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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메릴랜드 의과대학 의료센터는 지난 7일 8시간에 걸쳐 심장병 말기 시한부 환자에게 유전자 조작 돼지의 심장을 이식하는 수술을 진행했다. 수술 집도의 바틀리 그리피스 박사는 유전자 조작 돼지의 심장을 환자에게 이식했다. [EPA=연합뉴스]
 미 메릴랜드 의과대학 의료센터는 지난 7일 8시간에 걸쳐 심장병 말기 시한부 환자에게 유전자 조작 돼지의 심장을 이식하는 수술을 진행했다. 수술 집도의 바틀리 그리피스 박사는 유전자 조작 돼지의 심장을 환자에게 이식했다. [EP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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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의 심장을 사람에게 이식하는 수술이 세계 처음으로 시행됐다.

AP, CNN 등 외신에 따르면 10일(현지시각) 미국 메릴랜드대 의대 연구진은 말기 심장병 환자인 57세 남성에게 지난 7일 유전자를 조작한 돼지 심장을 이식했고, 현재까지 정상적으로 작동 중이라고 밝혔다.

7시간에 걸쳐 수술을 집도한 바틀리 그리피스 박사는 "심장 박동이 뛰고 있고 혈압도 안정적"이라며 "이것(유전자 조작 돼지 심장)은 완전히 환자의 심장이 됐으며, 당장 내일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르지만 이 단계까지 성공한 적은 없기 때문에 매우 흥분된다"라고 말했다.

이어 "획기적인 수술로 장기 부족 문제 해결에 한발 다가서게 됐다"라며 "모든 것을 조심스럽게 진행하고 있지만, 세계 최초의 이 수술이 앞으로 다른 환자에게도 중요한 새 선택지를 제공할 것으로 낙관하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죽거나 돼지 심장 받거나 둘 중 하나... 살고 싶다"

수술대에 오른 데이비드 베넷은 심장질환이 있었으나 불규칙한 심장 박동과 심부전 등으로 인해 다른 사람의 심장을 이식받기 어려웠다. 인공 심장 펌프 사용도 불가능해 시한부 판정을 받은 상태였다.

연구진에 따르면 베넷은 "나의 선택지는 이대로 죽거나, 돼지 심장을 이식받거나 둘 중 하나였다"라며 "성공할 가능성을 알 수 없는 시도라는 것을 알지만, 이것이 나의 마지막 선택이며 나는 살고 싶다"라고 수술에 동의했다. 
 
수술 집도의 바틀리 그리피스 박사(왼쪽)는 유전자 조작 돼지의 심장을 데이비드 베넷(오른쪽)에게 이식했다. [EPA=연합뉴스]
 수술 집도의 바틀리 그리피스 박사(왼쪽)는 유전자 조작 돼지의 심장을 데이비드 베넷(오른쪽)에게 이식했다. [EP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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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지난해 12월 31일 심각한 질환으로 생명이 위험한 환자에게 실험적 의약품이나 치료법 등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동정적 사용'(compassionate use)을 통해 이번 수술을 승인했다.

동물의 장기를 사람에게 이식하는 시도는 처음이 아니다. 1984년 개코원숭이의 심장을 선천성 심장질환을 앓고 있던 아기에게 이식했으나, 21일간 생존하다가 결국 거부반응으로 사망했었다.

"성공하면 환자들에게 끝없이 장기 공급할 수 있어"

이들 연구진은 영장류가 아닌 돼지의 심장을 대안으로 주목했다. 사람의 면역체계에 거부반응을 일으키는 유전자 3개와 돼지 심장 조직의 과도한 성장을 일으키는 유전자 1개를 제거했다. 이어 사람이 외부 장기를 받아들일 수 있는 유전자 6개를 돼지에 삽입하는 등의 작업을 거쳤다.

또한 지난해 10월 미국 뉴욕대 랑곤 헬스 메디컬센터 연구팀이 유전자를 조작한 돼지의 신장을 신부전증을 앓는 뇌사 상태 환자에게 이식해서 거부반응 없이 정상적으로 작동하는 것이 확인되자 이번 수술을 진행했다.

더구나 이번 수술은 신장 이식보다 훨씬 어렵고 복잡한 심장 이식 수술이어서 더욱 주목을 받았다. AP통신은 "최종 결과를 판단하기는 아직 이르지만, 사람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 동물의 장기를 사용하려는 수십 년간의 여정이 한 걸음 진전했다"라고 평가했다. 

이번 수술을 기획한 메릴랜드대 동물-인간 이식 프로그램 책임자 무하마드 모히우딘 박사는 "만약 수술이 성공한다면, 고통받는 환자들을 위해 이러한 장기를 끝없이 공급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뉴욕대 연구진을 이끄는 로버트 몽고메리 박사도 "이번 수술은 획기적인 돌파구"라며 "나도 심장 이식을 받았던 환자로서 전율을 느꼈고, 다른 환자들에게도 희망을 줬다"라고 강조했다.

태그:#심장 이식, #동물 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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