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샵커피스 정성회씨
 샵커피스 정성회씨
ⓒ 주간함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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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 있는 모든 식상한 단어를 끌어 모아 표현해 주고 싶은 그녀가 생겼다.

'격 떨어지는 우아함', '능글맞은 상큼함', '폭소를 쏟아내는 유쾌함'... 반전의 매력을 뽐내는 그녀에게 꼭 맞는 수식어를 찾기 힘들다. 아니 넘친다.

그녀와의 첫 만남은 경남 함양경찰서 옆에 있던 사무실, 정규옥법무사사무소에서다.

서류더미가 책상을 덮은 법무사사무소에서 그녀를 처음 만난 날, 아무 감흥이 없었다. 1년에 한 두번은 꼭 찾아가게 되는 곳이지만 그녀는 나에게 사무직근로자의 전형적인 모습을 보여줄 뿐이었다.

그녀와의 두 번째 만남은 온라인을 통해서다. 아니 그 전에 소문을 들었다. 정규옥법무사사무소 자리에 커피숍을 오픈했다고.

샵커피스, 해시태그커피스, #Coffice, Coffee at the office

SNS에서 만난 그녀의 두 번째 모습은 '매력뿜뿜' 그 자체. 내가 보아 온 그녀가 맞는가?

180도 변신한 그녀의 모습이 놀랍기만 했지만 어쩌면 원래 그녀의 모습일지도. 그녀를 인플루언서라 하기도, 셀럽이라 칭하기에도 아직은 아쉽다.

하지만 그녀의 몸짓하나에 열광하는 사람들의 움직임이 예사롭지 않다.

실물영접을 위해 그녀가 운영하는 샵커피스를 찾아갔다. 
   
정성회(42)씨는 아버지가 운영했던 정규옥법무사사무소에서 15년간 근무했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법무사사무소는 간판을 내렸고 그녀에게 휴식이 찾아왔다.

"일이 끝나도 끝나지 않은 것 같고 끝날 때까지 잘못된 게 없는지 신경 써야 하는 일이었어요."

스트레스가 많은 업무에서는 벗어났지만 적지 않은 나이에 그녀는 새로운 직업을 찾아야 했다. 이 자리에서 15년을 있으면서 오가는 사람들을 사귀었다. 생뚱맞고 어설프게 다른 곳으로 떠나긴 싫었다. 그녀에게도 의미있는 이곳에 터를 잡겠다 결심하고 지난해 1월 19일 샵커피스를 오픈했다.

"제 인생에 처음이었어요. 하고 싶어서 무언가를 배운 건. 한 번도 배우거나 시도한 적이 없었거든요."

바리스타 초보 딱지를 떼고 시작한 이 일, 그녀에겐 매우 절실했다. "사생결단 하고 한 일이에요." 하지만 코로나19가 급격히 퍼지던 지난해 8월 그녀는 혼자 커피를 마시고 있어야 했다.

"가만히 있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아요. 뭐라도 해야 했죠."
 
샵커피스 정성회씨.
 샵커피스 정성회씨.
ⓒ 주간함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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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이선생(SNS를 수년째 해 온 그녀의 친구)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아침햇살이 예쁜 창가 촬영을 위해 오전 7시부터 준비한다. 의상과 소품을 갖춘 정성회씨의 끼부림을 이선생이 카메라에 담는다. 인스타그램에 게시글을 올리니 이게 웬일. 하트가 쌓였다. "뭐지. 엉망진창 게시물을 좋아해주다니..." 댓글도 수십개다. "유쾌해요", "가까우면 찾아가고 싶어요", "오늘도 에너지 얻고 가요", "스카프를 액자로 만들다니 신박", "스타일 멋져요", "바지는 어디 거?" 등등.

"차로 세 바퀴를 돌며 찾아 온 손님이 계셨어요. 한명이라도 보고 찾아오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정말 와 주었죠.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면 그 손님도 없었겠죠."

그녀가 처음 인스타그램을 할 때 거창한 목표를 갖고 한 건 아니었다. 이 자리에서 그녀가 할 수 있는 무엇이라도 해야 했다. 본디 유쾌했던 정성회씨. 자리가 자리인지라 그동안 끼를 펼칠 기회가 없었다. 이곳은 그녀의 점방. 끼쟁이 그녀는 오늘도 둠칫둠칫, 마음껏 유쾌한 끼를 발산한다. 커피를 마시던 중년남성 두 분이 "인스타 잘 보고 있습니데이~"라고 인사한다.

엽기적이지만 귀여운 표정, 용감함에서 나오는 B급댄스, D라인을 살려주는 패션센스... 기대에 부응하는 신박한 게시물을 기다리는 사람들.

"나만 힘든 게 아니고 모두 힘든 시기죠. 힘들다고 쭈그리고 있을 필요 없잖아요. 밝은 에너지를 얻고 싶은 사람, 여기로 오라고 말하고 싶네요."

딱딱한 분위기의 사무실에서도 마스코트였던 정성회씨. 얼죽아(얼어 죽어도 아이스아메리카노)협회장을 노리는 그녀의 유쾌함에 빠져 마시는 커피맛이 궁금하다면?

"어서왕~"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주간함양에도 실립니다.


태그:#샵커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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