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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의 2021년 12월 17일자 1면 기사 <7622명 vs 159명... 韓·日 방역 '4가지가 갈랐다>
 한국경제의 2021년 12월 17일자 1면 기사 <7622명 vs 159명... 韓·日 방역 "4가지가 갈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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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가을 이후 일본의 코로나 확진자 수 급감은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미스터리'에 가까웠다. 비교적 높은 백신 접종률, 국민들의 거리두기와 마스크 착용이 이유로 제시됐지만 명확한 근거가 되기는 어려웠다. 한때 2만 5천명까지 확진자가 증가했던 국가에서, 확진자가 100명대까지 감소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임은 분명했다.

이때 한국 언론에서 나온 말이 'J방역'이었다. 단계적 일상회복 이후 다시 코로나19 위기를 겪고 있는 한국과 일본의 상황을 비교하고자 만들어진 신조어였다. 한국은 확진자 7000명을 넘어서고 있을 때, 일본은 고작 100명을 조금 넘는 수준이었기 때문이다. "한일 방역의 성패가 갈렸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 [김현기의 시시각각] K방역과 J방역의 차이 (중앙일보, 12/23)
- 7622명 vs 159명…韓·日 방역 4가지가 갈랐다 (한국경제, 12/17)
- K-방역 vs J-방역, 무엇이 차이를 만드는가? (메디칼 타임즈, 12/13)

그러나 9일 기준으로 한국의 코로나19 사망자는 6071명, 일본은 1만8399명으로 3배 가량 많다. 인구 100만명 당 코로나19 사망자로 따져봐도 한국 118.33명, 일본 145.97명으로 일본이 많다.

심지어 일본은 최근 또 한 번의 코로나19 위기를 맞고 있다. 일본 후생노동성에 따르면 9일 확진자는 8078명으로, 이틀째 8000명대를 기록했다. 1일 457명이었던 확진자가 1주일 새에 18배 늘어 8일 8311명까지 급증했다. 방역 사각지대인 주일미군 기지를 중심으로 오미크론 변이가 확산되고 있어서다. 일본은 12월 마지막 주 확진자 중 오미크론 감염 비율이 46%였다. 현재 시점에서는 오미크론이 우세종일 확률이 높다.

또한 올해 연말부터 각 지자체별로 무료 PCR 검사소를 설치한 것도 확진자 증가의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과거에는 의사의 진단 혹은 밀접 접촉자로 분류되었을 때만 무료 검사가 가능했다. 문제는 오미크론 변이에 효과적인 3차접종률이 0.6%밖에 안 된다는 점이다. 반면 한국의 3차접종률은 41%다. 

K방역 비판 위해 J방역 언급한 언론들
 
중앙일보 2021년 12월 23일자 <[김현기의 시시각각] K방역과 J방역의 차이>
 중앙일보 2021년 12월 23일자 <[김현기의 시시각각] K방역과 J방역의 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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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주간조선, 문화일보, 코메디닷컴 등에서는 일본의 방역 시스템을 치켜세우고, 대신 한국의 K방역의 약점을 부각시키는 < K방역은 없다 > 서적을 주목하기도 했다. 이와 같은 기사들이 대부분 지난해 12월, 한국의 코로나19 유행 상황이 가장 악화될 때 나왔다.

앞서 한국경제는 <7622명 vs 159명 한-일 방역 '4가지'가 갈랐다> 기사에서 ▲10대 접종률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 여부 ▲ 외국인 유입 차단 ▲ 한국의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도입과 일본의 mRNA 백신 도입 등이 당시의 '차이'를 만들었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이와 같은 근거가 모두 과학적이라고 보긴 어렵다.

아스트라제네카는 중화항체가가 mRNA 백신보다 낮긴 하지만, 중화항체가=예방효과라고 보기는 어렵다는 것이 전문가들이 강조하는 부분이다. 또한 한국의 접종률이 더 높은 상황에서 인구 수가 적은 10대의 접종률이 확진자 규모를 좌우했으리라고 보는 것은 무리가 있다.

무엇보다 일본의 확진자 급감이 과학적으로 분명하지 않은 시점에서, 한국과 일본의 확진자 격차를 '한국의 실책'으로만 몰아가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하지만 이들 언론은 일본 방역은 성공했고, 한국 방역은 패배했다는 듯 보도했다. 불과 한 달도 안 돼 상황은 또 다시 전환됐다.  

물론 최근까지도 'J방역 찬양'은 있었다. 박정훈 조선일보 논설실장이 지난 7일 조선일보에 쓴 <좌파 권력, 거악의 은폐 시스템을 완성하다>에서 "K방역은 왜 일본 J방역에 역전당했나. 이해 불가한 미스터리였는데 알고 보니 백신 탓이 컸다"라면서 또 다시 아스트라제네카 도입을 비난했다. 그러나 실제로는 한국은 빠른 3차 백신 접종과 병상 확보로 최근의 코로나19 위기를 잘 극복해 나가고 있는 반면, 일본은 새로운 위기를 맞고 있다. 

최진봉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상황과 형편이 다름에도 불구하고, 특정 시점에 일본의 방역은 성공하고 한국의 방역은 실패했다고 말하는 것은 객관적이라고 보긴 어렵다"라며 "정치적 목적을 갖고 정부의 방역 정책을 비판하려는 의도가 있어 보이는데, 이런 보도들은 결국 국민들의 방역 정책에 대한 신뢰도를 떨어트리면서 갈등을 유발하게 된다"라고 지적했다.

태그:#코로나19, #일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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