌한 말을 순화한 것에 불과하다. 무릇 유권자라면 지역, 혈연, 학연이라는 썩은 넝쿨을 치워버리고 내 삶이 발을 딛고 있는 현실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는 후보를 선택해야 한다.

호환, 마마, 전쟁, 불법 비디오 테이프 같은 것들이 아이들 정서에 영향을 끼치던 시절 교통 공약은 도로나 철도를 놓거나 지역구 역에 새마을호나 무궁화호를 정차시키겠다는 정도였다. 철도로 한정해보면 역대 가장 큰 교통공약은 1987년 대선 때 노태우 후보의 경부고속철도건설 공약이었다. 4조 5천억 원의 공사비를 들여 91년 착공, 98년 완공이라는 청사진이 발표됐다.

하지만 노선 결정 과정부터 졸속과 부실이 이어져 건설비는 4배 이상 초과한 18조 원이 넘게 들어갔다. 완공 시기도 6년이나 늦추어졌고 그나마도 서울에서 대전까지의 1단계 구간이었다. 프랑스로부터 고속열차 차량을 도입하는 과정에서 오갔던 거대한 비자금은 권위주의 정권에선 양념 같은 것이었다.

고속철도 개통 이후 한국철도는 두 가지 새로운 전기를 맞이했다. 하나는 산업화 시기 줄곧 사양길을 걸어왔던 철도가 국가기간교통망으로서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준 것이었다. 다른 하나는 당시 세계를 풍미하던 신자유주의가 철도에 이식된 것이다. 철도정책을 수립하는 고위 관료들은 한국이 따라야 하는 모범 사례를 유럽과 일본의 철도에서 가져왔다.

관료들 입장에서 선진국 방식은 큰 고민 없이 채택할 수 있는 안전한 길이었을 것이다. 한국철도가 당면한 현실과 과제는 1990년대 자유화 물결 아래 진행된 유럽의 철도 구조개편이라는 프리즘으로 굴절됐다. 대처리즘과 레이거노믹스의 강력한 드라이브가 걸린 1990년대는 그런 시절이었다. 시장만능주의가 유일한 대안으로 간주되었다.

결국 한국철도의 문제는 독점으로 프레임화 되었고 이를 타개할 경쟁체제가 대안으로 제기된다. 또 무사안일한 국가나 공적 소유보다는 효율성 있는 민영 철도가 필요하다는 논리가 자리 잡았다. 결국 민간경쟁체제, 다수의 민영 철도가 경쟁을 통해 이윤을 창출하는 것이 이상적인 철도가 된다.

이 같은 기본 철학은 현재의 국토교통부도 견지하고 있다. 그렇지 않고서야 문재인 정권 5년간 시도된 철도 개혁을 시종일관 외면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고속철도 개통을 통한 철도 부흥이 투철한 신자유주의 신념에 사로잡힌 관료들을 만나 국가교통체계의 조화와 발전으로 이어지지 못했다. 새 정부는 이런 현실을 타개해야 한다.

철도 개혁 첫걸음은 코레일과 SR 통합

한국철도의 기초에 균열이 생긴 가까운 사례는 수서고속철도(SR)의 출범이다. 국토부 관료들과 일부 학자들은 SR 출범이 국민편익을 위한 일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현실은 이용자들이 어쩔 수 없이 감수해야 하는 불편들이다. 당장 이용자들은 승차권 구매나 예약 과정에서부터 코레일과 SR의 두 개 앱을 사용해야 하는 불편을 호소한다. 그깟 앱 하나 정도 더 깔면 되지 않느냐고 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실제 열차 이용자 입장에서는 굳이 필요 없는 일을 하고 있다.

더 황당한 문제도 있다. 경부와 호남 고속선만 운행하는 SR은 그 자체로 고속열차의 대국민 혜택을 제한하고 있다. 고속선이 깔려있지 않은 전라선, 경전선, 동해선 연선의 주민들은 수서행 고속열차를 탈 수 없다. 이들 지역에서 수서로 가려면 중간에 환승을 해야 하며 환승에 따른 할인 혜택도 받을 수 없다. 네트워크 산업이 인위적으로 분리됐을 때 나타나는 폐해다. 지난해 국토부는 전라선에 SRT를 투입하겠다고 나섰다. 수리 중인 산천 1편성을 고치는 대로 전라선에 운행하겠다는 것이었다.

국토부는 전라선 이용 주민을 위한 편익 제공 차원이라고 했다. 시민사회단체와 철도노조는 진정 국민편익을 위한다면 열차 운용에도 여유가 있는 KTX도 투입해 전라선뿐만 아니라 동해선, 경전선까지도 수서행 열차를 운행하자고 제안했다. 국토부는 20만 청와대 국민청원까지 이뤄진 이 제안을 단칼에 거절했다. 국토부는 SR의 영업노선 확대를 통한 알박기로 고속철도 통합 논의에 쐐기를 박으려 했다는 의심을 피할 수 없었다.

국토부가 생각하는 국민편익의 정의가 궁금하다. SR 사장 중에는 국토부 퇴직 후 16일 만에 부임한 사람도 있다. SR은 관료편익의 대표적 사례에 더 가깝다. 페인트 색만 다른 열차가 경쟁이란 허울 아래 한국철도를 좀먹고 있다. 네트워크 산업의 통합 구조가 갖는 건실함을 더 늦기 전에 확보해야 한다.
 
지난 2021년 10월 5일 서울역 앞에서 철도노조 주최로 열린 수서행 KTX 즉각 운행 촉구 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철도노조는 수서에서 전라선, 경전선, 동해선을 잇는 KTX 노선을 구축해달라는 청와대 국민청원은 20만명 이상 동의를 받았으며, 총파업 등 방법을 동원해 국토부의 철도 쪼개기를 중단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2021년 10월 5일 서울역 앞에서 철도노조 주최로 열린 수서행 KTX 즉각 운행 촉구 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철도노조는 수서에서 전라선, 경전선, 동해선을 잇는 KTX 노선을 구축해달라는 청와대 국민청원은 20만명 이상 동의를 받았으며, 총파업 등 방법을 동원해 국토부의 철도 쪼개기를 중단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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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도는 가장 오래된 교통수단이었지만 이제는 미래를 위한 교통수단으로 자리 잡고 있다. 철도가 대안 교통으로 떠오른 것은 단지 속도 혁명을 달성해서가 아니다. 임박한 위협이 되어버린 기후 위기는 인류가 현재 삶의 방식에서 벗어날 것을 요구하고 있다.

프랑스와 네덜란드를 비롯한 유럽 국가들은 고속철도로 3시간 이내 접근 가능 도시들에 대해 항공 운항 중단 조치를 내렸다. 이동할 수밖에 없는 인간인 이상 탄소배출을 최소화하는 교통체계를 구축하는 일을 대선 공약으로 내놓아야 한다. 철도수송분담률을 높이고 각 교통수단 간의 조화와 협력을 통해 교통과 에너지 분야 탄소배출을 줄이는 과감한 청사진이 제시되어야 한다.

그러나 현실은 용광로가 되어버린 부동산 욕망에 교통이 결합되어 철도 건설 공약이 남발되고 있다. 정교한 분석과 미래 전망 없이 바다에 투망질 하듯 던져지는 다수의 수도권 GTX 추가 건설 공약은 위험하다. 서울 및 수도권 집중을 가속화하고 결과적으로 서울과 지방을 계급화시키는 동력으로 작용한다. 또 건설비 부담을 포함한 집값 상승 문제는 미래 세대에게 전이된다.

교통망 구성의 원칙은 ①공공성에 입각한 사회적 가치 개념 부여(국가가 시민에게 제공하는 기본권으로서의 이동권) ②사회적 약자 이동권 보장 ③지역 균형 발전 ④개발이익 공영화 ⑤망의 유기적 호환성을 바탕으로 한 철도 중심 교통체계 구성 ⑥철도 접근성 및 환승 체계 강화 등일 것이다. 이 같은 원칙에서 볼 때 무작위적인 철도 신설 공약은 임기 중 실현이 불가능한 선심성 약속에 그치기 쉽다. 만약 실행된다 해도 그 무계획성에 의해 폐해를 가중시키는 일이 된다.

토건 욕망에 편승한 철도 지하화 재고해야

선거철만 되면 등장하는 "철도 지하화"도 다시 생각해야 한다. 선거 때마다 여야를 막론하고 많은 후보자들이 경인선이나 서울과 부산 등 일부 도심 통과 노선 지하화를 공약으로 내걸고 있다. 후보들은 지하화를 해야 하는 여러 이유를 들고 있지만, 들추어 보면 안에는 부동산 개발업자들과 토건족들의 욕망이 꿈틀대고 있다.

부족한 재원은 민자로 조달하겠다는 계획까지 판박이처럼 붙는데 민자사업자가 철도 지하화를 자선사업으로 여길 리 없다. 철도 지하화를 통한 개발이익은 서민들의 몫이 아니다. 오히려 삶의 터전을 잃을 수도 있다.

무엇보다 경인선이나 경부선 일부 구간 지하화에 들어가는 막대한 비용이라면 교통 소외 지역이나 전국 광역 망이 아직 담지 못하는 지역에 철도를 공급하는 것이 타당하다. 경인선을 묻고 그 위로 아파트가 서울에서 인천까지 뻗어나가 있는 풍경이 아름다운 미래일까? 철도가 도심을 갈라 지역발전을 가로막는다는 말이 정설이라면 세계의 도시들은 진즉에 철도를 땅속으로 꾸겨 넣었을 것이다.

달리는 열차에서 손을 뻗으면 선로 변으로 늘어선 건물에 널린 빨래를 걷어 올릴 수 있을 것 같은 도쿄나 오사카는 물론이고 베를린, 파리, 암스테르담, 비엔나 등 세계 수많은 도시에서 도심을 달리는 기차는 지역의 명물이 되어 있다. 시내를 달리는 열차의 그림과 사진이 달력과 엽서로 관광지 판매대를 장식한다. 일확천금 부동산 개발자의 눈을 벗어나면 기차가 달리는 풍경과 도시 재생은 서로 어긋나 있지 않다.

대선 후보들은 한 번 쓰고 버릴 공약이 아니라 대한민국의 미래를 걱정하는 약속을 내주길 바란다. 인류가 조금이라도 더 버티려면 조금 덜 욕망하고 조금 더 공유하며 공동체를 가꾸어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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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직 기관사이자 사회공공연구원 철도정책 객원 연구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철도를 매개로 한 인문학의 바다를 유영하며 모빌리티와 인간의 관계, 이동하는 삶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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