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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천명(나이 50)을 목전에 두고 올해 새해 계획은 이전과는 달라져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철학 강의를 들어보기로 했다. 비록 공자님처럼 나이 오십에 하늘의 명을 깨닫지는 못해도 최소한 꼰대는 면해보자는 발버둥이다.

이전부터 최진석 교수의 EBS 노자 강의에 대한 명성을 익히 들은 바 있어 우선 그의 강의를 들어보기로 했다. 온라인상에 그의 수많은 강의가 있었다. 차분히 1강부터 노자 강의를 들으려 했으나 그만 넷플릭스 병이 도지고 말았다. 너무 많은 선택지가 주어지니 섬네일만 보다 삼십 분이 지나간 것이다.

그러나 그런 시간에 때로는 뜻하지 않은 보물을 발견하기도 하는 법. 최진석 교수의 여러 강의를 기웃거리다 그가 실은 노자보다 장자에 더 조예가 깊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자신의 명성을 드높인 것은 노자이지만, 실은 장자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는 그의 수줍은 고백으로 이어진 장자 강의는 몹시도 흥미진진했다.

그는 장자와 함께 우리에게 많이 알려지지 않았지만 양주라는 제자백가 시대의 또 다른 철학자에 관한 이야기도 들려주었다. 스스로 하는 공부에 스트레스를 받지 않고자, 필기 따위는 하지 않으며 예능 프로를 보듯이 그의 강의를 차분히 들었다.

며칠 후, 알고리즘의 법칙으로 '조승연의 탐구생활'이 나타났다. 그는 5개 국어를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책벌레로 설상가상으로 잘생긴 외모에 구독자가 100만이 넘는 채널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정작 그의 가장 부러운 커리어는 단 하루도 회사 생활을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회사를 다니지 않고도 잘 먹고 잘 살고 있는 그의 인생을 바꾼 명언 베스트 4가 몹시도 궁금해졌다.

그는 첫 번째로 니체의 명언을 이야기했다. 지식인이라면 왠지 니체에 대해서 한두 마디쯤은 던질 줄 알아야 한다는 강박에 필자도 니체의 책을 여러 권 소장만 하고 있다. 그러나 필자는 니체를 읽을수록 깊은 이해나 감명 대신 때론 포기도 필요하다는 걸 니체에게서 배웠다(그래도 책장에 니체가 꽂혀 있으면 왠지 내 방에 지성이 넘쳐흐르는 듯하다). 그리고 영상의 말미 조승연의 인생을 바꾼 마지막 인물에서 또다시 장자와 양주를 만나게 되었다.

일주일 사이에 최진석과 조승연이라는 이 시대의 지식인들이 장자와 양주를 언급한 것이다. 그 들이 공통의 예로 든 장자와 양주의 에피소드는 이렇다.

장자가 한가로이 낚시하고 있던 어느 날, 초나라의 사신이 왕의 칙령을 들고 장자를 찾았다.

"왕께서 공을 재상으로 삼으려 하시니 명을 받드시오."

장자는 좋아서 춤을 추기는커녕 위대한 철학자답게 뜬금없는 질문을 던지며 사신들을 당황케 한다.

"초나라는 이미 죽은 거북이를 비단으로 싼 상자에 넣어 임금이 극진히 제까지 지낸다고 하는데 그게 사실이오?"
"그렇소! 거북이는 예로부터 장수의 상징이고 영물로 여겨 그리 귀하게 지키고 있소이다."
"혹시 거북이 입장에서 생각을 해봤소? 거북이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죽어서 귀한 대접을 받는 것이겠소 아니면 진흙 바닥을 기더라도 살아 있는 것이겠소."


사신들은 '역시 철학자라는 인간들이란'이라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마지못해 대답했다.

"그야 물론 진흙 바닥을 기더라도 살아 있는 쪽을 택할 것이오."

사신의 대답이 끝나기 무섭게 장자는 모두의 예상을 깨는 대답을 남긴다.

"돌아가시오. 나도 살아서 진흙 바닥을 기겠소이다."

중국 전국시대의 철학자 양주는 천하를 위해서 내 몸의 털 하나도 사용하지 않겠다고 했다. 전쟁이 빈번하여 개인의 행복 위에 국가의 이익이 놓여 있던 시절이라 그의 철학은 더욱 위대하게 느껴진다.

스마트 시대의 지성인 둘은 수천년 전의 철학자의 입을 빌어 주체적인 삶을 강조했다. 나의 행복을 위해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는 삶!

두 강연을 시청한 후, 생각을 정리해보는 시간을 가졌다. 나의 행복과 가족의 행복, 사회의 번영 중 어떤 것이 우선시 되어야 할까? 내가 행복해야 가족도 행복하다. 부모의 행복을 자식의 성공에서 찾아서도 안 되고, 자기 행복을 해치는 효 또한 지양해야 할 것이다.

경제 성장기를 거치며 국가나 조직의 이윤을 위해서 개인의 행복을 미루는 것이 용인되는 분위기가 여전히 남아있다. 그러나 개인의 행복에 기반을 두지 않은 사회는 무너지고 말 것이다. 생각은 생각에 꼬리를 물고 이어졌고, 다른 강의를 듣고 싶다는 욕구가 솟아났다.

어쩌면 나와 크게 다르지 않은 주변인들의 우려와 조언 속에서 찾지 못한 인생의 길을 철학에서 찾을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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