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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20년 6월에 그림책, &이라는 책방에서 그림일기를 시작했다. 예전에 일기는 써보았지만 그림일기라는 것은 처음 시도해보는 일이었다. 그곳에서 처음 만나는 사람도 있고 아는 사람도 있었다. 처음 시작한 인원수는 일곱 명이었다. 서로 다른 세상에서 살다가 그림일기라는 주제를 가지고 모인 사람들, 모두 순수함이 있는 좋은 사람들이었다. 

모두가 딸 같은 나이의 젊은 사람들, 내가 두 번째로 만난 글 친구들이다. 그러나 같은 생각과 목적을 가진 사람들과는 금방 동화되기 마련이다. 살아가는 일, 자기 안에 있는 내면을 꺼내여 그림을 그리고 글을 썼다. 때때로 눈물범벅이 되는 시간과도 마주하면서 서로 응원도 하며 친숙함을 이어나갔다.
 
그림 책 서점
▲ 그림 책, & 서점 그림 책 서점
ⓒ 이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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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가을엔 은행잎이 유난히 고운 숭림사 답사도 하면서 우정을 쌓았다. 너무 가깝지도 너무나 먼 사이도 아닌 딱 좋은 거리에서 바라보는 그리운 사람들이다. 일주일에 한 번 금요일이 오면 그림을 그려서 숙제처럼 카톡방에 올린다. 누구라도 카톡방에 그림일기가 올라오면 야단이 난다. 한결같이 응원과 칭찬에 마음들이 붕 떠오른다. 

책방에서 듣는 작가님들 강의는 또 다른 즐거움이었다. 책방이 작고 많은 사람이 모일 수 없는 소박한 장소라서 강의를 들을 때도 더 친밀한 관계가 형성된다. <오마이뉴스> 최은경 편집기자가 강연할 때는 너무 반가웠다. 지난해 나는 오마이 뉴스에 보낸 글 대부분을 모아 독립 출판을 했다. 내 글 대부분의 제목을 편집해 주신 편집기자에게 책을 보여 주고 싶었다. 정말 마음으로 생각한 일이 이루어져 기뻤다.

그림책, &은 작은 서점이라서 사람들이 찾아가도 금세 친숙해지는 장소다. 그림책을 잘 몰랐던 나도 그림책이 주는 매력을 이곳을 드나들면서 알게 되었다. 그림책을 보면 마음의 평온을 얻을 수 있었다. 글이 아닌 그림만으로도 감동을 준다는 걸 알게 된 소중한 시간이었다. 그런데 이제 그림책, & 책방이 문을 닫는다고 한다.

사라지지 않는 코로나로 인해 우리도 그림일기를 한동안 쉬었다. 다른 사람들도 자연스럽게 책방 문을 열고 들어오는 사람이 없었다 한다. 코로나는 우리의 일상 여기저기 관여를 한다. 서점이라고 예외는 아니었다. 모든 일은 사람과 함께 이루어진다. 사람이 찾지 않는 곳은 결국 어렵다. 

지난주 우리는 오랜만에 그림책, &에 모였다. 한동안 쉬고 있었던 그림일기의 진로에 대한 대화를 했다. 모두가 하나 같이 계속 이어가자는 결론이 나왔다. 그동안 서로가 쌓아왔던 우정이 두터웠다. 조금 후에 책방지기 지연 샘이 김지연 작가님의 새로 나온 책 <아기 포로>라는 책을 선물을 해 준다.

선물을 받고 "왜, 무슨 일이에요?" 물어보니 다음 달이면 책방을 접는다는 말을 한다. 그 말을 듣고 깜짝 놀라서 물었다. "무슨 일이 있어요?" 하고 물으니 책방을 더 할 수 없는 이유를 말했다. 책은 생각보다 팔리지 않고 월세를 부담이 되어 더는 버틸 수가 없다는 것.

그 말을 듣고 먹먹해진다. 우리 주변에 있는 서점들이 자꾸 사라지고 있다. 이곳에 와서 온기와 따뜻한 마음을 나누었던 곳이다. 지난해만 해도 군산에서 꽤 큰 서점이 문을 닫았다. 이유는 책이 팔리지 않고 월세 부담 때문이다.

동네 서점은 단지 책만을 파는 곳이 아니다. 지역 주민의 쉼터이며 문화의 산실이기도 한 곳이다. 우리의 영혼을 맑게 해 줄 수 있는 양서들이 서점에는 수북이 쌓여 있다. 아무리 인터넷과 유튜브에 재미있는 것들이 많다지만 책과는 다른 점이 많다. 자꾸 책방 문을 닫게 되는 현실이 마음 아프고 서글프다.
 
소박하고 작은 서점 내부
▲ 그림 책 책방 내부 소박하고 작은 서점 내부
ⓒ 이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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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방이 문을 닫는 가장 큰 원인은 임대료가 문제였다. 책을 보는 사람들이 자꾸 줄어든다고 한다. 서점을 하면서 자기 건물에서 하는 사람은 드물다. 비싼 임대료가 부담이 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삶에는 목적과 의미가 있어야 한다. 행복에는 의미와 재미가 함께해야 한다. 삶의 의미가 있을 때 살아갈 힘이 있는 것이다. 내가 의미 있다고 여겨지는 일이 있으면 감사한 일이다. 나의 삶에는 의미와 목적이 있다. 진정한 가치와 의미를 발견하게 되면 참고 견딜 수 있다. 나에게는 그게 바로 책을 읽고 글을 쓰는 일이다.

그림일기를 지도해 주었던 김지연 작가님과 인연은 2년 전 동네 서점인 예스트에서 강연을 듣고부터다. 그림일기 쓰기 희망자를 신청을 받아 그림책, & 책방에 모여 지금까지 함께 해 왔다.

일주일에 한 번씩 금요일에 만나서 그린 그림을 서로 공유하고 김지연 작가님은 줌으로 만났다. 작가님이 한 마디씩 해 주는 응원으로 우리는 더 성장했다. 온 마음으로 칭찬을 아끼지 않고 보내 준 기운이 우리를 더 기분 좋은 수업으로 더 자라도록 해 준 것이다.  

이별을 항상 아프다. 그러나 우리의 그림일기는 어떤 방법으로도 이어질 것이다. 그림책, & 책방은 문을 닫지만 그곳에서 따뜻했던 우리의 기억 속에 남아 있을 것이다. 그 기억과 온기로 그림을 그리고 글을 쓸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을 기자의 브런치에도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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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는 설원 이숙자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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