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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가족들과 함께 살 때 늘 지적받던 게 있었습니다. '아빠는 적정선이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때는 잘 몰랐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그게 사실이었습니다. 저는 매사에 적정선을 넘었습니다. 하나의 일화를 소개하겠습니다.

제가 가족들과 함께 살 때 온 가족이 3개월 정도 미국에 간 일이 있었습니다. 미국에 있는 한 종교 단체 시설에 신앙 교육을 받으러 갔었습니다.

그 시설은 아주 깊은 숲속에 있었는데, 저희 가족은 교육이 없는 시간에는 다 함께 시설 주변을 산책하며 맑은 공기도 쐬고 경치도 감상하곤 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시설 앞 잔디밭에서 산책을 하고 있는데, 갑자기 뒷마당 언덕 위에서 (그곳에서 기르던) 커다란 사냥개 한 마리가 사납게 짖으며 제게로 달려들었습니다. 워낙 순식간에 있었던 일이라 저는 피할 생각도 못한 채 그 자리에 꼼짝없이 서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리도 무섭게 달려들던 그 사냥개는 막상 제 앞에 와서는 갑자기 어린 양처럼 순해져서 꼬리를 내린 채 코를 킁킁거리며 제 주변을 맴돌았습니다. 그러더니 잠시 후 슬그머니 언덕 위로 다시 올라갔습니다.

나중에 정신을 차리고 생각해보니 시설 주변을 돌아다니던 중 제 신발에 산짐승의 배설물이 묻었고, 그 냄새를 맡은 사냥개가 아마도 저를 산짐승으로 오해했던 것 같았습니다.

그 사건이 있던 날 숙소 방으로 돌아온 저는 만사를 제쳐두고 구두부터 싹싹 닦았습니다. 구두약을 듬뿍 발라가며 구두를 닦고 또 닦았습니다. 구두에 묻은 산짐승 냄새를 싹 없애기 위해서였습니다.

저는 또 막내의 구두도 싹싹 닦았습니다. 에나멜 광택이 반짝반짝 빛나는 막내의 구두에다 제 검은 구두약을 듬뿍 발라가며 싹싹 닦았습니다. 혹시라도 막내의 구두에 묻었을지 모를 산짐승 냄새를 없애기 위해서였습니다.

그날 막내는 에나멜 광택이 싹 사라진 자신의 구두를 손에 들고 시설이 무너지도록 대성통곡을 했습니다.

저는 가끔 가만히 생각해봅니다. 원룸에서 혼자 살아오는 동안 나는 매사에 얼마나 심할 정도로 적정선을 넘었을까 하고요.

모르긴 몰라도 예전에 가족들과 같이 살 때보다 훨씬 더 심각하게 '객관적 적정선'을 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틀림없이 그럴 거라 생각합니다. 혼자 살다 보면 자연스럽게 자기 생각만 하게 되고, 자기 편할 대로 행동하게 되니까요.

저는 정말 무슨 논리를 끌어대서라도 그렇지 않다고 말하고 싶지만, 다 사람 나름이라고 말하고 싶지만, 혼자 사는 사람은 (저를 포함해서 누구를 막론하고) 상대방 입장을 살피는 데 많이 소홀할 거라고 봅니다.

상대방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상대방의 불만이 무엇인지 충분히 살피기 어려울 거라고 봅니다. 그래서 어느 순간 자기 생각에 빠져 상대방이 용납가능한 적정선을 넘어설 우려가 있다고 봅니다.

안타깝지만 이게 생각해보면 그렇습니다. 혼자 살면 다른 사람을 마주 대할 일이 없고, 따라서 상대방에 대해 일절 신경 쓸 필요가 없는데, 이런 생활이 습관화된 사람이라면 필연 상대방 입장을 살피는 일에 부주의하거나 서툴지 않겠습니까.

누구든 그럴 겁니다. 내 생각하는 게 습관이 돼서 내 생각하기 바쁜 사람이 무슨 수로 상대방 입장을 잘 헤아리겠습니까. 어느 순간 자기 생각에 빠져 자신도 모르게 상대방 입장의 적정선을 넘게 되겠지요.

이제는 시대가 변해서 혼자 사는 게 큰 흉이 아닙니다. 뭐 그리 드문 일도 아닙니다. 또 이제는 세상 인식이 바뀌어서 많은 사람들이 혼자서도 행복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도 역시나 그렇게 생각합니다.

그렇지만 저는 기회가 주어진다면 삶을 함께할 누군가를 만나고 싶습니다. 살아보니 혼자 사는 게 그리 못 할 일은 아니지만, 애초에 걱정했던 만큼 그리 힘든 일도 아니지만, 또 본인 하기에 따라서는 혼자서도 얼마든지 행복할 수 있겠구나 싶지만, 그럼에도 저는 그럴 사람이 있다면 누군가와 같이 살고 싶습니다.

그래서 저는 늘 걱정입니다. 어느 날 저에게 그런 사람이 찾아왔을 때, 행여 제가 제 생각에만 빠져있으면 어쩌나 하는 걱정입니다. 막상 그런 사람이 제 앞에 나타났을 때, 그가 뭘 원하는지, 그의 불만이 무엇인지는 살피지 않고, 그저 내가 원하는 것, 내가 불만인 것만 따지고 있으면 어쩌나 걱정입니다. 그래서 저도 모르게 상대방 입장의 적정선을 넘어버리면 어쩌나 크게 걱정입니다.

그런데 이건 비단 저뿐만이 아니라 저처럼 혼자 사는 사람들은 누구나 한 번쯤 걱정해볼 필요가 있는 문제라고 봅니다. 꼭 짝을 만나 새 삶을 시작하려는 이유 때문이 아닐지라도, 그냥 건강한 사회생활을 하기 위해서라도 혼자 사는 우리 모두가 한 번쯤은 진지하게 걱정해볼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태그:#적정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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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서도 행복하게 사는 방법을 찾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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